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우주가이드 Nov 09. 2022

한라산 기행문

한라산 관음사 탐방로(feat.백록담)

일주일에도 몇번을 가는 한라산이지만 백록담은 크게 마음을 먹어야 발길이 떨어지는 곳이다. 눈 앞에 항상 보는 정원같은 곳이지만 1,950미터, 대한민국에서 가장 높은 산은 쉬운 여정을 허락하지 않는다.

백록담 화구

한라산 정상인 백록담까지 가는 탐방로는 현재 성판악 탐방로와 관음사 탐방로 2곳이다. 1km 정도 차이의 거리지만 등산 시간과 힘듦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래도 나는 더 짧고(거리가 짧다는 건 더 가파르다는 뜻)시야가 다양한 관음사 탐방로를 좋아한다. 백록담까지 등반하기 위해서는 서둘러야 한다. 왕복 7~8시간 걸리는 코스라 조금이라도 늦으면 해가 져 위험해지므로 지점마다 입산 제한 시간을 두고 통제한다. 특히 겨울철에 들어서면 해는 더욱 짧아져 통제 시간이 더욱 앞당겨지니 시간 체크를 잘해야 한다. 한라산 정상을 등반하기 위해서는 사전 예약이 필요하고, 사전 예약을 완료하면 QR코드가 발급되는데 미리 준비하면 바로 찍고 입장할 수 있다. 사전 예약은 한라산 탐방 예약시스템에서 할 수 있다. 

등산 중 만나는 일출

내가 다녀왔던 10월 28일 오전 6시 30분의 관음사 탐방로 입구의 기온은 영상 8도였다. 기상청을 확인하니 오늘의 한라산 최저, 최고 기온은 영상 8도, 11도 였다. 출발하기 전 한기가 몸에 들어와 가방에 챙겼뒀던 미드레이어까지 꺼내 입고 등반을 시작했다. 아침 일찍 한라산을 등반하면 오렌지 빛과 함께 능선 넘어 떠오르는 해를 만날 수 있다. 마치 동행하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내가 해를 쫓는 지 해가 나를 쫓는 지 옆에서 함께 오르던 해는 내가 지쳐갈 때쯤 결국 나를 앞질러 먼저 올라가버린다.

탐방로 초반 계곡과 숲 풍경
용진각 대피소 근처에서 본 한라산 풍경

관음사 탐방로는 30분 정도의 시간을 제외하면 경사가 심한 계단 오르막이 계속이다. 초반 경사가 그나마 완만한데, 갈수록 경사가 심해져 체력을 남겨놔야 하므로 이 구간에서 오버페이스 하지 않게 주의해야 한다. 관음사 탐방로에는 두 곳의 화장실이 있다. 1/3 지점, 2/3 지점에 있어 잠시 숨을 고르기도 하고, 전체 등산길에서 현재 페이스를 체크할 수 있다. 관음사 탐방로는 계곡, 숲길이 이어지다 삼각봉 대피소에서 비로소 하늘이 열린다. 삼각봉 대피소부터 용진각 현수교까지 이 코스의 유일한 평지다. 그리고 관음사 탐방로에서 가장 극적인 풍경을 보여주는 구간이기도 하다. 이 구간을 걸으며 최대한 만끽해야 한다. 곧 극강의 오르막길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오면서 이미 체력을 많이 뺀 상태이기에 더욱 힘들게 느껴지는 마지막 경사다. 

계속되는 가파른 계단
정상에서 내려다 본 풍경(지난 겨울)

한라산 정상을 정복하면 등반 인증서를 받을 수 있다. 발급기를 통해 셀프로 받을 수 있는데 백록담에서 찍은 사진을 사전에 인증해야 한다. 휴대전화에 위치서비스를 활성화한 후 백록담 근처에서 사진을 찍어야 인증이 가능하다. 한라산 탐방 예약시스템에서 사전 인증 후 탐방로 입구에 있는 발급기에서 인증서를 발급받을 수 있다. 예전 발급기에서 인증 및 발급하던 시스템이 사전 인증 후 발급으로 변경됐다.

눈 쌓인 현수교와 주변 풍경(지난 겨울)

관음사 탐방로는 대부분 계단이어서 내려오는 길도 만만치 않다. 무릎에 무리가 많이 가기 때문에 무리하지 않고 천천히 내려와야 한다. 아무리 지겨워도 천천히 주변을 즐기며 한 걸음 한 걸음 내려오자. 무릎에 무리를 안주려 신경쓰다보니 종아리에 무리가 왔다. 불편해서 지금까지 사용하지 않았던 마운틴 폴을 다음에는 꼭 가져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산은 가장 힘들 때 비로소 정상을 허락한다. 밀당의 고수다. 이러니 산에 빠질 수 밖에



✔️ 탐방로 입구에서 탐라계곡 화장실까지 1시간-1시간 30분 소요

✔️ 삼각봉 대피소까지 1시간-1시간 30분 소요

✔️ 삼각봉 대피소에서 백록담까지 1시간 30분-2시간 소요

매거진의 이전글 요즘 탑동이 힙하다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