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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희수 Dec 09. 2021

서커스

공중 그네 사이 천막 아래 던져진 몸을 코끼리의 울음이 핥고 지나

비교할 수 없는 무게를 가진 나무를 집어 뼈의 정렬을 맞춘다 

천막의 틈을 포장하는 금색 원피스 한 겨울의 나이테를 둘러 

여름과 둘이 합이 꽤나 괜찮은 퍼포먼스를 보인다 

얕은 공중에서부터 쌓아 올린 픽셀의 합이 나를 받아준다는 믿음

수명이 정해져 있어서 모래판 위에 도장을 찍지 않는다는 믿음

일 차선 도로에서 어떤 차가 먼저 잘 못 들어 선 것인지 

뒤에 가득 정체된 차들의 경적 소리만 울고 먼저 나서질 못한다 

부정하면 누가 묻는 말에 더듬는 창피를 당할까 봐서 

둘을 긍정하고 박수 소리에 반응하는 고개가 절로 숙여진다 

긍정하지 않으면 원망하지 못하니깐 

외로운 단장이 비쩍 마른 손가락으로 피우는 담배의 끝이 구부러지듯이 

살아있음은 추앙받고 몸은 노쇠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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