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양희수 Nov 09. 2020

몽피스텔 202호

등장인물


이태희(여)    작가를 꿈꾸지만 현실에 부딪혀 포기하고 돈이 될 일을 하고 있다. 

조연서(여)    꿈을 이룬 방송 조연출 3년 차. 하지만 꿈꿔 왔던 거와 다르게 현실은 힘들고 재미없다. 

문다미(여)    꿈도 되고 싶은 것도 하고 싶은 것도 아무것도 없다. 그냥 살아갈 뿐 희영과 남매

문희영(남)    대학 시절에 사이클로 대회를 휩쓸었지만 부상을 입어 관두게 된다.  군대 갔다 온 후 현재는 재활                       치료사로 근무 중


(꿈) 무대가 밝아지고 희영은 무대에서 사이클을 타고 있다.

사람들의 환호성을 들리고 희영은 힘차게 사이클을 밟고 있다.

관객의 몰입이 고조되는 가운데 희영이 타고 있는 사이클이 쓰러지고 희영은 아파하면서 꿈에서 깨어난다.


(현실) 희영 바닥에서 뒹굴고 있다.


다미     야. 뭐야. 너 거기서 뭐해

희영     사이클 타다 떨어졌어

다미     뭔 소리야. 시끄럽게 하지 말고 자


태희 방에 들어오며


태희     자긴 아침이야 일어나 자자자! 일어나. 일어나 다미야

다미     (짜증 내며)아 진짜! 네가 일어난다고 다 깨우지 좀 마! 이 부지런한 참새 같은 년아

태희     야 오늘 다 같이 여행 가기로 한 날이잖아. 얼른 일어나 얼른! 기차 늦겠다.


희영 일어나서 물 마시러 밖으로 나간다.


다미      (다시 자려고 누우며) 안가 안가

태희     누구 마음대로 인원수 맞게 다 예약해놨잖아

다미     내 거 취소해

태희     나중에 왜 그때 안 깨웠냐고 난리 피울 거면서 내가 그 소리를 또 들어? 얼른 안 일어나?

다미     아 문희영 때문에 자깸 못해서 억울하단 말이야 떡볶이 먹는 꿈 꿨는데

태희     자깸이 뭐야?

다미     자연스러운 깸

태희     (어이없다)아 그냥 일어나


희영 손에 페트병을 들고 물을 마시며 들어온다.


희영     연서 누나는?

태희     어제 야근한다고 하고. 아직 안 들어왔어

희영      여행 날 아침에도 일하느라 안 들어왔다니. 이야~ (손가락 따봉) 나 먼저 씻는다.

태희     응. 야 문다미 너 안 일어나?


태희 다미의 이불을 확 빼앗는다.


태희     자. 빨리 일어나 


태희 이불을 들고 퇴장한다.


다미        으... 선생님 얼어 죽을 것 같아요. 제발 살려 주세요. 어.. 엄마? 엄마 잘 있지? 어? 엄마? 강 건너서                    이쪽으로 오라고 손짓하는 거야?


태희 방으로 들어오며


태희     어. 한강 건너에 잘 계셔 어제 나한테 연락 오셨어. 강 하나 건너인데 왜 이렇게 얼굴 비치러 안 오냐고

다미     (앉아서) 당연히 안 가지. 가면 아직도 그 나이 먹고 알바나 하냐고 뭐라 하는데 (엄마 성대모사)”                        대학은 왜 보내 갔고 그 돈이랑 시간이면 기술 배워서 한 사람 몫은 했을 텐데.. 쯧쯧” 너는 가고 싶겠니?

태희     그건 네가 알아서 하시고요. 저한테 전화 안 오게만 해주세요. 그리고 얼른 준비해!

다미     (일어나며) 네~ 네~



희영 나오고 다미 들어간다.

연서 등장.

무대를 가로질러 걸어간다.

회사에서 밤을 새운 듯 피곤해 보인다.


희영     누나 왔어?

연서     (무심하게) 어.


연서 무대 반대편으로 사라진다.

다시 반대편에서 나온다


희영     누나 피곤해서 여행 갈 수 있겠어?

연서     어.


연서 다시 퇴장


태희     희영아 어제 짐 싸놨어?

희영     거의 다 쌌어


희영 짐 싸러 간다.


태희     빨리빨리. 시간 없어. 다미는 당연히 안 쌌겠고 (무대 밖 연서에게) 연서는 짐 쌌어?

연서     (무대 밖에서) 쌌어


연서 다시 지나간다 짐 가방 들고


태희     (연서를 잡고 앉힌다.) 앉아 있어

연서     (중얼중얼) 스트레스 스트레스 감독 새끼 죽여 버릴 거야


다미 정신없이 이리저리 뛰어다닌다.


다미     내 거 고데기 못 봤어?

태희     내가 챙겼어

다미     세면 용품은 챙겨 가야 되나?

태희     가면 있어

다미     나 민감 피부라 집에 있는 거 써야 되는데

태희     그럼 얼른 챙겨

다미     속옷!!!


희영 천천히 나온다


희영     나는 끝

다미     읽을 책 좀 가져갈까?

희영     언제부터 책 읽었다고?

다미     기차에서 지루하니깐 수면제가 필요하잖아~


태희 다미를 멈춰 세운다.


태희     자! 이제 그만! 출발하자.

다미     응!


다 같이 문을 열고 퇴장하려는데

밖에서 번개가 친다. (쿵쾅 번개 천둥 쿵쾅!)

태희 집으로 들어와 TV를 켠다.


연서     (리포터) 뉴스 속보입니다. 현재 태풍 엘리사가 한반도를 지나면서 전국에 호우주의보가 내려져                         있습니다. 강한 바람과 번개가 동반되니 외출을 금하시는 게 좋습니다. 현재 강풍으로 인해 서울에서                 호남으로 내려가는 열차가 탈선되어 복구 작업이 들어갔습니다. 인명피해는 없으나 정상운행....


태희 TV 끄고 숙소에 전화를 건다


태희     여보세요? 아. 오늘 예약한 이태희라고 하는데요. 아직 환불되죠? 네…

다미     안돼!! 나 갈 거야!!! 


다미 밖으로 뛰어 나간다

 

태희     (전화하다가) 다미야!!


무대 암전 되며 갑자기 천둥번개 친다.

핸드폰 불빛이 들어온다.


<과거>


인물들이 과거의 옷으로 갈아입는다.


희영     정전인가? 태희 누나 두꺼비 집 어디 있어?

태희     일층에 있을 텐데 내가 갔다 올게 

희영     갑자기 안보이니깐 무섭네 집이 커서 더 무서운 것 같기도 하고 연서 누나 어디 있어?

연서     나 여기 있어

희영     어디~

연서     여기~

희영     아 어디~

연서     너 뒤에

희영     깜짝이야!


불이 들어온다.


태희     번개 때문에 정전됐나 보다. 비가 이렇게 많이 와서 다미 어떻게 오나 데리러 라도 가야 되나    

희영     (연서에게) 누나! 아 놀랬잖아… 다미 누나는 우산 챙겼어 어차피 우리가 가봤자 같이 비만 맞고 오는                 거지 기다려봐 곧 오겠지 

태희     그러겠지

희영     누나 근데 나 배고픈데 뭐 좀 먹자 

태희     아주머니한테 뭐 좀 해달라고 할까?

희영     아냐 우리끼리 해 먹자

태희     괜찮아 아주머니도 우리한테 맛있는 거 해주는 거 좋아하셔 뭐 먹을래? 비 오니깐 전 해달라고 할까?

연서     아니 히히 피자~

희영     그래 피자~

태희     피자 하는 법을 아시는지 모르겠네 일단 여쭤 볼게, 아주머니


태희 퇴장하려다가 

또다시 천둥 번개가 친다.


암전

반짝 조명

다미 무대 위에 서있다.

다 같이 놀라서 비명을 지른다.


조명 인


<현재>

다미     (비에 젖은 모습으로) 여행...  오늘 만을 손꼽아 기다렸는데.. 

희영     누나! 아 진짜 놀랬잖아

태희     다미야 감기 걸리겠다. 들어가서 얼른 머리부터 말려.

다미     힝…


다미 머리 말리러 방으로 들어간다.

연서 걸어가서 창 밖을 본다.

희영 말없이 짐을 푼다.

태희 전화로 예약 취소하고 있다.


태희     여보세요? 아 죄송해요. 전화하다가 갑자기 정전이 돼서요. 환불은 입금했던 계좌로 넣어주시면                         돼요. 네? 네 감사합니다. 네.

연서     아무 데도 못 가겠네. (무대 중앙 앞으로 나와서)와 간판 날아간다.

태희    어렵게 다들 휴가 맞춘 건데.. 태풍이 오냐. 아니 어떻게 아무도 날씨를 확인할 생각을 못했지?

희영    우리가 그렇지 뭐. 집에서 티브이나 봅시다


희영 TV를 켠다.


다미     다음은 cpbs 특선 영화 무덤에서의 부활이 방영됩니다.


희영의 옆에 나머지 인물들이 앉는다.

다미는 머리를 말리고 맥주를 꺼내서 들고 온다.


다미  (태희에게) 마실?

태희     굿

희영     나는?

다미     줘?

연서     나도

다미     웬일?

연서     오랜만에 정말 쉬어야지, 겨우 낸 휴가인데  


다미 맥주를 나눠 주고 앉는다.


다미     그래. 이것도 나쁘지 않네 

태희     너는 맨날 이렇게 보내면서 

다미     그래서 이것도 나쁘지 않네 

태희     그러니깐….

다미     (끊고 들어오면서 울먹) 나쁘지 않네

태희     그래. 


티브이에서 좀비 소리가 난다.


희영     으 디스커스팅. 이거 좀비 영화야?

태희     진짜 저런 세상이 오면 어떨까?

연서     나는 환영이야

다미     헐 왜?

연서     회사 생활 개 피곤해. 가끔 정말로 지구에 빙하기나 공룡이 멸망했을 때처럼 행성이 떨어졌으면 좋겠어

태희     그거 가설이야 차라리 태풍에 다 쓸려 나가길 바라지 그래

연서     그것도 좋네


(사이)


희영     나는 바빠지겠다.

다미     왜? 

희영     사람들이 맨날 일 만하다가 오랜만에 뛰니깐 관절 같은데 다치는 사람이 많지 않을까?

             어쨌든 사람들은 좀비한테서 도망치려면 무릎이 온전해야 살아남지 그러해서 재활치료받으려고 다                   내가 일하는 데로 몰릴 거 아니야.

연서     그전에 재활 센터가 온전히 있겠냐

희영     상상이지 상상. 그렇게 따지면 애초에 좀비도 없어.

다미     나는 좀비 싫어. 냄새 날 것 같아.

태희     냄새만 나겠니? 지금처럼 우리 여기서 꼼짝도 못 하고 캔 음식만 먹으면서 살아야 돼 

연서     나쁘지 않은데. 잠 실컷 자겠다. 일 안 해도 되고.

다미     그래. 모두 다 그냥 그렇게 사는 거지. 야 문희영 너는 자전거 타고 도망가면 되겠다.

연서     그래! 맞다. 희영이 사이클 했었지?

희영     (다미에게) 남의 아픈 과거 들추지 마시고 맥주나 쳐 드세요.


(사이)


다미     태희야 너 요즘 글은 계속 쓰고 있어? 

태희     (당황하며) 갑자기 뭘 그런 걸 물어봐

다미     그냥 뭔가 분위기가 그렇잖아 비도 오겠다. 집에 오순도순 모여서 맥주 마시고 뻔하고 진지한 이야기                 하기 딱인데 

희영     그래 이야기해봐 태희 누나는 자기 얘기 잘 안 하니깐

태희     글쎄. 나는 지금 글 쓰는 것보다 이게 좋아. 너네랑 가끔 여행도 가고 맥주나 마시면서 시간 보내는 게.              그리고 글 쓰면서 회사 생활할 수 있겠어? 없는 시간 쪼개서 쓰면 쉬는 시간도 없어서 사람 피폐해져,                   회사 생활도 뭐 딱히 불만 없고 월급도 안 밀리고 잘 나오겠다. 좋아  

다미     나랑 같구나 

희영     응?

다미     회사 다니는 것 빼고.


(사이)


다미     연서야 너는 좋겠다. 네가 하고 싶은 것 하면서 사니깐. 곧 네가 하고 싶은 프로그램도 만들고 연출도                 할거 아니야.

연서     내 다크서클 안 보이냐?

다미     그래도 넌 최소한 뭐할지에 대한 고민은 없잖아 

연서     모르겠다. 진짜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인지. 하루하루가 비포장 길을 수레 끌고 달리는 것 같아. 선배들은               여기서 5, 6년만 버티면 포장길로 바뀐다는데 그때까지 내가 계속할지도 모르겠고. 무엇보다 내가 이                 을 왜 꿈꿨던 건지도 이젠 잘 기억도 안나.

태희     (급) 절대 포기하면 안 돼. 절대!

연서     뭐야. 얘 갑자기 왜 이래

태희     (당황해 횡설수설한다) 아! 아니 뭘 해도 불만은 있기 마련이고 네가 하고 싶은 일이었잖아. 분명 좋은                 일이 있을 거야. 노력하는 자에게는 복이 온다고 하잖아? 그리고 친군데 꿈을 포기하면 안타까워서!                  무슨 말인지 알지?

연서     그래… 고마워 

태희     (뻘쭘해서 급하게) 희영아 희영아 너는 어때

희영     뭐가?

태희     재활치료사 일은 할만해?

희영     (덤덤) 뭐 그렇지. 안 힘든 게 어디 있겠어. 다 힘들지.

태희     음… 그렇구나


 (사이)

다미     끝이야? 니 이야기 좀 해봐

희영     뭐?

다미     사이클 탔을 때 이야기 

태희, 연서  야~


다미 뭘~ 이런 제스처를 취한다.


희영     아냐. 솔직히 전부터 다들 물어보고 싶었잖아. (사이) 사실 아무렇지 않았어


의외에 대답에 다들 조용


희영     코치님이 시키는 데로만 했거든

다미     부모님 등쌀도 심했지

희영     사이클 타는 선수들 모습이 멋있어서 부모님에게 졸라서 시작했는데 재능이 있었는지 다들 잘한다고                 칭찬해주더라고, 그리고 운동이라는 게 기록이나 등수로 눈에 보이니까. 할수록 느는 재미도 있었어.                 그렇지만 시간이 지나다 보니 부모님이 거는 기대는 점점 커지고 위로 올라 갈수록 제한되는 게                          많아지더라고 그래도 재밌었어. 아무튼 승승장구했잖아 나름?

다미     그렇지….


<과거>

환호성 소리가 들리고 

희영은 열심히 무대를 돌며 달리고 있다.

태희 연서 다미 무대 가운데 서서 희영을 응원하고 있다.


연서     희영아 파이팅 

태희     달려라 달려!

다미     문희영 문희영 문희영


태희 기도한다.


다미     좋아 문희영 그대로 달려 일등 유지하면서

연서     다미야 우리 희영이 이름 다시 외치다

다미 연서  문희영 문희영 문희영


다미와 연서 문희영을 계속 외치다가

희영 무대에 미끄러져 쓰러지면서 우당탕탕

다미 연서 태희 모두 놀란다.

다미연 서태희      희영아!


<현재>

희영     그렇게 그렇게 별 탈없이 갈 줄 알고 있다가 쾅! 갑자기 브레이크가 걸린 거지, 눈 떠보니 병원                            이더라고 어머니는 울고 있고 아버지는 담배만 계속 피우셨어 부서진 건 내 다리인데 우리 가족도                       부서져 버린 것 같더라고 오히려 당사자인 나는 덤덤했는데 말이지, 결국 재활 치료를 하는데 담당                     선생님이 친절하시고 잘해주셔서, “아 나도 이분처럼 남을 도우면서 살아야겠다.” 그때 결심이 섰지                   그렇게 꿈이 넘어가는 부분이 자연스럽게 변하니깐 아무렇지 않더라고 

연서     사고 낸 선수, 원망하지는 않았어?

희영     음… 안 했다면 거짓말인가? 아냐. 안 했어 그저 그냥 놀랬어 그게 다야 

(사이)

태희     그랬구나. 말해줘서 고마워.

희영     아니야. 말하고 나니 편하네

다미     다 컸네. 우리 동생


다미 희영의 등짝을 때린다.


희영     아! 누나!!


좀비 소리 

희영 히익

다미 놀램

태희 깜짝

연서 무덤덤


태희     다미 너는?

다미     어? 나? 

태희     너는 어때 요즘?

다미     알잖아. 나는 그냥 이렇게 사는 게 좋아. 인생사 새옹지마! 어떻게 든 되겠지 될 년은 된 안될 년은 뭘                   해도 안되고 

연서     그래서 알바만 하고 살겠다?

다미     뭐야. 충고하게?

연서     아니. 그냥 물어보는 거지 

다미     이렇게 살다 보면 뭔가 보이겠지

태희     결국 길을 찾는 중인 거네 방식이 다를 뿐이지                                       

다미     그런가.. 아냐 아냐 찾지는 않아 그냥 

연서     그냥?

다미     그냥


크레디트가 올라온다. 


희영     끝났네, (기지개 켜며) 볼만했다.

연서     한잔 더 하자


다미 전화 온다. 방으로 들어가며


다미     여보세요?


다미 퇴장


태희     오징어 구워 먹자 

희영     어? 있어?.

태희     (나가는 희영 보면서) 저번에 내가 사 왔어. 있을 거야.


희영 오징어 찾으러 나간다

연서 태희에게 핸드폰을 건넨다.


연서     태희야 이 사람 글 읽어볼래? 

태희     뭔데?

연서     요즘 인스타에서 관심 있게 보는 사람인데 감성도 있고 잘 쓰더라. 어때? 너랑 느낌이 비슷한 것                         같기도 하고

태희     (읽다가) 음… 비슷하다는 게 어떤 느낌인지 알겠네, 근데 이 부분은 좀 아쉽네 단어가 정  정확하지                     않은데

연서     그래 나는 그래서 좋은데 

태희     (당황하며) 어?

연서     항상 다 짜인 것처럼 있으면 매력 없잖아 부족한 면이 있어야 다른 것들이 더 돋보이지 그리고                       누군가 한테 글을 보여주는 게 쉽지 않을 텐데 꾸준히 일주일에 하나씩 글을 올리거든 그런 점이                         좋아 일할 때 짬짬이 읽으면.. 아 미안

태희     어… 그렇구나

연서     (쩔쩔) 내가 뭐라고

태희     아냐


다미 등장 

오징어 가지고 나오는 희영이랑 마주친다.


다미     몰라 끊어

희영     엄마야?

다미     어 아 진짜 잔소리 듣기 싫어 죽겠어. 희영아 네가 한번 갔다 와 

희영     왜?

다미     아니. 왜 둘 다 올해 들어서 한 번을 안 오냐고 난리잖아 

희영     아 나도 싫어 

다미     나는 더 싫어. 백수인 나보다 네가 낫겠지. 그럼 가위바위보로 정하자 

희영     누나한테 전화한 거니깐 알아서 해


희영 오징어를 내려놓으며 앉는다.


다미     매정한 놈 


다미 노래를 튼다. 


셋이서   오~

다미     기억나?


다미 춤을 춘다. 

연서 일어서서 무표정으로 춤을 잘 춘다.

태희 희영 앉아서 보기만 한다. 

다미 태희를 일으킨다. 

태희 부끄러워하다가 엄청 잘 춘다.

희영 손뼉 치다가 앞에 나서서 엄청난 춤을 춘다.

다미 슬쩍 빠져서 노래할 준비 한다.


<과거>


태희 연서  문희영! 문희영! 문희영!


희영 마무리 포즈하고 태희 마이크를 잡는다.


태희     네 지금까지 문희영 학생에 춤을 봤고요. 다음은 우리 학교에 자랑 명물 슈퍼스타 문다미 학생에                         자작곡 000을 듣겠습니다. 힘찬 박수 부탁드립니다.


다미 바로 노래 시작

태희는 엠씨처럼 서서 듣고

희영과 연서는 옆에 얌전히 앉아서 듣는다.

흔들흔들

끝나면 박수


<현재>

태희     옛날 생각나고 좋네. 학교 축제 때 다미 인기 진짜 많았는데. 얘 보려고 다른 학교에서 오고 난리                         났었잖아? 다미가 끼도 많고 노래도 잘했지 춤도 잘 췄지

다미     그땐. 이렇게 될지 몰랐지. 아!!! 그때 연예인 연습생이라도 됐어야 되는데 지금은 늦었겠지?

희영     많이


다미 희영을 째려본다.


연서     이렇게 같이 살게 된 것도 신기하다. 

희영     그러게 학교 졸업하고 나서도 이렇게 붙어서 살 줄 알았나?

다미     그래서 지겹냐?

희영     아니 좋다고~

태희     그래 좋지. 이렇게 잘 맞는 사람들끼리 사는 것도 드문 거야 

다미     그래도 우리 중에는 한 명 연서는 성공했네.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살고 

태희     그렇지. 자신이 하고 싶은걸 한다는 건 정말 축복이야. 


<과거>

희영     그래서 누나 붙었어?

연서     아니

다미     이번에는?

연서     아니… 

태희     이번에도?

연서     응…. 아니! 붙었지~


희영 다미 태희    (환호) 잘됐다.

태희     이번 작품 진짜 하고 싶어 했잖아

희영     누나가 좋아하는 감독이라고 

연서     응 이제 시작이다.!! 다 죽었어 

다미     그래 오늘 파티다 축하파티!


짠!

짠!

짠!


<상황 변경>


연서     우엑

희영     아 조출 벌써 끝난 거야? 4차까지는 가야지 아직 2차야

연서     아닙니다 감독님 저 할 수 있습니다.

희영     그래 그래 그래야지 우리 조연출 아주 파이팅 넘쳐

연서     넵!

태희     감독님~ 저희 빨리 3차 가요~

희영     아 그래야죠 배우님~

다미     감독님 어서 오세요. 여기 근처에 횟집 아는 데 있는데 굉장히 잘해요. 예약해 놨으니깐 얼른 가요.

희영     아 그렇습니까? 좋습니다. 갑시다. 

연서     우엑~

희영     야 조출 

연서     넵

희영     카드 있지?

연서     네?

희영     얼마 안 나왔으니깐 일단 계산하고 나중에 정산해 (걷다가) 아 조출 지금 가는 데는 어딘지 알지?                       나머지 분들도 잘 모셔오고 이따 봐


무대 가장 높은 곳에 올라간다.


연서     아 쓰바 그만두고 싶다.!!

다미     갑자기 웬 지랄?

연서     재미없어~ 꼰대 감독 새끼는 맨날 개소리만 지껄이지 새로 들어온 신입 스태프들은 말귀 졸라게 못 쳐                   알아듣지 나머지 놈들은 어떻게든 감독 눈에 들려고 염병을 하지 않나 내가 연출 공부하러 온 건지                     강제 노역 온 건지 모르겠는 육체노동과 밥 먹듯이 하는 야간 촬영 또 술은 얼마나 자주 처먹는지                       우리나라 술집은 우리가 다 먹여 살리는 것 같아 진짜 지친다 지쳐!

희영     많이 쌓였네 고생이 많구나 

연서     고생뿐이겠어? 아주 피똥 싼다. 

희영     워워

다미     내가 저래서 꿈을 이루지 않는 거야.. 꿈은 꼭 직업이어야 돼? 내 꿈은 평생 침대 밖으로 나가지 않고 ㅍ               드라마 정주행 하면서 세끼 떡볶이를 먹는 게 꿈이다.!

희영     어쩌면 가장 원대한 꿈일지도…

다미     다 같이 짠하자!

태희     연서야 내려와 

연서     아니 나 여기서 떨어져 버릴 거야 

태희     그래서 뭐 할 건데

연서     그럼 다리 부러져서 몇 달 쉬지 않을까?

태희     그럴 리가.


희영 연서를 들어서 앉힌다.

다미     다 같이 짠 하자~


다 같이 짠

다미     야 맥주 빨리 마시기 대결 하자!

연서     좋다!

태희     야 취했어

희영     그래 적당히 마셔 

다미     노노~ 비도 오고 여행도 못 가게 됐는데 여기서 멈출 수 없지 억울해서라도 오늘 끝까지 달린다!

연서     달린다!

다미     야 문희영 너에게 도전장을 내민다. 너의 속도 내가 따라잡아 주겠어

희영     아 됐어 안 해 

다미     기권인가~ 사이클처럼 한번 무너졌다고 포기할 셈인가?

희영     뭐?

다미     덤벼라 느림보 너의 속도 내가 이미 뛰어넘었지만 또 뛰어넘어 주겠어

태희     뭐래 

희영     그래 문다미 덤벼라 나태한 누나한테 그런 소릴 듣다니 싸이클로 단련된 내 허벅지가 운다.

태희     그거랑 술 빨리 마시는 거랑 뭔 상관인데

연서     그럼 준비하시고 하나 둘 셋


다미가 더 빨리 마신다. 


다미     나의 승리 무릎 꿇어라

태희     헐 진짜 빠르다 


희영 무릎 꿇고 좌절한다.


희영     집에서 놀기만 하는 백수한테 지다니..

다미     매일 네 캔에 만원을 마시며 단련한 나를 무시하지 마러라! 그리고 백수 아니다. 반백수다!

연서     좋아 다음은 내 차례다.

다미     덤벼라 다크서클 좀비 

태희     애들아 괜찮겠어?

다미     쉿 기다려라 매일 아침잠을 방해하는 부지런한 참새 같은 년 내 꼭 오늘 너의 목을 따리라

태희     핀트 나갔구먼

희영     좋아 내가 숫자를 세지 

다미     좋으실 대로 

희영     하나 둘 셋!


연서 이긴다.


다미     좀비한테 지다니

연서     매일 회식으로 단련된 내 목구멍을 간과했구나 어리석은 자여 자 마지막 보스만 남았다.

태희     나?

연서     그래 덤벼라 애늙은이

태희     안 해

연서     도발을 원하는 건가 

태희     그래도 안 해 

연서     이 글쟁이

태희     노 대미지

연서     이 이.. 약점이 없어 너무 모범 인간이야

태희     훗


다미 연서에게 속닥속닥


연서     너 사실 몰래 글 쓰고 있는 거 알고 있어, 너 컴퓨터 책상 세 번째 칸 열어 봤을 때 잡동사니 창고처럼                   보이지만 그건 우리를 속이기 위한 위장이고 사실 제일 안쪽 핸드폰 상자 뒤에 우리 몰래 쓰는 원고가                 있다는 것을! 네가 뭐 숨기는 데가 뻔하지 하하라고 다미가 그랬어   

태희     야 문다미 언제 봤어

다미     항상 봐왔지 

태희     어?

다미     집에 혼자 있다 보면 할 짓 없어서 재밌는 거 없나 여기저기 뒤지게 되거든 그때 찾았지                                      왜 숨기는 거야 애늙은이!

연서     애늙은이!

태희     야 왜 남에 서랍을 마구 뒤져

           다미 방에 들어가서 원고를 꺼내온다.

다미     짜잔

태희     야~ 하지 마!


다미 도망치면서 읽는다.


다미     몇 번에 기침이 모두의 시선을 집중받기에 충분한…. 


태희 뺏는다.


태희     진짜 하지 말라니깐!

다미     좀 읽어보자.

태희     싫어

다미     우리한테 숨길 게 뭐 있어

희영     그래 누나 그렇게 까지 해서 숨기는 이유가 뭐야?

태희     말 못 해 

다미     비겁하다. 모든 증거가 나왔는데 발뺌할 셈인가 어서 자백해라!

연서     자백해라!

희영     그래 누나 나도 이야기하고 나니깐 속이 편해지더라고 말해봐

태희     안돼..

다미     말해라

연서     말해라

희영     누나…

다미     말해라

연서     말해라

희영     누나…

다미     말해라

연서     말해라


<과거>

다미 연서 집안 곳곳에 빨간 스티커를 붙인다.

희영     누나… 괜찮아?

태희     어… 괜찮아 밥 아직 안 먹었지 내가 차려달라고 할게 아주머니…. 아 맞다 이제 안 계시지

희영     나 지금 배 안 고파.. 나중에 누나들 오면 같이 먹자 일단 짐 정리하는 거 도와줄까?

태희     아냐 그냥 둬 나중에 내가 할게 찾아와 준 것만으로도 고마운데

희영     당연히 와야지 다미 누나랑 연서 누나 곧 온데 조금만 기다려


다미 연서 무대를 돌아서 들어온다. 


다미     태희야!

태희     애들아..


태희 다미와 연서를 보고 울음을 터트린다.


연서     어떻게 된 거야?

태희     엄마는 병원에 누워있고 아빠는 연락이 안돼 

다미     태희야… (사이) 일단 우리 집으로 가자 내가 엄마한테 말해놨어 

태희     아냐.. 나 엄마한테 가봐야 돼 나라도 옆에 있어야지 와줘서 고마워

연서     당연히 와야지 

다미     이봐 우리 태희 얼굴 반쪽이 됐네 

희영     좋아 요리실력 좀 발휘해 볼까? 누나들 앉아 어서어서 

다미     야 그거 빨간딱지 붙었는데 써도 돼?

희영     어 괜찮아 괜찮아 얼른 앉아 냉장고에 식재료 많네 내가 필살기 보여 줄 테니깐 기다려  태희 누나 이거 먹고 가도 되지?

태희     응..

희영     오케이 기대하시라


<현재>

태희     그날 이후 아빠는 아직도 연락이 안 되고 빚은 엄마가 다 떠안았지 나는 밤 낮 없이 일한다고 좋아하던                 글을 쓸 시간이 없는 거야 그렇게 일 년 이 년 시간이 지나다 보니 빚쟁이들이 안 찾아 올만큼 빚은                     갚았지 그래서 이제라도 글을 써보자 했어 마음 안에 사라진 줄 알았던 욕구가 울컥울컥 어느                             순간부터 솟아나더라고 하지만 너무 오랜만에 쓴 건가. 아무튼 모르겠는데 내 글이 도저히 못 봐줄                     정도로 엉망이더라고 그래서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았던 거야 그래도 서운해하지 마 멋지게 등단해서                 알려 주려고 했으니깐!

희영     누나 마음 알지 혼자서 마음고생 많이 했다는 거  

다미     그래서 앞으로는 어떻게 할 거야?

태희     말했잖아 등단할 거라고 

다미     언제!

태희     자신감이 붙을 때

다미     지금도 충분히 좋아 일단 먼저 내자 

태희     아니야 아직 엉망이야 

연서      하고 보는 거야 그리고 나는 뭐 한 두 번 떨어졌냐? 먼저 꿈을 이룬 선배로써 충고할게 

다미     연서야 나 충고 싫어하지만 이번 말은 맞다!

태희     알겠어~

다미     좋아 짠!

다 같이   짠!


다미 책상에 쓰러져 잔다.


연서     어 다미 잔다. 

태희     아 나도 졸리다.

희영     누나 일어나 누나 에휴.. 진짜

연서     나 먼저 잔다.


연서 퇴장


희영     뭐야 도망가기야?

태희     내버려두어 얼마나 피곤하겠어 밤새고 온 건데 같이 다미 옮기자. 

희영     아냐 누나도 가서 자 내가 정리하고 깨워서 갈게 

태희     괜찮겠어?

희영     응 먼저 자 

태희     그래 부탁할게 고마워

희영     응 잘 자~


태희 퇴장


암전

약한 불을 켠다 [조명 말고 led등 가짜 촛불로 대체]


<과거>

다미     야 우리 이렇게 넷이서 같이 자니깐 수학여행 온 것 같다. 그렇지 

태희     그러네 

연서     무서운 이야기 하자 

희영     아 싫어 나 잠 못 잔단 말이야 

다미     우리 희영이 애기라서 그런 거 못 들어요~

희영     아 누나 조용히 해 

태희     나중에 우리 어른 되면 이렇게 넷이서 같이 살면 좋겠다. 

다미     헐 극혐 너 맨날 아침에 일찍 일어나라고 깨울 것 같아 

태희     에이 안 그래 

연서     우리가 어른이 되면 뭐 하고 있을까?

다미     나는 연예인!

태희     오 어울려 다미는 워낙 끼가 많으니깐 그쪽으로 가도 잘 되겠다. 희영이는 아무래도 사이클 선수가                     돼있겠지?

희영     그렇겠지 뭐, 누나는 글 계속 쓸 거야?

태희     응 그러고 싶어 내가 책 내면 많이 사야 돼~

희영     당연하지 

다미     연서는 진짜 뭐가 될지 모르겠다.

태희     그러게 연서야 너는 뭐가 되고 싶어?

연서     나 사실 영화감독이 되고 싶어 

희영     진짜? 생각도 못했어 누나 왜 말 안 했어?

연서     뭘 말해하면 하는 거지 

다미     연서답다 

태희     아무튼 오늘 수고 많았어

다미     뭐가 

태희     그냥 

희영     우리 하루 종일 놀았는데?

태희     응 그래도 노는 것도 고생이지 

연서     역시 애늙은이 

태희     수고 많았다!

다미     그래 수고 많았다!

희영     수고 많았다!

연서     수고 많았다!


암전


<현재>

아침 새소리


태희     야 야 일어나! 애들아 일어나!

다미     아 또 왜 오늘은 쉬는 날인데 깨우고 난리야

희영     아 누나 왜~


연서 부스스 일어난다.


태희     밖에 봐봐 하늘이 너무 깨끗해 

희영     어 그러네 날씨 엄청 좋다.

연서     어제 날아다니던 간판 저기에 꽂혀있네

다미     아 눈부셔

태희     지금이라도 여행 갈까?

연서     다 취소했잖아 

태희     너네 휴가 몇일씩 냈을 거 아니야 가까운데라도 가자 

희영     그럴까?

다미     아 몰라 나는 그냥 잘래 

태희     야 문다미~

연서     나 짐 챙긴다. 

태희     가는 거지~

희영     그래 가자! 어디로 갈까 동해? 서해? 아님 아예 산으로 들어갈까? 관광지도 좋고

다미     잘 다녀오세요~


태희 다리에 이불을 뺏는다.


태희     야 문다미 일어나 아침이야!


<끝>

연서     현재 태풍 엘리사가 한반도를 지나 북쪽으로 이동하면 태평양 저기압 기류와 만나 소멸했습니다.                       한동안 화창한 날씨가 계속될 것으로 보이며 나들이….


노래가 들어오면서 조명이 들어오고 배우들 무대인사


<끝> 

작가의 이전글 투명인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