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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성필 Oct 28. 2018

35년 전 아버지가 알려 주신 캠핑의 즐거움

아이들과 나누고픈 내 부모님과의 추억 - Episode 9

요즘 시대의 해외여행이란 휴가를 보내는 여러 선택지 중 하나가 될 정도로 그 특별함이 많이 퇴색되었지만, 내가 중학교 고등학교 시절을 보낸 198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내 주위에서 해외여행이라는 단어 자체가 입에 오르내릴 일이 전혀 없었다. 그저 정부 관료나 수출과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들만이 비즈니스 목적으로 해외에 나가는 줄 알았다. 


당시 직장인들의 여름휴가라고 해봐야 피서를 주목적으로 가족들과 함께 계곡이 있는 산이나 바다로 가서 시간을 보내는 게 다반사였다. 그때는 제주도만 하더라도 누구나, 쉽게, 원할 때 갈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누가 혹 제주도에 다녀오면서 맛이나 보라며 사 가지고 온 파인애플을 조금 나눠주기라도 하면 며칠 동안 동네 전체의 뉴스가 되던 시절이었으니깐.    


아버지께서는 같은 직장에 다니시는 비슷한 연배의 동료 분들과 오랜 기간 동안 친목 모임을  가지셨는데, 매년 여름휴가 때마다 우리 집을 포함한 여섯 가족이 3박 4일 정도의 일정으로 다 같이 모여서 휴가를 보냈다. 내가 초등학교 고학년 시절부터 고등학교 2학년 때까지 계속되었으니 7~8년 정도를 그렇게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매년 여섯 가족의 휴가 일정을 딱딱 맞출 수 있었던 것도 대단하고, 인터넷도 없던 시절에 해마다 장소를 바꿔가며 계곡이나 강이 있는 곳으로 모두가 만족할 만한 장소를 잘 골랐던 것도 신통방통하다. 울진 불영사 계곡, 합천 해인사 계곡, 포항 보경사 계곡, 성주 칠봉산, 지리산 불일계곡 등이 기억에 남아 있다.     

 

그땐 여섯 가족 모두 차를 소유한 집이 없어서 오가는 길에 버스를 대절해서 함께 이동했다. 당시에도 지금의 콘도, 민박 같은 시설이 있었지만, 우리는 집집마다 텐트를 치고 준비해 간 음식에다 계곡 물로 밥을 해 먹는 시스템을 매번 유지했다. 


캠핑이 여행과 레저 문화의 하나로 온전히 자리매김한 지금이야 그다지 특별한 일이 아니겠지만 1980년대 초에 여섯 가족이 모여서 캠핑을 즐겼다는 것은 특별한 경험이었다. 요즘은 캠핑에 쓰이는 텐트도 다양한 용도로 세분화돼서 나오고 취사에 쓰이는 도구들도 이것저것 별게 다 있지만, 당시엔 정말 심플한 텐트와 버너, 투박한 형태의 코펠이 다였고, 모닥불을 피워서 집에서 가지고 간 큰 솥에다 감자나 고구마, 옥수수 같은 것을 대량으로 쪄서 나눠 먹기도 했다. 시원한 계곡물에 담가 놓았다가 먹는 잘 익은 수박과 참외 맛은 먹어 본 사람은 알 것이다.       


각 집의 아이들이 다 비슷한 나이라 금방 친해졌고 3박 4일의 시간 동안 새까맣게 그을릴 정도로 자연을 벗 삼아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고등학생이 되었을 땐 이동하는 차 안 또는 캠핑지의 모닥불 주변에서 함께 기타를 치며 당시 유행했던 노래를 불렀던 것도 추억으로 남아 있다. 


십여 년 간의 휴가 장소가 대부분 산을 끼고 있는 계곡 또는 강 주변이어서 또래 친구들과 함께 천렵을 하며 많은 시간을 보냈다. 물안경을 끼고 강이나 계곡물 바닥에 붙어 있는 다슬기도 잡고, 어망이나 어항을 이용해 물고기도 꽤 많이 잡았다. 큰 플라스틱 통을 활용해 집에서 가져간 집 된장이 냄새를 풍기며 조금씩 새어 나오도록 만든 수제 어항은 효과가 좋았다. 그렇게 해서 잡은 물고기 중에 큰 것들은 아버지들의 소주 안주를 위한 매운탕 거리로 상납(?)하고, 작은 것들은 어머니에게 배운 솜씨를 발휘해 튀김가루를 입혀서 튀겨 먹는 것도 소소한 즐거움이었다.  



아버지로부터 자연과 함께하는 즐거움을 배우고 물려받아서인지 나도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산으로 들로 바다로 참 많이 데리고 다니면서 여러 체험을 같이 했다. 텐트를 이용한 캠핑에까지는 내 여가와 취미생활의 관심과 정성이 미치지 못해 숙소는 주로 펜션을 많이 이용했다. 좀 더 자연과 가까운 곳에서 자고 일어나는 게 좋아서였다. 경치 좋은 숲길 걷기, 계곡 물속의 다슬기 채집과 물고기 잡기, 서해안 갯벌 체험, 겨울철 얼음 빙어 낚시, 인천 앞바다에서 출발하는 바다낚시, 제주도 요트 낚시와 카약 몰기, 설악산 등산과 계곡물에 발 씻기 등 우리나라의 이름난 관광지의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즐기면서 맛있는 음식도 먹고 다양한 경험을 쌓도록 나름 애썼다. 


다만, 딸내미가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세 살 터울인 둘째가 동시에 중학교에 입학한 뒤로는 아이들의 학교 공부와 학원 수업 등으로 인해 자연과 함께하는 여행을 자주 할 수 없어서 아쉽다. 그다지 정상적으로 보이지 않는 과도기적 교육 시스템에 갇혀 힘든 나날을 보내는 아이들이 안쓰럽기 그지없다. 그래도 지금까지 같이 보낸 시간들은 우리 가족 모두에게 좋은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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