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마겟돈(1998년)>, <딥 임팩트(1998년)>, <투모로우(2004년)>, <2012(2009년)>, <그린 랜드(2020년)>, <돈 룩 업(2021년)> 등 지구 멸망의 위기를 다룬 영화들이 꽤 있다. 일부는 지구와 혜성의 충돌을, 일부는 기후 변화와 자연재해를 소재로 다뤘다. 이들 영화에서는 전 인류가 지혜와 힘을 모아 슬기롭게 지구에 닥친 위기를 극복해낸, 비교적 해피엔딩의 결말이 대다수를 차지한다.
그런데 현실의 상황은 녹록하지 않다. 기후 변화로 인한 지구의 위기가 인류의 미래를 위협하고 있는 엄중한 상황이다. 어쩌면 100세 인생 시대에 얼마나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을지는 향후 인류가 기후 위기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서울 용산구 헤럴드스퀘어에 설치된 <기후위기시계>
2. 독일 베를린(2019년), 미국 뉴욕(2020년)에 이어 지난 2021년 대한민국 서울에 전 세계에서 세 번째로 <기후위기시계(Climate Clock)>가 설치됐다. 위치는 서울 용산구 후암동 헤럴드스퀘어 외벽이다. ‘기후위기시계’는 지구온난화 한계치까지, 즉 ‘지구의 마감일’까지 남은 시간을 알려준다. 지금 수준으로 이산화탄소를 지속 배출한다면 인류에게 남은 시간은 6년 하고도 235일 남짓이다.
지난 2015년 195개 나라의 정상들이 참석해서 산업화 이전 수준 대비 지구 평균온도가 1.5℃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온실가스 배출량을 단계적으로 감축하는 내용을 담은 <파리기후협약>을 맺은 바 있다. 따라서 기후위기시계가 가리키는 6년 남짓한 시간 내에 협약의 내용을 적극 실천하지 않으면 지구는 돌이킬 수 없는 기후 재앙을 맞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이 시계의 날짜는 계속 줄어들지만은 않는다. 인류가 내뿜는 이산화탄소의 배출량이 늘어나면 남은 시간이 빠르게 줄겠지만, 배출량이 감소하면 남은 시간이 거꾸로 늘어날 수도 있다. 기후위기시계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의 자료에 근거해서 탄소 시계를 만든 '독일 메르카토르 기후변화연구소'의 정보를 반영해 정기적으로 업데이트된다.
3. 기후 위기에서 1.5℃는 중요한 수치다. 지구 평균기온이 1.5℃ 상승하게 되면 인류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 우리 몸을 생각해보라. 체온이 36.5℃에서 1.5℃ 상승하면 열에 들떠 정신을 못 차리게 된다. 지구도 마찬가지다. 지구 전체가 열에 들뜨면 빙하가 녹아 해수면이 급격히 상승하고 폭염, 홍수, 산불 등 큰 재앙이 발생할 것이다.
실제로 2021년 지구 곳곳에 기상이변이 속출했다. 겨울철에도 평균 10도 안팎의 기온인 미국 텍사스주에 영하 18도의 한파가 불어닥쳤다. 미국 북서부와 캐나다 서부는 여름 내내 최고 기온 40~50도를 기록했으며, 시베리아에도 30도가 넘는 폭염이 상당 기간 지속됐다고 한다. 이탈리아와 그리스도 폭염에 시달리는 한편 산불로 인해 큰 환경 피해를 입었다. 터키나 중국에서는 일부 지역에 기록적인 홍수가 발생하기도 했다.
4. 코로나 19 팬데믹이 한창이었던 2020년부터 2021년까지 전 세계의 경제, 생산활동이 부분적으로 잠시 멈추었다. 전 지구적인 재앙이 발생하자 아이러니하게도 지구는 그동안 얼마나 인간이 자연과 환경을 파괴해왔는지 보여주듯 본연의 아름다움을 되찾았다.
이동 제한, 봉쇄령 등으로 사람의 발길이 뜸해진 도시는 예전의 대기와 수질을 되찾았다.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하늘도 원래 이렇게 푸르렀나 싶을 정도로 청명한 나날이 오랫동안 지속됐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되었던 이탈리아 베네치아 운하의 수질 변화와 인도의 대기 변화는 놀라울 정도였다.
여기서 우리는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를 분명히 짚어보고 넘어가야 한다. 더 이상 환경이 파괴되고 기후 변화가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상황이 일어나도록 방치해서는 안 될 것이다.
< 코로나 19의 영향으로 관광객이 줄면서 맑아진 이탈리아 베네치아 운하의 물 (출처 : 트위터) >
< 인도 수도 뉴델리의 하늘 : 국가 봉쇄령 이전(왼쪽)과 이후(오른쪽) (출처: 뉴델리/AP 신화 연합뉴스) >
5.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 운동이 있다. 환경에 조금이라도 부정적인 영향을 덜 끼치고자 말 그대로 일상 속 쓰레기를 최대한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는 운동이다. 사람이 생산해내는 불필요한 쓰레기가 너무나 많다. 불필요한 쓰레기를 줄여야 지구가 살고 인류도 산다.
지구의 어느 바다 위에서는 인간들이 버린 쓰레기로 만들어진 섬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그런 섬의 수도 점점 늘어나 있다고 한다. 그 쓰레기 속에서 해양 생물들이 처참하게 고통받으며 죽어가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인지하고 인간이 지구에 미치는 악영향에 대해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너무 어렵게 생각할 필요 없다. 일회용 종이컵이나 플라스틱 컵 대신 텀블러를 사용하고, 분리수거를 철저하게 열심히 하고, 에코 백을 쓰고, 의류나 신발도 친환경 제품을 사용하고, 배달음식 주문을 줄이는 등의 작은 실천도 상당한 효과를 낼 수 있다. 내가 만들어내는 쓰레기를 줄이는 것, 그것이 지구 사랑의 출발이다.
< 플라스틱 쓰레기가 섬을 이룬 바다 (출처 : AFP 연합뉴스) >
6. 지금 눈앞에 인류의 삶을 위협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구가 아닌 다른 별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보듯, 강 건너 불구경하듯 바라보고 있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 기후 위기는 나와 우리 후배 세대의 삶과 직결되는 문제다. 어쩌면 나쁜 선배들로 인해 우리 후배들은 생각하기조차 싫은 비극적인 결과를 받아들여야 할 수도 있다. 그 후배들이란 바로 나의 아들 딸이다.
기후 위기 시계는 지금도 쉬지 않고 가고 있다. 이 시곗바늘이 자정을 가리키는 것과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게 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우리 자신들 뿐이다. 이 세상 모든 사람은 지구라는 별에 잠시 머물다 떠나는 손님일 뿐이다. 처음 이 별에 왔을 때 모습 그대로 남겨두고 떠날 수 있도록 각별한 애정을 갖고 단 하나라도 작은 실천에 임하도록 하자.
7. <천년의 수업>에서 저자 김헌 교수는 "자신이 어떤 길을 걷고 있는지 묻는 사람의 눈에는 또 다른 길이 보이며, 질문을 놓지 않는 사람에게는 점점 더 넓은 세상이 보인다. 스스로 묻고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은 그 어떤 위기에도 자기 나름의 답을 찾아나갈 것이다"라고 역설한다. 100세 인생 시대를 살아가면서 기후 위기 극복을 위한 친환경 행동으로 내가 어떤 것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 것인지 스스로 묻고 답해보자.
"나 한 사람이 변한다고 해서 뭐가 크게 달라지겠어?"라는 생각이야말로 기후 위기 극복을 위한 행동에 있어서 최대의 걸림돌이다. 일상생활 속에서 환경을 조금 더 생각한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은 생각보다 많다.위기란 미래가 현재의 사람들에게 잠깐 그 모습을 보여주는 시간이다. 너무 늦지 않게 작은 것부터 실천해 나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