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밍웨이는 조국인 미국보다 쿠바를 사랑했다.
그의 작품엔 맑은 쿠바의 하늘과 쪽빛 바다와 쿠바인들이 있었다.
헤밍웨이는 마흔 살에 쿠바의 수도 아바나의 핀카 비히아에 정착해
쿠바와 미국의 수교가 단절되는 1960년까지 그곳에 머물렀다.
1961년 7월 쿠바를 떠난 지 6개월 만에 그는 총으로 생을 마감했다.
헤밍웨이 박물관으로 지정된 쿠바의 핀카 비히아에 가면
그의 생전 모습을 들여다 볼 수 있다.
마치 외출에서 금방 돌아올 주인을 기다리듯
얌전히 정돈된 책상의 필기구와 서재에 가득한 책들
그의 손때 묻은 가구와 앉았던 흔적이 고스란히 남은 의자..
그의 공간은 떠나기 전의 그를 담은 채 정지했다.
사람이 사는 집은 그냥 비우고 채우는 장소가 아니다.
그 사람의 흔적이 고이는 공간이다.
한 동네 살던 그가 떠나고
그 집 앞을 지날 때면 어김없이 그의 음성이 들렸다.
잊었다는 거짓이 통하지 않고
사랑하지 않는다는 변명이 먹히지 않는 곳
변함없이 익숙한 냄새와 음성이 도란도란 흘러나오는
그곳은
금방이라도 문을 열고
맨발로 해사하게 뛰어 나올 것 같은 그만의 공간이다.
사람은 가고
사랑이 떠나도
한때 머물렀던 시간은 더 이상 흐르지 않는다
그곳에 고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