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산책길, 손 시린 계절이 돌아왔다.
서랍에서 낡은 장갑을 꺼냈다.
손바닥으로 땀을 훔친 때가 바로 며칠 전인데
한 겹 덧입는 손등이 낯설다.
시간은
계절은 늘 예고 없이 들이닥친다.
앞을 보지 못하는 우리는 계절의 변화에 둔할 수밖에 없다.
그 여름에,
나는 많은 것을 잃었다.
연이어 닥치는 낯익은 것들과의 이별에 당황하는 사이
여름이 지났고 더불어 많은 것이 떠났다
한 번 잃은 것들은,
곁을 떠난 사람들은 돌아오지 않았다.
또 계절이 바뀌었다.
점점 많은 것이 떨어지고 사라지기 시작했다.
지난여름 무성했던 잎이 하룻밤 새 수백씩 사라진다.
텅 비어가는 거리와 하늘,
잎은 원래 나무의 것이 아니었을 것이다
잃어버린 것 또한 원래 내 것이 아니었다.
내 것은 부르지 않아도 찾지 않아도
잊지 않고 돌아오는 계절풍처럼 선뜩하게 온 몸으로 달려들 것이다.
나는 세 번의 여름을 잃어버리고서야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