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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희수 Jun 28. 2022

무제

사원으로 향하는 길은 그곳을 지키는 탑이 보이는 이들의 시선만큼 그들의 크기만큼 다양한 인도자가 이끌었다 어디서 왔는지 모를 당신의 무릎이 참새의 발과 귀뚜라미의 더듬이가 닿았던 타일에 포개져 타오르는 화로에 꽃을 던진다 당신이 바라보는 천상은 나와 같은지 당신이 머무른 타일 위 아직 온기가 가시지 않은 타일 위에 나 또한 인간의 몸을 이끌고 무릎을 대어 본다 꼬리뼈 끝이 저린 바람이 지나가고 우리의 온기가 느껴지지 않을 만큼 같아져서 당신의 폼을 따라 몸을 낮추어 같은 곳을 바라봐 본다


아 역시나 안도감뿐 남는 게 없는 것이었습니다 손바닥을 나를 향해 안내하는 인도자 그가 내가 왔던 길과 오지 않았던 길 둘 줄 어느 곳을 향할지 묻길래 후자를 택했습니다 나는 그 길을 뒷걸음질 치며 걷다 보니 조금을 알게 되었습니다 당신의 명치에서부터 점차 커진 희열과 절망을 그 표를 사서 잃어버린 숙제를 찾으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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