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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가이드 Oct 20. 2022

요즘 탑동이 힙하다며?

오래된 도시의 이야기를 활용하는 방법

제주시 원도심, 그리고 탑동은 제주에서 가장 붐비던 도시였다. 탐라국 시절부터 조선시대를 지나 근현대에 이르기까지 언제나 행정, 교육, 문화의 중심이었다. 그런 도시이기에 어느 곳 보다 많은 이야기가 쌓여 있는 동네이다. 이곳에 사람의 발길이 끊어진 건 아마 행정기관이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고, 신도시가 생기고, 더 재미있는 상업지구가 생기면서부터였을 것이다. 점점 사람이 사라지더니 도시는 활력을 잃어버렸다.

이국적 풍경의 탑동 모습

10년 넘게 조용하던 도시에 조금씩 변화가 시작되었다. 아주 먼 옛날 올레길이었을 골목 한구석에 개성 넘치는 로컬 브랜드가 생겨났고, 사람들이 다시 찾고, 마침내 자본이 이 도시의 스토리를 활용하기 시작했다. 원도심에서도 특히, 탑동은 제주 도시 재생의 1번지이다. 아라리오뮤지엄에서 시작된 재생은 디앤디파트먼트, 솟솟 리버스, 프로젝트 목욕탕으로 이어지고 있다.


아라리오뮤지엄 탑동시네마

탑동에 오면 가로수로 심은 야자수와 함께 빨간 건물이 눈에 띈다. 원도심에만 이런 빨간 건물이 3곳이 있다. 이곳은 원래 제주도에서 가장 핫플레이스 극장이 있던 건물이었다. 1층엔 프렌차이즈 햄버거 가게도 있었고, 주말이면 많은 사람으로 항상 북적이던 곳이었다.

아라리오뮤지엄의 오래된 흔적

그런데 다른 지역에 멀티플렉스 극장이 생기고, 이 극장은 점점 낙후되어 갔다. 사람들의 발길이 끊기고, 결국 문을 닫게 됐다. 문을 닫은 후 한동안 흉한 모습으로 이 자리에 그대로 서 있었는데 아라리오라는 기업에서 이 공간을 활용하기 시작한다. 컬렉터이자 예술가인 아라리오의 회장 씨킴은 생명을 다한 건물에 새로운 숨을 불어 넣었다. 제주에서 일어난 재생 사업의 1세대 격인 이곳은 이름에서부터 ‘아라리오 뮤지엄 탑동시네마’로 사용하면서 재생의 의지를 정확히 보여준다.

아라리오뮤지엄 탑동시네마 전시 작품

전시관은 극장으로 사용되던 원래의 모습을 최대한 그대로 살려 놓았다. 콘크리트가 노출된 벽과 기둥, 영사실로 사용되던 공간 등 안전이 위협되는 공간을 제외하고는 건들지 않았다. 이런 철학을 가진 아라리오는 원도심 지역에만 이곳 포함 3곳을 리노베이션을 통해 미술관을 만든다. 나머지는 병원이었던 공간, 모텔이었던 공간이다.


디앤디파트먼트

2000년 일본에서 시작한 디앤디파트먼트 프로젝트는 ‘롱라이프 디자인’ 즉 긴 생명력을 가진 디자인, 유행이나 시대에 좌우되지 않는 보편적 디자인을 추구하는 프로젝트였다. 끊임없이 최신 모델을 소비하는 것이 아닌 물건을 고쳐 가며 사용하려는 삶의 방식이다.

디앤디파트먼트 건물 외부

디앤디파트먼트 프로젝트는 아라리오와 협력을 통해 이 공간에서 지속 가능한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디앤디파트먼트의 핵심 가치 또한 이 도시의 스토리와 어울렸을 것이다. 쉽게 버리지 않고, 고장 나면 고쳐 쓰면서 오랫동안 사용하는 방식은 이 도시가 탐라국부터 지금까지 지내왔던 스토리와 연결된다.


FREITAG-Store Jeju by MMMG

프라이탁 스토어 제주 by MMMG는 탑동의 아주 오래된 건물을 새롭게 탄생시켰다. 콘크리트 기둥, 타일, 비스듬한 창틀을 그대로 보존하고, 프라이탁 제품과 함께 쉼의 공간인 테라스와 옥상에서 여유로운 경험을 제공한다.

재생 흔적이 보이는 스토어의 외부

취리히 시내 고속도로 위를 달리는 트럭의 알록달록한 색의 타폴린과 자전거 바퀴, 자동차 안전벨트가 재사용되어 만들어지는 프라이탁 제품은 재생이란 단어가 가장 어울리는 콘텐츠이다.


솟솟 리버스

솟솟 리버스는 코오롱 스포츠의 친환경 프로젝트 공간이다. 고객의 손에 닿지 못한 재고를 해체, 재구성을 통해 매력적인 제품으로 재탄생시키는, ‘지속 가능성’이라는 화두를 던지는 공간이다.

솟솟리버스 입구

새롭게 재탄생한 제품을 판매하기도, 다양한 ESG 활동을 보여주기도 하는 장소이다. 이곳에 솟솟 리버스가 자리 잡은 이유 또한 코오롱 스포츠의 친환경 사업이 이 도시의 스토리와 가장 잘 맞아서 이기 때문일 것이다.


프로젝트 목욕탕

제주도 곳곳 바다 근처에 바닷물을 끌어 올린 해수사우나가 유행했었다. 프로젝트 목욕탕이 바로 과거 주민들이 애용하던 해수사우나 중 하나이다. 안에 들어가면 락커부터 목욕탕 구조물을 그대로 두고 그 공간 그대로 프로젝트 쇼룸으로 활용하고 있다.

옛 목욕탕의 흔적이 남아 있는 쇼룸 입구

목욕탕 시설의 경우 해체하고, 철거하는 경우 폐기물이 상당해 환경 오염 문제가 발생한다고 한다. 프로젝트 목욕탕은 재생이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 쇼룸에는 프로젝트 목욕탕의 철학을 공유할 수 있는 브랜드가 팝업 전시를 진행한다.


아라리오뮤지엄, 디앤디파트먼트, 프라이탁 스토어 제주 by MMMG, 솟솟 리버스, 프로젝트 목욕탕, 이 다섯 개의 공간은 각기 다른 분야의 사업이지만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재생이라는 가치를 좇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모두 탑동에 자리 잡은 이유는 겹겹이 쌓인 이 도시의 이야기가 기업을 끌어당겼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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