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에 사자가 살아서 둘러친 우리를 두고 티켓을 팔기 시작했다
첫날에는 아무도 보러 오지 않았지만 이내 소문이 나서 전국 팔도
대륙 넘어 뉴욕 파리 이집트 모스크바에서도 찾아왔다
거기는 사자가 없나 의문이 들었지만 뭐 어떤가 돈만 벌면 되는데
마당에 사자는 빙빙 우리를 돌면서 관람객들을 보며 침을 흘렸다
밥을 안준지 일주일째 여전히 빙빙 돌면서 침을 흘린다
갈빗대 수를 세어보니 열여섯 개 손가락을 튕기면 매어지는 울음
우리를 걷고 사자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 보려 한다
내 팔을 물고 씹어보는 사자는 이내 바닥에 몸을 뉘었다
사람들은 야유를 했고 나는 고개 숙여 인사를 했다
사자를 질질 끌고 집으로 왔다 피를 빼고 가죽을 벗겨 거실에 깔았다
더 이상 우리가 필요 없으니 근처 고물상에 팔았다
목숨 값이 생각보다 저렴해서 놀랐다
친구가 놀러 와 사자 가죽이 참 좋다고 해서 거실에 같이 누웠다
사자랑 나랑 친구랑 잠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