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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희수 Jul 19. 2020

쥐 가죽이 아슬하게 구겨진 형태를 유지한 채 서있다. 술을 많이 마신 탓에 잘 못 본 것이라 생각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니 알 수 있었다. 정말 쥐의 가죽이다. 뱀이 허물을 벗는 건 알았어도 쥐가 가죽을 벗는다는 이야기는 들어 본 적 없을뿐더러 상상해 본 적 없다. 그럼 저 가죽의 주인, 헐벗은 쥐는 어디에 있을까? 이 낡은 상가 건물에 사는 것인가? 가죽을 벗은 연약한 몸에 쥐에게는 숨기 안성맞춤이다. 밤에 기어 나와 바닥에 떨어진 술안주로 살을 찌우겠지. 다시 두꺼운 가죽으로 갈아입고 다시 가죽보다 살을 찌우면 가죽 허물을 남기고  다시 숨고 살을 찌우기 반복해 어느새 술안주가 아닌 상가에 키우는 개를 먹을 차례가 될 것이다. 난자한 개의 피를 보고 사람들은 동네에 숨은 사이코를 의심할 때 이 술집에 만취되어 돌아다니는 사람을 먹고 점점 커질 것이다. 그쯤에 동네에는 살인마가 산다고 소문이 돌 것이고 개를 죽인 놈이라고 싸잡아 죄를 묶은 뒤 경찰이 수사를 시작할 것이다. 하지만 때는 늦었다. 민중에 지팡이로 때려잡기에 키 2미터 몸무게 200kg의 쥐는 동물적 본능으로 도망 다니며 가로수를 갈아 버리는 이빨로 사람들을 습격해 물리는 족족 뼈가 부러지고 핏줄이 뜯겨 붉은 분수가 아스팔트를 페인트 칠 할 것이다. 등골이 서늘해지면서 술기운이 가라앉는다. 정신이 번쩍 들고 머릿속에서 작은 외침이 들린다. 막아야 된다. 하지만 벌레를 제외한 어떠한 생물도 죽여 본 적이 없다. 혐오스러운 그 촉각을 느끼고 싶지 않다. 손으로는 절대 죽이지 못하고 통으로 가두고 경찰에 신고해야겠다.경찰이 맞나? 119에다 신고를 해야 하나? 내 말을 믿어주기는 할까? 이것이 선구자의 답답함 인가? 숨이 턱 막히고 심장이 두근거린다. 눈을 빠르게 굴려 쥐의 단서를 찾는다. 큰일이다. 어디에도 쥐를 찾을 흔적이 없다. 이미 이 건물을 떠나 도저히 찾을 수 없는 곳에서 탈피를 거듭 반복했을 수도 있다. 그때 흰 자위로 쓰레기봉투들 사이에서 번쩍이는 안광을 봤다. 움직일 수 없었고 먼저 나를 공격해주길 기다리는 게 되는 꼴이었다. 다행히 지나가는 차량의 경적 소리에 정신을 차릴 수 있었던 나는 선제공격을 했다. 발 밑에 놓은 벽돌을 던졌다. 공격이라고 보기보단 겁에 질린 발악에 가까웠다. 벽돌은 빠르게 날아가 안광의 미간을 강타했고 둔탁한 소리와 함께 안광이 사라졌다. 쓰레기봉투 밑으로 피가 천천히 퍼지고 있었다. 나는 천천히 걸어가 쓰레기봉투를 하나 둘 들쳤고 마침 옆에 지나가던 경찰차에서 경찰들이 내렸다. 나에게 무엇을 하는지 물어봤고 발 밑에 질펀하게 젖은 피를 보고 총을 겨누었다. 순순히 체포당했다. 쥐 시체는 쓰레기봉투 밑에 있고 나의 진술은 완벽할 테니 말이다. 조사를 받았지만 경찰들은 내 말을 믿지 않았고 쥐의 시체는 쓰레기봉투 밑에 없었다. 빨간 피는 쓰레기봉투가 터져 나온 정체 모를 액체였다고 한다. 술에 절어 경찰 앞에서 아침을 맞이한 나는 근처 해장국 집에서 밥을 먹었다. 오전 시간이라 가게 안은 나와 일하는 아주머니뿐이었다. 고개를 박고 허기진 배를 채우던 중 주방에서 냉장고가 쓸어지는 소리와 함께 외마디 비명이 들렸다. 이어서 들리는 소리는 쥐의 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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