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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가이드 Feb 24. 2023

가장 좋아하는 오름이에요

따라비오름

내비게이션으로 따라비오름을 검색하면 친절하게 오름 주차장으로 안내한다. 주차장에서 바로 오르기 시작하면 20분 남짓한 시간이면 정상에 다다른다. 짧고, 편한 오름 등반 길이지만 나는 좀 더 길고, 힘든 등반 길을 좋아한다.





제주 조랑말체험공원에 차를 세우면 건너편으로 쫄븐갑마장길이라고 쓰여 있는 안내 표지판이 보인다. 조선시대 가시리에서는 말을 키우는 국영 목장인 ‘갑마장’을 운영했다. 말이 지나다녔던 길을 걷기 좋은 숲길로 만들어낸 것이 쫄븐갑마장길이다. 이 숲길은 따라비오름 입구와 이어진다. 숲 옆으로 가시 천이 흐르고(말라 있을 때가 더 많다), 삼나무, 제주 참꽃나무, 상수리나무 사이에서 지저귀는 새소리를 듣다 보면 오름 입구에 도착한다. 출발하고 40분의 시간이 지났다.







따라비오름 정상으로 가는 길은 대부분 나무 계단이다. 가파르진 않지만 20분 정도 이어지는 경사에 숨이 차오르는 구간이다. 그럴 땐 뒤를 돌아보면 나무 사이로 펼쳐진 그림 같은 풍경을 보며 숨을 돌릴 수 있다. 곧 하늘을 가리고 있던 나무가 사라지고 능선에 도착한다.





따라비오름은 제주도 동쪽의 대표 오름이다. 따라비라는 이름은 고구려어의 ‘높다’라는 뜻인 ‘달아’에서 어원을 찾을 수 있는데 ‘높은 산’이라는 의미가 있다. 가시마을에서 북서쪽으로 약 3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자리 잡고 있어, 정상에 올랐을 때 동쪽의 수많은 오름이 한눈에 들어오는 장관을 경험할 수 있다.





세 개의 화구에서 폭발한 용암은 참 아름다운 곡선을 만들어 냈다. 소박하지만 정겹고, 드러내지 않는 미를 풍기는 것이 제주의 정서와 닮은 능선이다. 굴곡진 능선에 반사되는 빛은 극적인 명암을 만들어내며 오름의 색을 다양하게 만들기도 한다.







따라비오름은 오름 전체를 은빛으로 덮는 억새가 피는 가을의 대표 스폿으로 많이 알려졌지만, 겨울의 이곳도 이때에만 표현할 수 있는 오묘한 색으로 매력을 내뿜는다. 마치 빈티지 필터를 낀 것 같은 색감에 나도 모르게 가던 길을 멈추고 가만히 보고 있게 된다.







오름을 내려와 숲길을 지나 다시 출발한 곳으로 돌아와 시계를 보니 2시간이 걸렸다. 오름을 내려오는 길에 만난 등산객은 계속되는 계단에 벌써 내려갈 걱정을 하고 있다. 언젠간 내 무릎도 내 몸을 지탱하기 힘들 때가 오겠지라고 생각해 본다. 아직까진 주차장에서 짧게 다녀오는 따라비오름보다는 두 시간 동안 이곳의 자연과 함께할 수 있는 코스가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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