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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가이드 Nov 15. 2022

겨울 한라산 준비하기

성판악 탐방로 vs 관음사 탐방로

눈 쌓인 백록담의 모습

한라산, 백록담, 눈의 조합은 많은 사람의 버킷리스트에 올라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에서 가장 높은 산을, 마치 동화 속 설국에 온 듯 환상적인 풍경을 오르는 경험은 누구에게나 허락되지 않는다. 날씨와 체력, 사전 예약, 무엇보다 의지가 강한 사람만이 이 버킷리스트를 완성할 수 있다. 한라산의 단풍이 끝나가는 지금, 우리는 한라산의 겨울을 준비할 시간이다.


탐방로 선택하기

백록담까지 갈 수 있는 탐방로는 7개 탐방로 중 성판악 탐방로, 관음사 탐방로 딱 두 곳이다. 편도 9.6km(4시간 30분)의 성판악 탐방로, 편도 8.7km(5시간)의 관음사 탐방로를 통해서만 한라산 정상 백록담까지 갈 수 있다. 총길이는 성판악 탐방로에 비해 관음사 탐방로가 약 1km 짧지만, 등반 시간은 오히려 길다. 그만큼 관음사 탐방로가 더 가파르고 힘든 코스이다.

성판악 탐방로의 마지막 고비

급격한 계단 코스가 많은 관음사 탐방로는, 힘들지만 그만큼 더 멋진 시야가 있는 곳이다. 완만하지만 거리가 먼 성판악 탐방로, 가파르지만 보는 재미가 있는 관음사 탐방로, 본인의 체력과 등산 스타일에 맞춰 탐방로를 선택하면 된다. 사실 백록담까지의 여정이 힘든 건 마찬가지다.


사전 예약

백록담에 가기 위해선 반드시 사전 예약을 해야 한다. 사전 예약은 한라산탐방 예약시스템에서 할 수 있으며, 겨울 시즌은 일찍 마감되니 서두르는 게 좋다. 한라산 탐방예약은 매월 첫 업무개시일 오전 09시에 다음 달 예약이 오픈된다. 가능하면 두 달 전부터 일정을 세워 사전 예약에 도전하는 게 좋다.

관음사 탐방로에서 만나는 삼각봉

예약에 성공하면 QR코드를 발급 받을 수 있다. QR코드를 통해 입산할 수 있으며, 본인만 사용할 수 있다. 미리 준비해 놓으면 입구에서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만약 예약한 일정에 등산을 못할 상황이라면 반드시 한라산탐방 예약시스템을 통해 예약 취소를 해야 한다. 예약 후 취소 없이 탐방하지 않았을 경우 페널티가 적용되는데, 1회는 3개월 2회는 1년간 예약할 수 없다.


사전 준비

겨울 산인 만큼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 한라산은 날씨의 변화가 심한 곳이어서 더욱 만반의 준비가 필요하다. 백록담에 가기 위해선 아침 일찍 출발하게 된다. 기온이 가장 낮은 상황에서 등산을 시작하게 되므로 보온과 기능이 탁월한 등산복이 필요하다. 땀 배출과 체온 유지를 위해 베이스 레이어와 미드 레이어, 비, 바람, 눈을 차단할 수 있는 기능성 쉘 재킷 등 겨울 등산에서는 여러 겹을 겹쳐 있는 게 좋다. 그리고 장갑, 모자 등으로 머리, 목, 손 부위를 보호하며 체온을 유지하는 것도 필요하다.

백록담 등반은 해가 뜨기 전 시작된다

겨울 한라산은 항상 눈이 쌓여 있다. 아이젠이 없으면 등산을 할 수 없고, 입구에서 출입을 허락하지도 않는다. 일부 구간은 무릎까지 눈이 쌓여 있어 옷이 젖는 것을 방지하고 등산화 안으로 눈이 들어가지 않도록 스패츠도 필수이다. 필요에 의해선 마운틴 폴(스틱)을 준비할 수 있다.

성판악 탐방로 능선

등산 중에는 가장 빨리 전환되는 에너지원인 탄수화물 위주(빵, 떡, 소시지, 육포, 에너지바 등)로 준비하는 게 좋다. 등산 중에 섭취하는 행동식은 주머니, 보조 가방 등 쉽게 꺼내서 먹을 수 있는 곳에 보관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충분한 물이 필요하다. 겨울이지만 등산 중에는 계속 땀이 나 흘린 땀만큼 충분히 물을 공급해줘야 하는데, 성판악 탐방로와 관음사 탐방로는 입구에서 정상까지 물을 공급받을 수 있는 곳이 없으므로 사전에 충분히 준비해야 한다.

눈 쌓인 관음사 탐방로 풍경

많은 사람이 등반하고, 등반로가 잘 정비된 한라산이지만 눈이 쌓이면 등반로가 잘 보이지 않고, 워낙 변화무쌍한 날씨를 보여주는 한라산이기 때문에 혹시 모를 상황에 항상 대비하기 위해 비상식도 배낭 안에 준비하자. 비상식 역시 탄수화물이 많이 들어 있는 식품이 좋고 단맛이 나는 것이 더 빨리 에너지를 만들기 때문에 양갱, 초코바, 사탕 같은 것들도 준비하는 것이 좋다.


성판악 탐방로? 관음사 탐방로?

백록담을 오르기 위해선 아침 일찍 서둘러야 한다. 탐방로 입구에서 그리고 백록담에 갈 수 있는 마지막 관문인 진달래밭 대피소(성판악)와 삼각봉 대피소(관음사)에서 각각 통제 시간이 있다. 통제 시간 안에 통과해야 한다. 특히 겨울 시즌엔 해가 빨리 지기 때문에 그 시간이 더욱 당겨진다. 6시부터 입산할 수 있는데 오픈런을 하려면 해가 뜨기 전까지 어두운 탐방로를 따라 등산해야 하기 때문에 헤드랜턴을 준비하는 게 좋다.

성판악 탐방로의 숲
관음사 탐방로의 숲

성판악 코스는 대체로 완만한 경사로 이어진다. 진달래밭까지는 무난하며 진달래밭 대피소에서 백록담까지 약 1시간 30분 정도의 코스에서만 가파른 경사가 나온다. 하지만 편도 9.6km로 총길이가 워낙 길어 체력 안배를 잘해야 한다. 5.8km 지점엔 산정호수가 아름다운 사라오름으로 향하는 탐방로가 나타난다. 여름에는 만수가 된 산정호수를 구경하는 맛이 있지만 겨울엔 만설이 된 산정호수를 구경하는 맛이 있다. 물론 만설이 된 산정호수를 모두 만날 수 있는 건 아니다.

백록담으로 향하는 성판악 탐방로의 마지막 구간

진달래밭을 통과하면 진짜 백록담으로 향하는 마지막 코스이다. 끝이 없는 경사에 마지막 체력까지 다 썼을 때 백록담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는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들리기 시작한다.

성판악 탐방로에서 만난 구름

관음사 탐방로는 처음부터 계속되는 오르막 길이다. 그나마 초반 완만한 경사에 감사해야할 정도다. 오르는 내내 옆을 보면 경사진 능선이 계속이다. 관음사 탐방로는 성판악에 비해 점성이 높은 용암이 흘러 좀 더 험한 지형이 됐다. 그런 이유로 드라마틱한 풍경을 보여주기도 한다. 탐라계곡, 삼각봉, 용진각 현수교에 이르면 관음사 탐방로의 환상적인 설경에 잠시 등산을 멈추게 된다. 특히 현수교를 조금 지나 뒤를 돌아보면 온통 하얀 세상에서 멀리 현수교가 보이는 모습은 지금까지 힘들었던 등산의 피로를 싹 잊게 해준다.

관음사 탐방로의 현수교 풍경

하지만 이제부터 다시 지옥의 계단은 시작된다. 많은 눈이 쌓여 계단의 모습이 보이진 않지만 마지막 1시간 30분 정도 이어지는 가파른 능선은 언제가도 적응이 안된다. 하지만 산은 내가 가장 힘들 때 정상을 보여준다. 백록담을 정복했다면 우리나라에서 두발로 더 높이 올라갈 수 있는 곳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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