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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혜영 Oct 30. 2017

그 여름,


새벽 산책길, 손 시린 계절이 돌아왔다.

서랍에서 낡은 장갑을 꺼냈다.

손바닥으로 땀을 훔친 때가 바로 며칠 전인데

한 겹 덧입는 손등이 낯설다.     


시간은 

계절은 늘 예고 없이 들이닥친다.

앞을 보지 못하는 우리는 계절의 변화에 둔할 수밖에 없다. 

    

그 여름에,

나는 많은 것을 잃었다.

연이어 닥치는 낯익은 것들과의 이별에 당황하는 사이

여름이 지났고 더불어 많은 것이 떠났다     


한 번 잃은 것들은,

곁을 떠난 사람들은 돌아오지 않았다.     


또 계절이 바뀌었다.

점점 많은 것이 떨어지고 사라지기 시작했다.

지난여름 무성했던 잎이 하룻밤 새 수백씩 사라진다.     


텅 비어가는 거리와 하늘,

잎은 원래 나무의 것이 아니었을 것이다

잃어버린 것 또한 원래 내 것이 아니었다.   

  

내 것은 부르지 않아도 찾지 않아도

잊지 않고 돌아오는 계절풍처럼 선뜩하게 온 몸으로 달려들 것이다. 

    

나는 세 번의 여름을 잃어버리고서야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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