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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성필 Feb 02. 2019

이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어머니표 김치와 된장찌개

아이들과 나누고픈 내 부모님과의 추억 - Episode 40

내 입에 맞으면서 제일 맛있는 음식에 대한 설문조사가 있다면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이 어머니가 차려주시는 밥상이라고 답할 것이라 확신한다. 특히 손수 절인 배추에다 정성껏 양념을 입힌 어머니표 김장 김치와 김이 모락모락 나게 끓여서 밥상에 올려놓으신 된장찌개 맛은 이 세상 어느 맛집의 음식과도 비교 자체가 되질 않는다. 특별한 재료를 쓴 것도 아니지만 어머니의 정성과 사랑, 그리고 손맛이 음식 안에 녹아져 있기 때문이다.

어릴 때부터 어머니께서는 내가 뭔가를 먹어보고 맛있다고 하면 그것을 따로 배워서라도 만들어 주셨다. 한 번은 동네 친구 집에서 친구 어머니가 해주신 계란빵이 너무 맛있어서 그걸 해달라고 말씀드렸더니 그 집에 가서 친구 어머니로부터 요리하는 법을 배워 오셨다. 
직접 배워 오신 요리법에 더해 외할머니께 전수받은 타고난 손맛으로 친구 어머니께서 만들어주신 계란빵보다 훨씬 더 맛있게 만들어 주셨다. 물론 그것은 객관적인 평가라기보다는 나의 주관적인 평가이겠지만...


그런데 어머니께서 요리하신 음식을 먹어 본 사람들의 평가가 나랑 다르지 않다는 것을 차츰 알게 되었다. 그 첫 번째는 초등학교 시절에 생일파티를 한답시고 친한 학교 친구들을 몇몇 초대했었을 때다. 어머니께서 만들어 주신 계란빵이며, 여러 종류의 부침개며, 미역국까지 모두 맛있다고 칭찬일색이다. 사실 그때는 워낙에 어릴 때라 별 의미를 두지 않고 그냥 흘려들었다.


두 번째는 대학교 시절 방학을 맞이해 친구들이 대구 고향집에 놀러 온 적이 몇 번 있었다. 어머니께서 차려주신 밥상의 음식을 맛보고서는 다들 "이렇게 정성스럽고 맛있는 음식을 어릴 때부터 먹은 네가 부럽다. 평소에 체력도 좋고 늘 건강한 비결이 여기에 있었구나"라고 했다. 내가 만든 음식도 아닌데 왠지 모를 가슴 뿌듯함을 처음으로 느꼈다. 동시에 내가 그동안 행복에 겨워서 이렇게 맛있고 정성이 담긴 음식을 만들어주시는 어머니께 표현 한 번 제대로 안 했던 것에 대한 반성의 마음도 들었다.


세 번째는 결혼 후에 장인과 장모께서 명절 때 어머니께서 만들어서 전해주신 약식을 드시고선 너무 맛있다고 말씀해 주신 것이 기억이 난다. 장인께선 요즘도 가끔 대추, 밤, 계피 등을 넣고 손수 만드신 어머니의 약식에 대한 말씀을 하신다.   


어머니께서 직접 재료를 사다가 집에서 만드시는 약식은 나의 학창 시절 소풍날 싸주시는 스페셜 김밥과 더불어 어머니의 전매특허다. 약식도 마찬가지지만, 김밥에도 다른 친구들이 싸오는 김밥에 비해 별로 특별한 재료가 들어간 것은 없다. 그런데 살짝 식초를 더한 꼬들꼬들한 밥과 김, 내용물로 들어가는 계란, 우엉, 단무지 등이 정말이지 최상의 조화를 자아내면서 환상적인 맛을 연출해낸다. 소풍 때마다 친구들이 자기가 싸온 김밥과 하나씩 바꿔 먹자는 제안을 하곤 했는데 여러 친구들의 김밥을 먹어봐도 어머니가 싸주신 김밥 맛이 단연 최고였다. 친구들도 다들 내가 싸온 김밥이 제일 맛있다고 했던 것이 기억이 난다.       


내 나름대로 어머니께서 만들어 주시는 음식 맛의 비결을 정리해보면 이렇다. 우선 평생 조미료를 한 번도 써보신 적이 없다. 종류가 무엇이든 식재료가 가진 원래의 맛을 최대한 살리면서 재료와 양념의 조화를 잘 이끌어내신다. 그것이 어머니만의 비결이고 어머니가 보유하신 손맛이다.   


또한 최대한 좋은 식재료를 구하시려고 노력하신다. 고향집에서 먹는 쌀만하더라도 대구 인근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시는 친인척 분들로부터 직접 구입하신다. 배추, 고추, 깨, 마늘 같은 것들도 마찬가지다. 믿고 먹을 수 있는 재료에다 어머니의 타고난 손맛에서 버무려진 양념이 더해지거나 입혀지니 음식 맛이 남다를 수밖에.


어머니표 밥상에는 나물 종류가 다양하다. 무를 잘게 썰어서 시원한 맛을 내는 물김치, 맛깔나게 빨간 양념을 입힌 깻잎, 붉은빛과 초록빛이 조화를 이루며 양념이 속까지 스며들어간 오이소박이, 시골 된장과 조합을 이룬 된장 고추 등등. 사실 시골 햅쌀로 막 지은 밥에다 양념을 갓 버무린 겉절이, 그리고 멸치로 우려낸 육수에 시골 된장, 호박, 감자, 고추를 넣어서 끓인 된장찌개만 있으면 진수성찬이 따로 없다. 내 아이들도 대구 본가에서 먹는 할머니의 된장찌개가 제일 맛있다고 하면서 잘 먹는다. 입맛도 어느 정도는 유전이 되는 것인가 보다.


요즘 각 방송사마다 음식 탐방, 맛 대결, 요리 등과 관련된 방송 프로그램이 즐비하다. 꽤 오랜 기간 동안 유지되고 있는 트렌드다. 나는 근래 들어 TV를 많이 보는 편도 아니고 특별하게 무슨 프로그램을 찾아서 보지도 않지만 채널을 돌리다가 그러한 프로그램이 나오면 그래도 꽤 집중해서 보는 편이다.   


현대를 살아가는 직장인들의 스트레스 해소의 한 방편이 먹는 즐거움인데 나 또한 그렇다. 결코 자랑할만한 미식가는 아니지만 내 나름의 좋아하는 음식 카테고리를 정해 놓고 맛집을 찾아가기도 한다. 그리고 한 가게가 마음에 들면 꽤 오랜 기간을 단골처럼 드나든다. 그런데 그런 가게들에서 사 먹는 음식의 맛에는 아무래도 한계가 있다. 게다가 가격도 비싸다. 이래저래 스트레스가 쌓인 날에는 밖에서 사 먹는 음식보다 따뜻하고 정성이 담긴 어머니표 밥상이 더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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