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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일리 Oct 05. 2024

엄마의 약속

화분에 물을 주며 생각했다.

언제 물을 주는 게 가장 효과적일까? 낮? 밤?




낮에 광합성을 하는 동시에 물을 끌어당길지,

밤에 휴식을 취하는 동안 물로 보충을 할지,

알 수 없었지만 식물들에게 더 도움이 되는 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근데 나 생물 공부 못해서 모르는 건 아니겠지?)




요즘 32개월이 된 호두에게 나는 마치 잔소리폭격기다.


이러면 안 된다, 저러면 안 된다.



18,18, 숫자 나오는 시기였던 18개월 전후보다는 소리가 줄었다. 그나마 애가 두 돌을 넘기면서 제법 말귀도 잘 알아듣고, 무작정 뭘 해보겠다는 고집은 줄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 장꾸(장난꾸러기)미운 네 살에 접어들고 있다.



딸 바보 남편도 95퍼센트는 수용모드로 가다가 갑자기 엄격해지는 순간이 있다. 주로 안전에 관한 문제다. 애가 안전을 중시하도록 따끔히 일깨워 주는 이다. 그런데 어쩔 때에는 (옆에서 보기에) 훈육 정도가 과하기도 하다. 굳이 그렇게까지 할 것 있나 하지만, '아빠가 저것만은 도저히 그냥 넘기면 안 되겠다고 생각하나 보다' 싶어서 나는 지켜보는 쪽을 택한다.


노파심에서 덧붙이지만 절대 애를 때리지는 않는다. 남편은 그럴 성미가 못 되는 "born to be" 딸바보다. 안전 규율이 지켜지지 않았을 경우 그 결과가 어찌 되는지 아빠가 몸소 체험시켜 주는, 일종의 시뮬레이션 같은 그런 참교육을 진행한다. 직업병이기도 하다.


그런데 문득 남편의 교육 현장을 보고 생각이 들었다.



정작 우리는 자신에게 얼마나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지? 애한테 이렇게 훈육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떳떳한 어른의 삶을 살고 있을까?



Never.


전혀 아니었다. 그리고  근거차고 넘쳤다.


나나 남편은 평소에 운동도 안 하고, 여가 시간을 흥청망청 소비하면서 아이는 책을 읽으며 부지런한 삶을 살길 원한다.


우리는 식단을 철저히 지키는 편도 아니다. 그런데 애한테는 골고루 먹으라고 열두 번도 넘게 말한다.


나는 위선이 싫고 솔직한 게 좋다며 돌직구를 날리고, 잔소리에 짜증 섞인 말도 서슴지 않는다. 그런데 왜 아이에게는 예쁘게 말하라고 지적하는지?



그렇다. 모순 덩어리였다. (적어도 남편은 아닐 수 있다.) 그래, 는 아이 앞에서 떳떳하게 훈육을 할 수 없는 어른이었다. 


아이와 내가 1:1로 모든 상황의 동일선상에 놓여 있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아이를 훈육하는 목적도 분명히 존재한다. 그렇다고 해서 과도한 투머치 훈육(또는 잔소리이자 지적질)이 합리화되지 않는다. 적재적소에, 적당량이 필요한 법이다. 5년 이상을 길러온 화분은 알뜰살뜰히 살피면서 고작 태어난 지 3년도 채 안 되는 아기에게 나는 왜 그렇게 엄격하려 했을까. 식물들은 목소리를 들려주면 좋겠다고 생각했으면서 왜 호두의 목소리에는 귀 기울이지 않고 있을까. 나는 타이틀만 "엄마"였지 자격이 없었다. 그래도 늦지 않게 지금이라도 깨달은 것이 다행인 걸까?


(인생 선배님들 '그렇다'라고 해주세요~~)






오늘 아빠와 발레 교실에 들어갔던 호두는 동작을 거의 따라 하지 않고 앉아 있었다고 한다. 남편은 속수무책이 되어 내게 이미 문자로 상황을 알려왔다. 끝날 때쯤 창문으로 슬쩍 보니, 호두는 선생님이 수업 종료 시에 찍어주시는 도장을 받고 있었다. 도장은 꼭 받고 싶었나 보다. 그런데 도장을 찍어주시는 선생님의 표정에서 당황스러움과 '앞으로 얘를 어떻게 이끌고 갈지'에 대한 막막함이 짙게 서려있었다. 나도 내 딸을 모르겠는데 선생님은 얼마나 힘드실지 짐작이 다.


호두와 발레에 대해서 찬찬히 이야기를 해봐야겠다. 하기 싫은 건지, 아니면 감기 기운에 졸려서 앉아 있었던 것인지 마음속 이야기를 들어보려 한다. 그리고 다음 주는 무조건 내가 아이를 데리고 수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예스맨 아빠 살짝 권위를 잃은 탓에 호두에게 말이 씨알도 먹히지 않는 일이 종종 발생하기 때문이다.  


라서 엄마와 함께 수업에 참여하면서 태도를 바로 하고, 기강을  시간을 가지는 것이 목표다. 엄마의 학창 시절 수업 태도는  아주 좋았다고 자부할 수 있서 나는 나름 떳떳하다. 대신 목적에 부합하는 만큼만 최소로 호두에게 개입을 해야겠다. 육의 목적은 자립이니 아이의 자율성은 존중하면서 올바른 애티튜드를 갖출 수 있게 지도하기로 약속!



나와의 약속이자 아이와의 약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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