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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성필 Nov 11. 2021

인생이란 연극은 딱 한 번만 공연할 수 있다

 100세 인생 시대, 50 이후 어떻게 살 것인가_ E.01

1. "All the world's a stage, and all the men and women merely players(세상은 무대이고, 사람들은 배우에 지나지 않는다)." 그의 5대 희극 중 하나인 <As you loke it>에 나오는 대사처럼 셰익스피어는 자주 인생을 연극에 비유했다. 인간이 삶 속에서 느끼는 희로애락을 객관화해서 관객이 함께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도록 만든 연극은 여러모로 인생과 유사하다. 다만, 인생이란 연극은 다른 연극과는 달리 딱 한 번만 공연할 수 있다.


인생이란 연극에서는 극본도 내가 쓰고, 주인공 역할을 맡은 배우는 물론 극 전체를 지휘하는 연출가의 역할도 나의 몫이다. 내 인생을 단 하나의 색채로만 구성된 단막극으로 끝낼 것인지 아니면 2막, 3막의 다채로운 장막극으로 끌고 갈 것인지의 결정은 오롯이 나에게 달려있다. 그런데 점점 늘어나는 기대수명 때문에 언젠가부터 인생 2막이라는 말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돼 가고 있다.


2.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한 일본은 1963년 9월 15일을 '경로의 날'로 정하고 100세를 맞이한 고령자에게 순은(純銀)으로 만든 술잔을 총리 이름의 기념품으로 보냈다. 첫 해엔 153명이 이 술잔을 받았다고 한다. 그런데 2000년대부터는 새로 100세를 맞는 고령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2003년에 1만 명, 2009년에 2만 명, 그리고 2015년에는 3만 명을 넘어섰다. 


결국 은으로 만든 술잔은 2016년도부터 디자인은 유지하되 동과 아연 등 합금에 도금한 것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50여 년 만에 제도 운영에 큰 변화가 생긴 것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의 인구 고령화 속도가 일본보다 더 빠르게 진행된다고 한다. 각자의 영역에서 우리 정부, 사회, 개인이 대비를 잘 하고 있는지 살짝 우려스럽다.


3. 나는 1970년생 개띠다. 그 해에 우리나라에서 태어난 신생아(남녀 평균)의 기대수명은 62.3년이었는데 2021년에 태어난 신생아의 기대수명은 남자 80.6년, 여자 86.6년, 평균 83.6년이다. 50여 년 만에 무려 21년 이상이 늘었다. 기대수명은 막 출생한 아이가 향후 생존할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생존 년수를 말한다. 


2021년 우리나라 국민의 기대수명은 10년 전보다 2.8년 증가했으며, 의료기술의 발달과 식생활 개선으로 인해 해가 갈수록 점점 늘어나고 있다. 현재 나이가 60대라면 기대수명을 90세, 50대라면 100세, 40대라면 110세로 생각해도 전혀 무리가 아니라고 한다. 바야흐로 명실상부한 100세 인생 시대가 도래했다.



1970~2021년 성별 기대수명 및 남녀 기대수명 차이 [그래프=통계청]



4.  100세 인생 시대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건강과 경제적 문제를 들어 너무 오래 사는 것에 대한 염려를 앞세우는 사람도 있고, 의학과 과학의 발달에 힘입어 긍정적인 면을 더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다. 그리고 또 몇몇 사람은 자기는 절대로 그렇게까지 오래 살고 싶은 생각이 없다고 말하기도 한다. 


다 일리가 있는 말이다. 지금껏 살아온 삶에 비추어 저마다의 판단을 한 것이기에 모든 의견은 다 존중받아야 한다. 그렇지만 너무 오래 살기를 원치 않는다고 하더라도 원하는 때에 맞춰 자기 삶을 강제로 종료시킬 수 있는 정상적인 방법은 없다. 하늘이 정해준 순리를 따라 어떻게든 살아내야 한다. 그것이 인생이다.      


5. 지금의 40~50대는 인생의 후반전에서 기성세대를 포함해 내가 여태껏 살아온 삶의 방식과는 확연히 다른 방식을 요구받을 가능성이 높다. 마치 '인디언 서머'처럼 인생의 장년기에서 노년기로 향하는 상당히 시간이 길어졌기 때문이다. 제대로 준비를 하지 않으면 매우 당황스러운 상황이 생길 수 있으며, 경우에 따라 늘어난 삶은 '축복'이 될 수도, '재앙'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또 한편으로는, 어쩌면 100세 인생 시대에는 인생의 전반전 50년쯤 이리저리 방황하고 헤매더라도 너무 일찍 자포자기할 필요가 없을지도 모른다. 아직 후반전이 50년이나 남아 있으니깐 말이다. 산전, 수전, 공중전, 수중전까지 다 겪어본 경험을 바탕으로 충분히 전반전의 아쉬움을 만회할 수 있다. 전반전과 후반전 사이에 하프타임을 갖고 삶을 재충전 또는 리셋할 수도 있다. 완전히 다른 인생을 설계해서 반전이 있는 삶을 영위할 수도 있다. 


인생은 내일을 알 수 없지 않은가. 심지어 당일 아침에조차 오늘 저녁에 내게 무슨 일이 생길지 전혀 알 수 없는 것이 인생이다. 그러니 100세 인생 시대에는 속단하지 말고, 쉽게 포기하지도 말고, 너무 일찍 실망하지도 말자. 이제 겨우 인생이란 연극의 1막이 지나가고 있을 뿐이다.


6. 『100세 인생』의 저자인 그래튼 교수는 "기성세대에게 당연했던 ‘학업 - 직장 - 은퇴’라는 3단계 인생 모델은 의미를 잃었다"라고 한다. 이 말은 대학 교육까지 포함해 20여 년을 공부하고, 취업해서 30여 년을 일하고 은퇴한 후, 10여 년 유유자적하는 방식의 인생 설계가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100세 인생 시대에는, 직장에서 60세 즈음에 퇴직을 한다고 하더라도 퇴직 후 30~40년의 시간을 더 살아내야 한다. 그러니 인생 2막, 3막이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생겨날 수밖에.


요즘 '파이어(FIRE ; 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족'이 추구하는 삶처럼, 인생 1막만으로도 은퇴 후 수십 년을 충분히 먹고살 수 있을 만큼의 경제적 자유를 얻은 사람도 있다. 그렇지만 나는 경제적 자유와 인생 2막, 3막은 별개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일을 하지 않고서는 건강하게 오래 살기 어렵다. 


『백 년을 살아보니』에서 김형석 교수는 "아무 일도 없이 노년기를 보내는 사람이 가장 불행하다. 그 일은 반드시 보수를 목적으로 하지 않아도 된다. 취미활동도 좋고, 봉사활동도 좋다. 노후를 위해 경제적 준비를 하는 사람은 많다. 그러나 일을 준비하려고 하지는 않는다. 일이 없으면 건강한 삶을 영위하기 어렵다."라고 한다.



린다 그랜트 <100세 인생>                                                                      김형석 <백 년을 살아보니>



7. 늘어난 수명 때문에 행여나 자녀의 도움에 기대볼 생각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우리 자녀들의 세대는 그들 앞에 주어진 100년 이상의 인생만으로도 이미 견디기 힘들 정도로 버겁다. 그들은 평균적으로 길어진 삶으로 인해 인생을 여러 번 재설계해야 하고 평생 여러 개의 직업을 갖고 더 오래 일해야 할 것이다. 더군다나 그들은 '블랙 스완'이 무색할 정도의 불확실한 시대를 살고 있다. 자신들의 인생에 몇 년씩이나 마스크를 쓰고 일상생활을 하게 될지 꿈에서라도 상상해 보았겠는가. 


8. "21세기 문맹인은 읽고 쓸 줄 모르는 사람이 아니라 배운 것을 잊고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없는 사람"이라는 앨빈 토플러의 말처럼, 100세 인생 시대에는 한번 배운 지식만으로는 전체 인생을 감당해낼 수 없다. 다시 새롭게 배우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변화를 받아들이고 스스로 변화할 줄 알아야 한다. 40~50년 열심히 살아온 인생의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변화의 트렌드를 읽어내고 변화의 파도에 올라타야 한다.


트렌드를 읽을 수 있는 힘은 빠른 시간에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한 박자 빠른 준비와 꾸준한 노력을 필요로 한다. 인생 2막과 3막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적어도 현재의 직장 또는 직업을 마무리하기 10~15년 정도 전부터 서서히 준비에 들어가야 제대로 된 인생 후반전의 설계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인생 1막이 끝나는 시점에 바투 준비하면 실패할 확률이 높다. 나의 경우에도 40대 중반부터 인생 2막에 대한 본격적인 고민과 준비를 시작했다.  


현재 직장생활을 하면서 인생 2막을 준비하는 일이 결코 만만치 않다. 내가 실천하고 있는 팁 한 가지를 소개하자면 '80:20 실천론'이다. 하루에 주어진 시간과 내가 가용할 수 있는 에너지를 80대 20으로 구분해서 오늘의 일과 현재의 나에게 80을 투입하고, 내일의 일과 미래의 나에게 20을 투입하는 것이 오늘과 내일을, 그리고 현재와 미래를 바람직하게 아우르는 실천 방법이 될 것이다


시간과 에너지는 유한하고 사람마다 가용량이 다 다르겠지만 자신에게 맞는 최적의 안배가 핵심이다. 한 번뿐인 인생, 후회가 덜한 삶을 살 수 있도록 인생의 후반전을 잘 준비하자. 그 누구에게도 예외는 없다. 인생이란 연극은 딱 한 번만 공연할 수 있다. 

 








*** 독자의 의견을 미리 듣고 반영한 책을 써보고 싶습니다. 공감의 댓글 또는 저와 다른 견해를 달아주시면 실제 책 발간 때 꼭 포함토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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