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양희수 Feb 14. 2021

[2]

문으로 향 향했다. 인기척이 났다. 현관문 바닥의 틈새로 그림자가 졌다.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목에 강력한 통증을 느꼈고 나는 순식간에 벽으로 밀려나 공중에 두발이 떴다. 턱이 치켜 올라갔지만 힘겹게 아래를 볼 수 있었다. 낮에 본 아이였다. 작고 왜소한 몸체 때문에 아이라 생각했는데 얼굴은 성인 여자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나에게 알약에 대해 물었다. 나는 먹었다고 했다. 그녀는 얼굴이 얼어버리며 나를 바닥에 내팽겨 쳤다. 목을 감싸고 기침을 했다. 목에 통증은 가라앉지 않았다. 도망칠 생각으로 그녀를 봤다. 고민에 빠진 표정이었다. 나는 창문을 향해 뛰었다. 기억에 창문을 나가 오른쪽 벽에 바로 긴 통이 바닥까지 연결되어 있다. 통을 잡고 떨리는 다리를 진정시키며 내려왔다. 바닥에 발이 닿고 내 집의 창문을 봤다.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다. 뒤 돌아 도망가려 하는데 통을 한 팔로 잡고 내려오는 그녀를 봤다. 철로 된 팔, 아까 내 목을 조였던 팔 말이다. 그녀는 언제든지 잡을 수 있는 쥐를 여유 있게 놓아줬던 것처럼, 내 도망은 그녀의 능력 안에서 벗어나지 않는 일이었다. 그녀는 자신을 따라오라고 했다. 엄청난 위협이 깔린 목소리였다. 그녀를 따라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골목으로 갔다. 충분히 와봤을 법한 거리인데 생소한 곳이었다. 그녀는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으로 나를 밀어 넣었고 나는 어둠 속에 문이 있는지 분간하기 힘든 곳까지 내려왔다. 그녀가 문을 향해 노크를 했고 커다란 자물쇠가 열리는 듯한 큰소리가 울렸다. 휠체어를 탄 남자가 나왔고 심하게 말랐다. 다리는 기계로 된 다리였는데 왜 휠체어를 탔는지 모르겠었다. 간혹 기계를 달고 기존에 신체와 맞지 않으면 작동이 불가해 평생을 짐덩이처럼 달고 다녀야 한다는데 그런 부류가 아닌가 싶었다. 안쪽에 하나의 방이 더 있었다. 그 안으로 들어가니 수술실 같아 보였다. 그녀는 나에게 그 방 한가운데에 있는 침대에 누우라고 말했다. 망설였지만 다시 목이 졸리기가 싫었다. 여차하면 폭력을 써서라도 도망쳐야 한다. 휠체어를 탄 남자는 벽에 걸린 기계 팔 하나를 들고 와 그 팔에 달린 손을 내 배 위에 올려놨다. 팔에서는 적색 빛이 나왔고 나는 아무런 느낌이 들지 않았기에 고개를 조금만 올려 바라보았다. 남자는 기계 팔에서 나온 화면을 봤다. 아무래도 몸 안을 보는 듯했다. 오래 보지 않고 나를 방 안에 두고 둘이 나갔다. 둘의 말소리가 들렸지만 내용까지는 들리지 않았다. 휠체어를 탄 남자가 들어왔다. 한동안은 이곳에서 지내라고 했다. 나는 왜 그래야 하는지 물었다. 그녀가 그 남자의 뒤에서 나를 노려봤지만 궁금함에 어쩔 수 없었다. 내가 먹을 알약은 약이 아니라 몸에 심게 되면 신체 일부와 동기화가 되어 그 신체 일부가 가진 감각으로 정보를 읽어 낼 수 있는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그 알약을 내가 삼키는 바람에 소화기관과 동기화가 되었고 한번 동기화가 되면 떼어 낼 수 없다고 한다. 기능을 제거하는 방법으로는 강력한 전기를 흘려보내 기능을 태워버리는 수밖에 없는데 그렇게 하면 죽음을 당할 확률이 높다고 했다. 당분간 이 곳에 지내면서 방법을 찾아보자는 제안을 했다. 뒤에서 나를 노려보는 그녀의 눈빛에 강제성이 보여 나는 알겠다고 했다. 손목에 진동이 울렸다. 다시 그 강렬한 두통을 느끼고 싶지 않아서 일을 받지 않았다. 

작가의 이전글 [1]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