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좋아하는 오름이에요

따라비오름

by 우주가이드

내비게이션으로 따라비오름을 검색하면 친절하게 오름 주차장으로 안내한다. 주차장에서 바로 오르기 시작하면 20분 남짓한 시간이면 정상에 다다른다. 짧고, 편한 오름 등반 길이지만 나는 좀 더 길고, 힘든 등반 길을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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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조랑말체험공원에 차를 세우면 건너편으로 쫄븐갑마장길이라고 쓰여 있는 안내 표지판이 보인다. 조선시대 가시리에서는 말을 키우는 국영 목장인 ‘갑마장’을 운영했다. 말이 지나다녔던 길을 걷기 좋은 숲길로 만들어낸 것이 쫄븐갑마장길이다. 이 숲길은 따라비오름 입구와 이어진다. 숲 옆으로 가시 천이 흐르고(말라 있을 때가 더 많다), 삼나무, 제주 참꽃나무, 상수리나무 사이에서 지저귀는 새소리를 듣다 보면 오름 입구에 도착한다. 출발하고 40분의 시간이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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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비오름 정상으로 가는 길은 대부분 나무 계단이다. 가파르진 않지만 20분 정도 이어지는 경사에 숨이 차오르는 구간이다. 그럴 땐 뒤를 돌아보면 나무 사이로 펼쳐진 그림 같은 풍경을 보며 숨을 돌릴 수 있다. 곧 하늘을 가리고 있던 나무가 사라지고 능선에 도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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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비오름은 제주도 동쪽의 대표 오름이다. 따라비라는 이름은 고구려어의 ‘높다’라는 뜻인 ‘달아’에서 어원을 찾을 수 있는데 ‘높은 산’이라는 의미가 있다. 가시마을에서 북서쪽으로 약 3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자리 잡고 있어, 정상에 올랐을 때 동쪽의 수많은 오름이 한눈에 들어오는 장관을 경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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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개의 화구에서 폭발한 용암은 참 아름다운 곡선을 만들어 냈다. 소박하지만 정겹고, 드러내지 않는 미를 풍기는 것이 제주의 정서와 닮은 능선이다. 굴곡진 능선에 반사되는 빛은 극적인 명암을 만들어내며 오름의 색을 다양하게 만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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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비오름은 오름 전체를 은빛으로 덮는 억새가 피는 가을의 대표 스폿으로 많이 알려졌지만, 겨울의 이곳도 이때에만 표현할 수 있는 오묘한 색으로 매력을 내뿜는다. 마치 빈티지 필터를 낀 것 같은 색감에 나도 모르게 가던 길을 멈추고 가만히 보고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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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을 내려와 숲길을 지나 다시 출발한 곳으로 돌아와 시계를 보니 2시간이 걸렸다. 오름을 내려오는 길에 만난 등산객은 계속되는 계단에 벌써 내려갈 걱정을 하고 있다. 언젠간 내 무릎도 내 몸을 지탱하기 힘들 때가 오겠지라고 생각해 본다. 아직까진 주차장에서 짧게 다녀오는 따라비오름보다는 두 시간 동안 이곳의 자연과 함께할 수 있는 코스가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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