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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희수 Dec 28. 2021

가진 게 너밖에 없는 사람

늘어 터진 운동화 지각으로 선 역 추운 발이 향하는 곳은 변명을 구걸하기 위해 

한 겨울에 입는 수영복 한 여름에 입는 코트 주머니를 꿰매지 않아 멀리 가지 못하고 기껏해야 놀이터만


즐거움은 원하는 것을 주지 않아 즐거우려고 원하지 않은 것을 하잖아 

원하지 않는 것에서 많은 혜택을 주잖아 그러다가 모든 것을 끊어 버릴 것 같잖아 

슬퍼서 우는 게 이유가 항상 되지는 않지 미련하고 무력해서 

경험이라는 변명으로 완치를 바라지만 스스로만 아는 아픔은 낫지 않지 

판도라 상자 끝에 남은 마지막 희망은 영웅을 제외한 모두에게 더한 비극이 아닐까 

 

결국 집 결국 집 결국 집 

대리석으로 된 바닥과 천장 한 벽면의 유리창 

나뭇결을 흉내 낸 장판 천장 구석의 곰팡이 

아늑하게 퍼지는 향수 냄새 

싱크대에서 올라오는 하수구 냄새 

결국 집 결국 집 결국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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