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청한 슬픔

by 양희수

배가 가라앉고 아이들이 잠잠히 죽자 노란 리본이 떴다

나풀거리는 천이 아이들의 머리카락만큼 목을 매어 장식으로

혀가 바닥에 끌리자 횡단보도가 생겨나 그 위로 시뻘건 바큇자국이 선을 긋는다

침몰과 충돌 무엇이 먼저 생겼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충돌이 더 많이 부셨다


동물의 가죽을 벗기는 동물

거기서 시작된 돌림병은 지상을 덮고 잠을 청한다

부러지면 단단해진다는 소문을 받들어 모신다

숫자는 슬프지 않지만 글자는 슬프다

소리는 흘러가지만 빛은 머문다

선택은 온전히 과거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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