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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희수 Jul 08. 2020

믿음, 소망, 사랑

목사 박 모씨(49)는 김 모양(12)을 사랑한다. 김 모양과 손 잡고 싶고 하나님이 허락한다면 더 깊은 관계를 가지고 싶다. 김 모양도 그러한 마음을 갖고 있으리라 박 모씨는 기쁜 상상을 해본다. 김 모양은 현재 복도에 서있다. 박 모씨는 두꺼운 나무문을 열며 김 모양에게 자신의 방으로 들어 오라며 손짓한다. 함께 기도를 하고 김 모양에게 힘든 일이 없는지 물어본다. 김 모양은 힘든 일이 없다고 말한다. 박 모씨는 착한 아이라며 머리를 쓰다듬는다. 어느새 박 모씨는 김 모양 옆에 붙어 앉았다. 부담스러운 김 모양은 엉덩이를 살짝 들어 박 모씨에게서 멀어진다. 박 모씨는 김 모양의 어깨에 손을 올린다. 김 모양은 어깨가 쪼그라든다. 박 모씨는 김 모양에게 예쁘다 말하며 김 모양의 귀를 매만진다. 부드럽게 소름이 끼치는 감각에 김 모양의 인상이 구겨진다. 박 모씨는 김 모양에게 자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본다. 김 모양은 좋은 분 같다고 대답한다. 박 모씨는 김 모양의 어깨를 움켜쥔다. 김 모양은 겁이 난다. 박 모씨의 숨결이 느껴질 정도로 김 모양에 얼굴에 가까워진다. 김 모양은 무섭다고 말한다. 박 모씨는 잠깐 당황했지만 멈추지 않았다. 김 모양의 얼굴을 잡고 자신의 입술을 갖다 대는 박 모씨. 김 모양은 자신이 해를 입지 않을까 두려워하는 동시에 멈추길 바라며 소리 없이 반항을 해본다. 박 모씨의 손은 점차 내려가 김 모양의 치마 속으로 들어간다. 김 모양은 거친 압박에 짧은 비명을 지른다. 박 모씨는 더욱 흥분해서 김 모양을 헤집고 다니기 시작힌다. 김 모양의 얇은 천은 박 모씨의 곡괭이 같은 손으로 찢어진다. 김 모양은 그러한 과정에서 박 모씨의 책상 위에 걸린 십자가와 피를 흘리는 예수의 모습을 본다.


박 모씨는 바지를 추켜 입고 김 모양을 소파에서 일으켜 세운다. 김 모양을 자신의 방 안쪽 개인 화장실로 끌고 들어간다. 박 모씨는 화장실에 있는 샤워 호수의 머리 부분을 분리하여 김 모양의 구석진 부분을 닦아 낸다. 박 모씨는 껍데기만 남은 김 모양의 위에 옷을 입히고 문을 열어 복도를 살핀다. 복도 끝 계단에 김 모양을 데려다 놓고 집으로 돌아가라고 말을 한다. 김 모양은 박 모씨가 다시 복도를 걸어 자신의 방으로 사라지는 것을 멍하니 바라보고 아린 아랫도리를 부여잡고 한참을 걸려 계단을 내려온다. 김 모양은 자신이 사는 계단식 아파트에 있는 놀이터에 앉아 불 켜진 자신의 집을 바라본다.


박  모씨는 방에 들어와 소파를 닦고 기도를 드린다. 피곤했는지 기도를 드리던 중 잠에 들었다. 박 모씨는 꿈속에서 예수를 만났다. 그 경험은 마치 세상에 자신의 영혼만이 존재하여 우주를 거니는 기분이었다. 예수는 박 모씨를 안아주며 속삭였다. 꿈에서 깬 박 모씨는 그 속삭임을 기억하지는 못했지만 이 성스러운 경험을 어서 신도들과 나누고 싶었다. 날이 늦었기에 박 모씨는 일단 자신의 집으로 향했다. 아내와 딸은 저녁식사를 하고 있었다. 박 모씨는 세안을 하고 그들의 가운데 앉았다. 딸은 말이 없고 아내는 말이 많다. 박 씨는 딸이 말을 좀 했으면 좋겠고, 아내는 말을 안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셋은 식사를 마치고 자신들의 침실로 들어갔다. 박 모씨는 침대에 누워 핸드폰을 보고 있고 아내는 화장대에 앉아 얼굴을 두들기며 계속 지껄였다. 적당히 장단을 맞추던 박 모씨는 아내에게 딸이 무슨 일이 있는지 물어본다. 아내는 원래 그런다며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박 모씨는 자신의 딸이 요즘따라 우울해 보인다며 걱정하지만 아내는 예민한 아이니 괜히 건들지 말고 잠이나 자라며 쏘아 붙인다.


김 모양은 한참을 놀이터에 앉아있다가 집으로 들어왔다. 부모는 그런 김 모양을 걱정하며 무슨 일이 있었길래 늦었는지 다그쳤다. 김 모양은 티브이 위에 걸린 십자가를 보고 그냥 늦었다고 대답했다. 계속해서 부모는 다그쳤지만 김 모양은 끝내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


김 모양은 참을 수 없는 고통에 잠에서 깨어났다. 자신의 아랫도리를 누군가 뜯어가려 하는 듯한 고통이 엄습했다. 괴상할 만큼 큰 비명을 지르는 김 모양에게 부모는 달려왔고 정신이 혼미해진 김 모양을 구급차에 실어 병원으로 이송했다. 응급실에 누운 김 모양 앞에 의사가 와있었고 계속해서 질문을 했으나 대답하지 않았다. 그 뒤로 자신의 부모와 경찰의 이야기하는 모습이 보였다. 김 모양은 자신이 죄스럽다고 생각했다.


증거 불충분으로 박 모씨를 처벌할 수 없었다. 김 모양의 부모는 억울한 마음에 매일 교회 앞에서 시위를 한다. 김 모양은 학교와 집을 옮기고 현재는 정신과 치료와 재활 치료를 받고 있다. 박 모씨는 여전히 자신의 시련에 대해 기도 하고 있으며 박 모씨의 딸은 여전히 말을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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