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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혜영 Nov 27. 2016

JI -NOTE

첫 갈피를 펼치며


너를 기다리다가

오늘 하루도 마지막 날처럼 지나갔다

너를 기다리다가

사랑도 인생이라는 것을 깨닫지 못했다

바람은 불고 강물은 흐르고

어느새 강변의 불빛마저 꺼져버린 뒤

너를 기다리다가 

열차는 또다시 내 가슴 위로 소리  없이 지나갔다

우리가 만남이라고 불렀던 

첫눈 내리는 강변역에서

내가 아직도 너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나의 운명보다 언제나 너의 운명을 더 슬퍼하기 때문이다

그 언젠가 겨울산에서

저녁별들이 흘리는 눈물을 보며

우리가 사랑이라고 불렀던 

바람 부는 강변역에서

나는 오늘도

우리가 물결처럼 

다시 만나야 할 날들을 생각했다


<강변역에서 / 정호승>


당신과 이별하고 돌아오던 밤이었습니다.

지독한 감기에 걸린 듯 앓기 시작했습니다.

물 한 모금 넘기지 못할 만큼 목이 붓고,

온몸에 신열이 지글지글 끓어올라 

꼼짝할 수가 없었습니다.

잠을 자는 것도 아니고

깨어 있는 것도 아닌 몽롱한 상태로 

헛소리처럼 당신의 이름을 수천번을 되뇌었습니다.


몇 날인지 모를 날들이 지나고,

다시는 당신이 돌아오지 않는다는 걸 알고서도

저의 감기는 나을 줄을 몰랐습니다....


그때, 생각했습니다.

한때 당신을 얻기 위해 천마리의 학을 접었듯

이제는 당신을 잊기 위해 글을 쓰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한 편씩 모여 천 편이 완성되는 날,

나는 당신을 잊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 밤들이...

당신을 향한 밤이 아스라이 이곳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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