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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일리 Sep 23. 2024

가을 아침 단상

주말 동안 날씨가 제법 선선해졌다. 아이랑 외출해서 가을을 즐기고, 이래저래 지지고 볶고 바쁜 주말을 보냈다. 그러다 보니 영어책 읽기 및 녹음하기, 글쓰기 등 내 할 일이 밀려서 아이가 등원하기만을 기다렸다. 그제야 온전한 내 시간이 생기기 때문이다.





드디어 화창한 월요일 아침! 아이를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고 커피 한잔을 테이크 아웃 했다. 하늘이 어찌나 푸르고 맑던지 마음과 발걸음이 무척이나 가벼웠다. 집에 돌아와 라디오를 켜니 마침 아름다운 음색의 아이유 노래가 흘러나왔다. 들뜬 마음으로 '이제 할 일을 좀 해 볼까' 했는데...



쿵쿵 뚝딱뚝딱



어느 집에서 리모델링 공사를 시작했나 보다. 그런데 소리가 심상치 않다.  망치질 소리에 이어 드릴 소리가 점점 가까워지더니 집이 울릴 정도가 됐다. 믿기지 않는 현실을 확인하고자 엘리베이터로 가보니 바로 윗집이 공사를 한단다. 아... 이게 무슨 운명의 장난이란 말인가?!





공사 기간은 약 2주일. 그분들은 리모델링을 해.. 해야... 아니, 하셔야겠지. 암만! 그런데 머리로는 알겠는데 마음이 너무 아팠다. 나도 내 시간을 좀 즐기고팠는데 말이다. 소음이 심한 날이 매일 지속되는 건 아니겠지만 그때마다 카페나 어디론가 피해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리고 공사기간 동안 먼지와 분진이 엄청 날릴 텐데... 미세먼지도 없을 것 같은 이 맑은 가을 공기는 어떡하나? 흐앙^^;;;





그냥 내 처지가 안타까워서 글이라도 써 본다. 안타깝고, 아쉽고, 애처롭기까지 하다. 근데 나 가을 타는 거 아니지?


응, 아냐!



길고 여름 끝에 찾아온 청량가을, 그렇지만 유독 짧은 계절 가을을 이렇게 보낼 없어서 나는 설렐 뿐이다. 그래서 이렇게 주저리주저리 떠드는 것일지도? 윗집 리모델링 기간 동안 내 가을을 어떻게 사수할지 궁리를 해봐야겠다. 내 가을은 내가 지킨다! 





오늘의 영감 문장:


나는 글쓰기를 독학으로 배웠다. 처음부터 쓴다는 목적을 가진 건 아니었다. 시작은 읽기였다. 그러니까 독학이 아니라 독서였다.   - 은유 -


독서의 계절 이 가을과 너무나 잘 어울리는 문장이 아닐 수 없다. 오늘은 일단 <토지>를 읽으며 새벽을 열었으니, 남은 시간도 활자들과 공생 관계를 구축해 봐야겠다. 읽을거리도 산더미, 쓸거리도 산더미다. 살짝 압박감은 있지만 사부작, 사부작 끄적이기엔 좋은 동력임이 확실하다. 설레고 기분 좋은 하루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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