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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성필 Apr 25. 2022

'무엇때문에'로 살지 말고 '그럼에도 불구하고'로 살자

 100세 인생 시대, 50 이후 어떻게 살 것인가_ E.15

1. 살다 보면 흔히 저지르는 두 가지 실수가 있는데, 하나는 아예 시작도 하지 않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끝까지 하지 않는 것이라고 한다. 핑계 없는 무덤이 없다고는 하지만 우리는 어쩌면 평소에 너무 많은 핑계를 입에 달고 사는지도 모른다. 바빠서, 피곤해서, 먹고살기 힘들어서, 애들 키우느라, 부모님이 반대해서, 주변 사람 눈치가 보여서 등등.


'무엇 때문에'라는 핑계가 정말 어찌할 수 없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라면 괜찮다. 그런데 내가 충분히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저 그 순간을 모면하기 위해서 이 핑계, 저 핑계를 끌어다 쓰는 것은 아닌지 한 번쯤 진솔하게 생각을 해봐야 한다. 인생의 후반전마저 전반전의 되돌이표 같은 삶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2. 운전 중인 차에 기름이 떨어져서 경고등이 들어왔다고 치자. 설마 그때도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서 나중으로 미룰 것인가? 경고등이 켜지면 다른 일에 우선해서 늦지 않게 주유소로 가야 한다. 기름이 바닥나서 차가 멈춰버리면 후회해도 이미 때는 늦다. 우리 인생에는 그런 이슈들이 몇 가지가 있다. 


건강관리를 예로 들어보자. 평소 규칙적으로 운동해라, 술은 적당히 마셔라, 금연해라 등 건강에 대해 얼마나 많은 충고와 정보를 접하고 사는가. 그런데 먹고살기 바빠서와 피곤해서를 내세우며 황금 같은 시간을 죽이고 있는 안타까운 경우가 많다. 건강을 잃게 되면 모든 것을 잃게 되고 결코 이전의 삶으로 다시 돌아갈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말이다.


적어도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꿈꾼다면 내 머릿속의 '무엇 때문에'를 이겨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로 생각과 행동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인생의 전반전은 어쩔 수 없이 '무엇 때문에'가 많은 삶을 살아왔다고 하더라도 후반전에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외치면서 도전적인 삶을 살아보자. 


3. 'J.K 롤링'의 <해리 포터> 시리즈는 공식적으로 판매량이 확인된 소설 중에서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소설 시리즈라고 한다. 성경 다음으로 많이 팔린 책이라고도 불린다. 그런데 이 엄청난 시리즈가 세상에 나오기까지 무려 열두 곳의 출판사에서 퇴짜를 맞았다고 한다. 


그녀가 실의에 빠져 열세 번째 출판사를 찾지 않고 출간을 포기했더라면 우리는 전 세계에 감동과 재미를 선사한 이 위대한 콘텐츠를 접하지 못할 뻔했다. 행운의 여신이 언제 나에게 미소를 보낼지 알 수 없다. 방향이 틀리지 않았다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도전해야 한다.  



<그릿(앤절라 더크워스)> & <결국 해내는 사람들의 원칙((앨런 피즈 & 바바라 피즈)>



4. 평범한 수준의 재능과 지능(IQ), 불우한 환경에서도 놀라운 성공을 일궈낸 사람들은 어떻게 그것을 극복하고 최고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을까? 『그릿(Grit)』의 저자 앤절라 더크워스는 "성공의 비결은 재능이 아니라 ‘그릿’이라고 부르는 열정과 끈기의 조합에 있다"라고 주장한다. 


이 책에서는 소개하는 성공한 사람들의 특성은 대단히 회복력이 강하고 근면하다는 점과 자신이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매우 깊이 이해하고 결단력이 있게 나아간다는 점이다. '그릿'을 좌우하는 희망은 내일은 나아질 것 같은 ‘느낌’이 아니라 나은 내일을 만들겠다는 ‘결심’이다. 그것은 '행운'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


나도 즐겨 쓰지만, 우리는 무의식 중에 "걱정마, 내일이면 다 잘 될 거야" "오늘은 이래도 내일부턴 나아질 거야"라는 말을 자주 한다. 아마 99%가 격려나 위로의 화법으로 쓰는 경우일 것이다. 그런데 긍정적인 '느낌'이 아니라 긍정적인 '결과'를 만들고야 말겠다는, '의지'와 '결심'의 표현으로 이 말을 쓴다면 의미가 사뭇 달라진다. 나에게 그런 '그릿'이 있는지 한 번쯤 생각해보자.  


5.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지속적으로 견지하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몇 가지 충분조건이 갖춰져야 한다. 첫째, 주도적인 시간 관리다. 시간을 내 편으로 만드는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삶을 위한 제일 중요한 전제조건이다. 모든 일정을 다 내 의지대로 통제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큰 틀의 시간 계획을 만들어서 시간을 주도적으로 관리하려는 노력은 꼭 필요하다. 계속해서 시간에 끌려 다니다 보면 결국에는 '무엇 때문에'를 남발할 수밖에 없다.


둘째, 긍정적이고 자발적인 태도다. 일이든 봉사활동이든 취미활동이든 수동적, 소극적으로 접근하는 태도와 능동적, 적극적으로 접근하는 태도에서 비롯되는 결과물의 차이는 상상한 것 이상으로 클 수 있다. 스스로 선택한 것이어야 열정과 의지를 가질 수 있고, 실패를 두려워해 도망가거나 스스로를 피해자 취급하지 않을 수 있다. 


셋째, 왜 이것을 시작했는지, 왜 이것을 하고 있는지 초심을 잃지 않도록 자꾸 물어보고 되돌아보는 습관이다. 중간에 뜻하지 않은 어려움을 마주하게 되면 길을 잃거나 길에서 벗어나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 그렇게 되면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의지가 위태롭게 된다. 처음에 생각한 것을 잊지 않도록 주기적인 되새김이 꼭 필요하다. 자! 선택 사항은 두 가지뿐이다. 초심을 잃지 않고 계속해서 앞으로 한 발자국 내딛거나, 핑계를 만들거나.


6. 역사 분야의 전문 강사인 최태성은 <역사의 쓸모>에서 다산 정약을 이렇게 소개한다. 다산은 종교가 천주교라는 점이 빌미가 되어 무려 18년의 귀양살이를 하고 가문은 거의 폐족이 되었다. 그러나 그는 출세의 길이 막혔다고, 죄인이 되었다고, 폐족이 되었다고 손 놓고만 있지 않았다. 


다산은 형조에 기록된 몇 줄짜리 글로 평가받는 것을 거부하고 자신의 글을 남겨 후세의 평가를 받으려 했다. 지금은 비록 죄인의 입장이지만 역사는 자신을 그렇게 기억하지 않으리라는 사실을 믿고, 글을 쓰고, 또 썼다. 그가 귀양살이 동안 쓴 책은 목민심서, 경세유표, 흠흠신서, 아방강역고 등 무려 500여 권이다.


지금 역사 교과서에 다산 정약용이 어떻게 기록되어 있는지 한 번 살펴보라. 죄인 정약용이 아닌, 조선 후기 실학을 집대성한 학자로 기록되어 있다. 200년 전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여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면 결코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신의 발현이다.                  


7. 자신이 심사숙고해서 내린 결정이라면, 적어도 내가 아닌 남 때문에 그 꿈을 포기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그건 내가 원하는 대로 사는 인생이 아닌 남에게 보이기 위한, 남에게 휘둘리는 인생이다. 설령 인생의 전반전이 다소 그러했더라도 후반전마저 그래서는 안 된다.        


꿈을 이루는 데 있어서 이르거나 늦은 때는 없다. 모두에게 동일하게, 같은 시기에 목표를 달성할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꿈이나 목표를 가지면 반드시 벽이 나타난다. 더군다나 큰 꿈을 가진 사람에겐 큰 벽이 나타나기 마련이다. 벽을 두려워해서 꿈을 갖지 않는다면 그것이야말로 한 번뿐인 내 인생을 망치는 짓이다.


"나는 10번 시도하면 9번 실패했다. 그래서 늘 10번 시도했다"라는 버나드 쇼의 말처럼 벽을 두려워하지 말자. 인생의 후반전에는 주도적인 시간 관리, 긍정적이고 자발적인 태도, 초심을 잃지 않으려 돌아보는 습관을 통해 '무엇 때문에'가 아닌 '그럼에도 불구하고'로 살아보자. 벽을 넘어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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