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베르 카뮈가 말했다. “인생의 전환점이라고 생각되는 순간을 맞는다면 그건 뭔가를 얻었을 때가 아니라 잃었을 때일 것이다”라고.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나서야 뒤늦게 철이 드는 자식, 연인과 헤어지고 나서야 사랑의 소중함을 깨닫는 사람, 사업 실패로 재산을 다 잃었지만 새로운 인생을 알게 됐다는 사람 등등. 뭔가를 잃지 않고서도 꾸준히 긍정적인 방향으로의 외면적 발전과 내면적 성숙을 이뤄낼 수 있다면 좋으련만 안타깝게도 인생은 내 뜻대로 잘 흘러가지 않는다.
그렇지만 100세 인생 시대에는 인생의 전반기에 내 뜻대로 잘 풀리지 않았던 삶을 만회할 수 있는 충분히 긴 시간이 인생의 후반전에 주어진다. 몸과 마음의 치유를 통해 일상으로의 복귀가 가능하다면 우리는 얼마든지 다시 시작할 수 있다.
그래서 육체적인 건강관리도 당연히 중요하지만, 평소 마음 근육을 단단하게 만드는 일도 매우 중요하다. 마음 근육이 단단한 사람은 극심한 슬럼프나 쓰라린 실패의 슬픔 속으로 가라앉았다가도 회복의 시간을 거쳐 일상의 삶으로 다시 떠오를 힘이 있다.
복잡다단하고 불확실한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이지 누구에게나 불면 증세나 우울 증상이 있다. 필자는 수년 전에 마음 근육을 단단히 만들고자 일요일 저녁마다 두 시간씩 <마음치유학교>라는 곳을 다녔다.
총 8주 동안 명상을 통한 마음 챙김으로 마음 근육을 키우는 과정이었다. 처음에는 ‘이런 명상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하는 의구심이 들었지만, 이 과정이 진행될수록 마음을 현재에 두는 법, 호흡을 통해 부정적인 생각을 떨쳐버리는 법 등 마음 챙김을 위한 명상에 익숙해져 갔다. 덕분에 마음 근육이 몰라보게 튼튼해졌다.
과정을 마친 후에는 집에서 명상 수련을 하기 위해 필요한 방석을 샀고, 스마트폰에 명상에 필요한 앱도 깔았다. 매일 저녁에 잔잔한 음악을 들으면서 하는 15분 정도의 명상은 마음의 평화를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몸에 생채기가 나면 딱지가 생기고 아무는데 시간이 걸리듯이 마음에 생긴 상처도 마찬가지다. 시간이 필요하다. 명상을 통해 내 마음을 들여다보면서 천천히 아픈 곳을 달래주고 상처가 아물 때까지 기다려줘야 한다. 그렇게 상처가 잘 아물고 난 후에는 훌훌 털어버리고 다시 일상의 삶으로 돌아올 수 있게 된다.
명상과 심리치료를 주제로 다룬 책 <마음 챙김>의 저자 ‘샤우나 샤피로’는 “뇌를 단련해서 행복감을 높일 수 있다”라고 말하면서 “몸에 밴 패턴에 따라 반사적으로 대응하면, 우리 자신이나 타인 모두 당면한 상황에서 좋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일단 멈추면, 상황을 명확하게 보고 대응을 선택할 공간이 생긴다. 그 공간에 우리의 대응을 선택할 힘이 있다”고 ‘일단 멈춤’을 통한 ‘마음 챙김’을 역설한다.
몸의 힘이 몸의 근육에서 나오듯 마음의 힘은 마음의 근육에서 나온다. 마음의 근육은 분명히 실재하는 존재다. 마음 근육 역시 체계적이고도 반복적인 훈련을 통해 키울 수 있다. 마음의 근육이 단단하면 단단할수록 어떠한 어려움과 역경이 닥쳐도 헤쳐 나갈 수 있는 힘이 생긴다.
셰익스피어의 말을 빌리면, 세상에는 좋은 것도 없고 나쁜 것도 없다. 다만 생각이 그렇게 만들 뿐이다. 당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든 그건 이미 벌어진 일이다. 그 일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그 점이 중요하다.
몸과 마음 근육을 함께 잘 단련해서 인생의 후반전에는 어떤 일이 벌어지더라도 슬기롭게 잘 대처해 나가자. 결국, 떨어져 본 사람만이 어디로 올라가야 하는지 그 방향을 알고, 추락해본 사람만이 다시 튀어 올라가야 할 필요성을 절감하듯이 바닥을 쳐본 사람만이 더욱 높게 날아오를 힘을 갖게 된다.
* 필자의 추천책
* 이 글은 필자가 서울경제 <라이프점프>에 연재하는 칼럼입니다. 글의 내용에 대한 문의나 재미있는 제안이 있으신 경우에는 브런치 작가 프로필에 있는 <작가에게 제안하기>를 통해 이메일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