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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한라산 백록담 정복하기

by 우주가이드 Dec 24. 2024

우리나라에서 두 발로 갈 수 있는 가장 높은 곳이라는 타이틀은 너무나 매력적입니다. 그곳에 눈이 쌓여 있다면 타이틀의 가치는 더 올라가기도 합니다. 어제까지도 여름 같던 날씨가 겨울옷을 찾아보게 하는 날씨가 됐습니다. 희소성 있는 타이틀 획득을 위한 시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7개의 한라산 탐방로 중에서 정상까지 갈 수 있는 곳은 성판악탐방로와 관음사탐방로 두 곳입니다. 마음먹기도 힘든 한라산 등반인데, 결심하자마자 선택의 순간이 앞을 막습니다. 어렵게 한 결심! 여기서 져버리지 말고 천천히 글을 따라오시기 바랍니다.


눈 쌓인 한라산은 언제?

눈이 내렸다고 한라산을 언제나 갈 수 있는 건 아닙니다. 만약 지금 눈이 내리고 있다면 한라산은 통제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많은 눈뿐 아니라, 시야가 흐리거나, 바람이 많이 불어도 제대로 된 한라산을 만날 수 없습니다. 역시 겨울 한라산 정복은 아무에게나 주어지는 타이틀이 아닙니다. 그럼, 언제 가야 가장 환상적인 한라산을 만날 수 있을까요? 한라산 국립공원 웹페이지에서는 한라산 날씨를 확인할 수 있는데 오늘 기준으로 2일 후까지 날씨가 예보되고 있습니다. 눈이 내리면 그날을 기준으로 예보를 확인합니다. 눈이 그치고 해가 표시된 날을 확인합니다. 그날이 바로 한라산을 가야 하는 날입니다. 폭설 후 하루나 이틀 후 바로 맑아진다면 한라산 등반을 위해 더 없이 좋은 날입니다. 산 아래는 구름이 껴있어도 한라산에 오르면 구름은 산허리에 걸려 있어 파란 하늘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그래서 한라산 날씨는 꼭 산악 날씨 예보를 찾아봐야 합니다.

▶︎ 한라산 날씨 확인하기


성판악? 관음사? 어디가 더 쉬운 코스인가요?

한라산을 오를 타이밍을 잡았다면 이제는 예약할 차례입니다. 그런데 겨울 한라산 예약은 쉽지 않습니다. 한 달 전부터 마감되는 날이 많아 예약에 서두르는데 이러다 보니 완벽히 눈 쌓인 한라산을 구경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결국 ‘가장 예쁜 눈을 볼 수 있는 날 예약하기’는 이론일 뿐입니다. 이럴 땐 제주에 사는 게 행운입니다. 한라산에 많은 눈이 예보되면 예약 창을 자꾸 확인할 수 있으니까요. 정상인 백록담까지 가는 탐방로는 성판악탐방로와 관음사탐방로가 있습니다. 이제 선택의 시간입니다. 한라산에 대해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은 “어디로 가야 더 쉽게 올라갈 수 있나요?”입니다. 왕복 7시간 이상 오르락내리락하는 등산길을 굳이 비교해 어디가 더 쉬운 길인지 알려주는 것이 큰 의미는 없을 것 같습니다. 편도 9.6km의 성판악탐방로, 편도 8.7km의 관음사탐방로는 편도 약 1km의 거리가 차이 나지만 등반 시간은 거의 비슷합니다. 거리가 짧은 관음사탐방로의 등산길이 더 험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한라산에서 여러 차례 폭발한 화산은 다양한 지형을 만들어 냈습니다. 끈적끈적한 용암이 흘러 관음사탐방로처럼 깊은 경사를 만들어내기도 하고, 묽은 용암이 흘러 내려가며 성판악탐방로처럼 비교적 완만한 능선을 만들기도 합니다. 급격한 경사는 그만큼 스펙터클한 풍경을 만들기도 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성판악탐방로가 편한 등산길이고, 관음사탐방로는 볼거리가 좋은 등산길이라고 표현합니다. 하지만 성판악탐방로에는 사라오름이라는 킥이 있죠. 탐방로 중간 사라오름을 들릴 수 있는 길이 연결되어 있어 시간과 체력이 허락한다면 사라오름의 설경도 만날 수 있습니다. 둘 다 놓치기 싫은 저는 관음사탐방로로 오르고 성판악탐방로로 내려옵니다. 계단이 많은 관음사탐방로는 오를 때보다 오히려 내려올 때 더 무리가 오더라고요. 만약 다른 탐방로를 이용한다면 차량 이용도 고려해야 합니다. 두 탐방로는 승용차 기준 약 20분 정도 걸리는 거리만큼 떨어져 있습니다.


한라산 등반 예약하기

예약은 한라산국립공원 웹페이지 ‘한라산 탐방 예약시스템’에서 할 수 있습니다. 원하는 탐방로, 날짜, 인원을 입력하고 입산 시간을 선택해 예약할 수 있습니다. 실시간 예약 현황을 확인할 수 있으니 비어 있는 날짜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성판악탐방로는 1일 1,000명, 관음사탐방로는 1일 500명으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1인이 예약할 수 있는 최대 인원은 4명이고, 1주일에 1회만 예약할 수 있습니다. 예약하고 나면 1일 이내에 탐방객 정보 입력을 완료해야 합니다. 예약 완료 시 발급되는 QR코드로는 본인만 이용할 수 있으며, 본인확인을 위한 신분증을 반드시 지참해야 합니다. 만약 다른 사람의 QR코드를 가지고 입장하면 1년 동안 한라산 입산이 제한됩니다. 예약 완료 후 부득이한 사정으로 등반을 못 하게 되면 꼭 예약을 취소해야 합니다. 예약 취소는 최초 예약 시 인증 방법(실명인증. SNS인증)으로 로그인한 후 취소가 가능합니다. 다른 방법으로 로그인하면 예약 내역이 검색되지 않습니다. 예약 취소는 예약된 인산 종료 시각 이전까지 가능하며 취소하지 않으면 입산 제한의 페널티가 있습니다. 성판악탐방로, 관음사탐방로를 제외한 어리목, 영실, 돈내코, 석굴암, 어승생탐방로는 별도 예약 없이 이용이 가능합니다.

▶︎ 한라산 탐방 예약시스템 바로 가기


주차장도 탐방로 선택의 중요한 부분입니다

1일 1,000명이 등산하는 성판악탐방로 주차장은 단 151대의 차량만 주차할 수 있습니다. 이른 새벽 도착해도 만차인 경우가 많아 주차의 불편함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관음사탐방로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관음사탐방로는 넓은 주차장이 있습니다. 성판악탐방로를 이용할 때 대중교통으로 탐방로 입구까지 갈 수 있는데, 제주버스정보시스템에서 버스 편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 성판악 주차장 CCTV 확인 하기

▶︎ 제주버스정보시스템 바로 가기


백록담을 정복하면 인증을 해야겠죠?

정상을 다녀오고 나서 등정 인정서를 받을 수 있습니다. 등정 인정은 GPS 정보를 이용하고 있는데, 위치 서비스 활성화 후 정상에서 찍은 사진으로 인증할 수 있습니다. JEJU IoT 앱을 통해 모바일 인증서(무료)를 발급받을 수 있고, 한라산 탐방 예약시스템에서 인증 후 탐방로 입구 무인 단말기를 통해 종이 인증서(1,000원)를 발급받을 수 있습니다. 이때 입증 사진은 무조건 등정 당일 촬영한 사진이어야 하고, 정상 반경 1km 이내에서 촬영한 사진으로만 인증이 가능합니다.

▶︎ 모바일 등정 인증서 발급 방법

▶︎ 종이 인증서 발급 방법


겨울 등산은 철저한 준비가 필요합니다

한라산 겨울 등반의 필수품은 아이젠입니다. 많은 사람이 등반하는 코스다 보니 눈을 밟고 간다는 느낌보다는 얼음을 밟고 가는 것 같은 길이 만들어집니다. 반드시 아이젠을 착용해야 하고, 탐방로 입구에서 확인하고 아이젠이 없으면 입산이 제한됩니다. 언제 눈에 빠질지 모르니 신발 안으로 눈이 들어가지 않도록 스패츠도 필수입니다. 마운틴 폴은 선택사항이지만 하산 시에는 유용하게 쓰일 수 있습니다. 겨울 한라산은 워낙 많은 사람이 함께 등반해 앞뒤 간격이 여유가 없기도 합니다. 이럴 때 폴이 다른 등산객에게 피해를 줄 수 있어 조심히 사용해야 합니다. 어느 계절에 가도 한라산은 사계절을 다 만날 수 있다는 속설이 있을 만큼 산 위에서의 날씨는 예상이 어렵습니다. 기능성 옷을 준비한다면 좋겠지만 여건이 안 된다면 등산 시 조금 덥고, 불편하더라도 저체온증을 대비한 복장으로 준비하길 추천해 드립니다. 한라산은 등산을 시작하면 매점이 없습니다. 산에서의 식사와 간식, 물 등은 사전에 준비해야 합니다. 정상은 실내 공간이 없어 식사할 때 바람을 맞으며 먹어야 할 수 있습니다. 시간이 맞는다면 성판악탐방로는 진달래밭대피소, 관음사탐방로는 삼각봉대피소의 실내 공간에서 식사할 수 있습니다. 장시간 등산길이기 때문에 비상식량과 열량을 빨리 끌어올릴 수 있는 간식도 충분히 준비하시기를 바랍니다. 혹시 장비를 제주까지 준비해서 오기 어렵다면 대여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꽤 퀄리티 좋은 등산 장비를 대여해주는 오쉐어에서 겨울 등산 장비를 대여할 수 있어요.

▶︎ 겨울 등산 장비 대여하기 : 오쉐어


여러분의 버킷리스트가 이번 겨울엔 꼭 달성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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