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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일리 Aug 11. 2024

내가 너를 불렀을 때

간밤에 마라톤에 출전하는 꿈을 꿨다. 2024년 파리 올림픽 중계방송을 보며 경기장 밖 멋진 풍경에 감탄하다가 폐막일이 가까워져서 아쉬움이 컸었나 보다. 그래서 올림픽 일정 중 마지막 경기인 마라톤이 뜬금없이 꿈에 나왔는데 참고로 나는 학창 시절 이후 운동으로서 달리기를 해본 적이  없다.


달리기로 말하자면 학생 때 100미터20초 대로 뛰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어릴 적부터 나는 유난히 '체육'이라는 과목에 약했다. 또래보다 훨씬 키와 덩치가 큰 데다가 움직임이 느렸고, 겁도 많은 쫄보였기 때문이다. 총체적으로 성격이 소극적인 탓도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랬는지 어릴 적에 우리 집 식구들은 가끔씩 나를 '곰이'라고 불렀었다. 칭 정도로? 나는 그에 대해서 큰 인식이 없었고 그냥 그러려니 했다.


커가면서 내 성격은 점점 외항적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사회인이 되어 취미로 운동을 이것저것 시작했는데 나는 예전과 달리 그럭저럭 잘 해내었다. 겁이 많은 건 변함이 없었지만 두려움이 생기지 않는 범위에서 스포츠를 즐겼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거치며 나는 생각했다.


'나도 할 수 있구나.'


운동에 젬병이라고만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나는 마냥 '곰순이'가 아니었던 것이다. 과거 내가 그렇게 불렸을 때, 알게 모르게 나도 그런 타이틀 아래로 내 한계를 설정해버렸나 보다. 나는 원래 그런 사람이니 당연히 못 할 거라는 생각에 도전을 할 생각도 안 하고 말이다.


이를 계기로 누군가를 타인이 명명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얼마나 조심스럽게 이뤄져야 하는지 깨달았다. 특히 정체성이 아직 완성되지 않은 아이들을 부를 때 더더욱! 호칭이나 별명, 애칭은 소중함이 담겨있어야 한다. 그리고 '말이 씨가 된다'라고 부정적인 의미는 되도록 피함이 바람직하다.


다시 내가 곰순이였던 시절 얘기를 해보자면, 워낙 내향적인 성격이어서 자신감과 적극성이 결여되어 있었다. 그래서 체육 시간이 곤혹스러웠다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하다. 가족들의 탓이 아니다. 만 가족끼리 함께 운동하는 시간이 많았으면 어땠을까 생각해 본다.






요즘 필라테스든 헬스든 무언가를 시작하고 싶은데 도무지 시간이 나질 않는다. 이가 어린이집 등원을 하는 동시에 바로 체육 시설로 갈 수 있도록 시간표를 짜봐야겠다. 그리고 날이 조금 선선해지면 아이랑 산책도 많이 가고 등산도 다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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