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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성필 Nov 18. 2021

어떤 새도 알 속에서는 하늘을 나는 법을 배울 수 없다

 100세 인생 시대, 50 이후 어떻게 살 것인가_ E.02

1.『탁월한 사유의 시선』에서 최진석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탁월한 인간은 항상 ‘다음’이나 ‘너머’를 꿈꾼다. 그런데 ‘너머’나 ‘다음’은 아직 알려져 있지 않다. 그래서 불안하고 두렵다. 그 불안함이 힘들어서 편안함을 선택하면 절대로 ‘다음’이나 ‘너머’를 경험할 수 없다. 


그렇다. 새가 하늘을 나는 법을 배우기 위해서는 알 속의 편안함을 과감히 벗어던지고 알을 깨고 나오려는 용기가 있어야 한다. 알 속에만 있어서는 결코 하늘을 나는 법을 배울 수 없다. 아를 깨고 나와야  ‘다음’이나 ‘너머’를 경험할 수 있다.


2. 4차 산업혁명이라는 시대적 변화의 흐름 속에서 거의 모든 산업 분야에 걸쳐 DT(Digital   Transformation ; 디지털 전환)이 화두가 된 지도 벌써 꽤 시간이 흘렀다. 더군다나 지난 3년 여 동안 전 세계가 코로나 19로 인한 팬데믹을 겪으면서 비대면, 온라인, 언택트로 표출되는 디지털 문화의 확산은 가속도가 붙었다. 혹자는 코로나 19가 사회 변화를 10년 이상 앞당겼다고도 한다.


내가 다니는 회사도 디지털 전환이라는 거센 변화의 바람을 피해 갈 수가 없었고 최근 수년 동안 급격한 경영환경의 변화를 직면하게 되었다. 획기적인 탈출구가 필요하다는 데 모두가 공감했지만 지난 수십 년 동안 해왔던 일에 큰 변화를 준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고 사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 것인지 막막했다. 


회사의 불안함과 답답함은 고스란히 개인에게까지 전이되었고 그로 인한 스트레스 수위가 날로 높아져갔다. 아마 지금과 같은 불확실성의 시대를 살고 있는 40~50대 직장인이라면 대부분 나와 비슷한 상황을 경험했을 것이다. 지금 내가 소속된 팀의 이름이 '디지털전략팀'인데, 지난해에 막내 여동생과 얘기를 나누다 보니 동생이 소속된 팀 이름은 '디지털 전환 TF'였다.

 

3. 나부터 변해야 한다는 생각이 점점 머릿속에 똬리를 틀기 시작했다. 어떤 것부터 시작해야 할 것인지 소위 '업계의 고수(高手)'로 불리는 사람들에게 물어도 보고 스스로 알아보기도 했다. 마침 내가 종사하는 산업의 변화와 트렌드에 대해 함께 공부하는 좋은 모임을 알게 됐고 매주 수요일 저녁 시간을 주저 없이 할애했다.


사실 40대 중반의 나이에 갑자기 라이프스타일을 바꾸는 게 쉽지 않았지만 주변의 온갖 유혹(?)을 뿌리치고 단 한 번도 빠지지 않고 공부 모임에 참석했다. 세 시간 여 동안 열심히 메모도 하고 질문도 하고 다음 날 관련 정보를 더 찾아보고 책을 사서 읽기도 하는 등 참 열심히 노력했다. 그로부터 3년 뒤에는 내가 그 모임의 강사가 되어 참석자들 앞에 서서 얘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를 부여받았으니 스스로 생각해도 대견하다. 



 미디어와 마케팅 트렌드에 대해 같이 공부했던 한기훈 미디어 커뮤니케이션 스쿨



4. 몇몇 커뮤니티 모임에도 참여를 했다. 그중 하나인 브랜딩을 공부하는 커뮤니티 <Be My B ;> 모임은 주로 토요일 오전에 진행했는데 어쩌면 마냥 늘어지게 무위도식했을 나의 토요일 오전 시간도 변화를 위한 새로운 도전에 투자했다. 


오프라인 모임에 첫 번째로 참석했던 때의 기억이 생생하다. 내가 그 모임의 가장 연장자임은 물론이고 대부분의 참여자들이 나보다 한참 젊은 친구들(평균적으로 거의 스무 살 차이)이어서 매우 당황했다. 하지만 모임에서 사람도 많이 사귀고 새로운 것을 많이 배웠다. 정말 소중하고 값진 경험이었다.


"진정한 노력은 결코 배신하지 않는다."란 이승엽 선수의 말을 믿었지만, 솔직히 이런다고 해서 얼마나 달라질까 하는 불안감과 이렇게 하는 게 과연 올바른 방법인가 하는 의구심은 내내 있었다. 그런데 2~3년 정도 꾸준히 스터디 모임과 커뮤니티 활동을 통해 노력하다 보니 막막하기만 했던 새로운 분야에 대해 시나브로 자신감이 붙기 시작했고 꽤 많은 인사이트가 생겨났다.



 브랜딩에 대해 같이 공부했던 커뮤니티 Be my B ;



5. 흔히들 "100세 인생 시대라 뭔가를 준비하긴 해야겠는데 방향을 어디로 잡아야 할지 모르겠다. 그 길이 맞는지 틀리는지 또 내게 적합한지 아닌지 어떻게 알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많이 한다. 각자가 처한 상황도 다르고, 하고 싶은 분야도 다양해서 모든 사람들에게 공통적으로 다 적용되지는 않겠지만 나는 내 경험을 바탕으로 세 가지 방법을 조언하고 싶다.       


첫째, 직접적인 만남 또는 책과 유튜브를 활용한 간접적인 방법을 통해 해당 분야의 전문가라고 불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최대한 많이 들어보라. 전문가들은 내가 가려는 길을 먼저, 그리고 잘 닦아 놓은 사람들이다. 굳이 내가 새로운 길을 만들면서까지 시간을 소모할 필요는 없다. 그들을 활용하는 것이 지혜로운 방법이다. 새로운 길을 만드는 것은 나중의 문제다.    

   

둘째, 해당 분야에 대한 집중적인 공부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우리가 수십 년에 걸친 시간과 노력을 투입해서 인생의 1막에서 했던 일을 생각해보라. 당연히 인생 2막의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데 있어서도 철저한 공부와 준비가 필요하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셋째, 설령 실패하더라도 일단 도전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한 걸음이라도 가봐야 알 수 있다. 가보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조금만 앞으로 가보면 그 길이 옳았다는 느낌이 오든지 아니면 또 다른 길이 보이게 된다. 머릿속에만 있고 행동에 옮기지 않은 것은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이다. 현대그룹의 창업자이신 故정주영 회장의 말씀이 바로 그것이다. "이봐, 자네 해봤어?" 


6. 기회는 준비하는 자에게 찾아온다고 했던가. 2016년 4월에 우리 회사가 속해 있는 산업의 디지털 생태계를 벤치마킹하고자 다른 회사에 파견 보낼 직원 공모를 한 적이 있었다. 상당 기간 동안 자회사도 아닌 타회사에 가서 생면부지의 사람들과 같이 일해야 한다는 점, 기존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업무 분야라 그야말로 '맨 땅에 헤딩해야 한다'는 두려움 등으로 주변이 술렁거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공모에 응했고 최종적으로 나를 포함한 두 명의 직원이 그 해 5월부터 12월까지 파견근무를 하게 되었다.


그런데 그렇게 우연히 찾아온 8개월 간의 파견근무 경험은 회사에서 파견을 통해 기대했던 벤치마킹 업무의 성공적인 수행과 별도로 내 인생에 엄청난 영향을 끼쳤다.


첫째, 의사결정 과정, 회의 문화 등 내가 속해 있던 조직과는 꽤나 상이한, 스타트업의 조직 문화를 몸소 체험하면서 남들보다 조금 빨리 '애자일(Agile)' 조직문화에 대한 인사이트를 얻었다. 그것이 급변하는 세상에 대처하기 위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도.


둘째, 평균 연령이 스무 살 가까이 차이 나는 직원들과 격의 없이(전혀 없진 않았겠지만) 토론하고 협업하면서 내 사고방식이 이전보다 대폭 젊어졌다. 덕분에 '꼰대'의 길로 가는 시곗바늘의 속도를 좀 늦추게 된 것 같다. 어찌 보면 제일 큰 수확(?)이다. 


셋째, 지난 이십여 년 간 내가 속해 있던 세계와 분야의 사람들이 아닌 새로운 분야에 속해 있는 사람들과의 교류를 통해 인적 네트워크가 퀀텀 점프하듯 확대됐다. 때로는 내가 직접 나서서 조금은 다른 두 세계를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하기도 했는데 이런 역할은 세월이 쌓일수록 점점 늘어나고 있다. 아무래도 아직까지는 양쪽 세계를 다 경험해 본 사람이 많진 않으니깐.



최진석 탁월한 사유의 시선                                                           김낙회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지킬 것인가



7.『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지킬 것인가』의 저자 김낙회 前 제일기획 CEO는 결단의 순간마다 늘 일곱 가지의 질문을 곱씹어 본다고 한다. 나는 그중에서 특히 "고민하고 있는 것인가, 회피하고 있는 것인가"라는 질문이 가장 마음에 와닿는다. 정말 마음에 담아두고 자주 꺼내봐야 할 질문이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새로운 도전을 시작할 때만큼은 득과 실을 사전에 요모조모 따져보는 ‘영악한 머리’보다, 뭐가 되었든 일단 한번 부딪혀보자는 ‘뜨거운 가슴’이 우선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나 역시 새로움에 도전하기 위해 뭐가 됐든 일단 한 번 해보자는 마음가짐으로 기존 세계에 속해 있을 때의 편안함 또 익숙함과의 과감한 결별을 택했다. 처음 시작할 때에는 정말 담보된 미래나 일말의 성공의 약속도 없었지만, 스터디 그룹과 커뮤니티 참여, 스타트업 파견근무, 디지털 분야 사람들과의 폭넓은 교류 등을 통해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노력한 끝에 지금까지도 내 삶의 곳곳에 '창조적 파괴'가 일어나고 있다. 


8. 무모해 보일지 모르지만 시작하는 순간 도전이 된다. 설령 실패하면 어떤가. 아직 인생의 후반전이 50년이나 남아 있지 않은가. 미래를 나의 것으로 만드는 첫걸음은 머릿속에만 존재하는 지식이나 남들의 이목을 끌려는 화려한 말솜씨가 아니라 작은 것부터 실천에 옮기는 결단력 있는 행동이다. 빅토르 위고의 말처럼 미래는 여러 가지 이름을 가지고 있다. 약한 자들에게는 불가능이고, 겁 많은 자들에게는 미지(未知)이며, 용기 있는 자들에게는 기회다.  어떤 새도 알 속에서는 하늘을 나는 법을 배울 수 없다


9. 미국의 코미디언이자 영화배우인 루실 볼(Lucille Ball, 1911~1989)은 생전에 이렇게 말했다. "나중에 인생을 돌아볼 때 '젠장, 해 보기라도 할걸'이라고 말하는 것보다는 '세상에, 내가 그런 짓도 했다니'라고 말하는 편이 낫다."라고.







*** 독자의 의견을 미리 듣고 반영한 책을 써보고 싶습니다. 공감의 댓글 또는 저와 다른 견해를 달아주시면 실제 책 발간 때 꼭 포함토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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