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우주가이드 Apr 04. 2023

로컬 음식으로 느끼는 여행의 묘미

꿩메밀칼국수 전문점 돈물국수

꿩과 메밀, 두 식재료는 제주에서는 의외로 흔하게 만날 수 있는 식재료입니다. 지금도 제주의 중산간 지역에선 야생 꿩을 쉽게 만날 수 있고, 우리나라 최대의 메밀 생산지는 바로 제주도입니다.


예로부터 늦가을부터 겨울까지 마을 남자들이 함께 모여 꿩 사냥을 나가는 풍습이 있었습니다. 옛 기록에 따르면 산짐승을 사냥하는 모습을 묘사하며 “꿩은 22마리를 잡았다”라는 내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꿩은 식재료가 부족한 제주에서 단백질 섭취를 위해 아주 중요한 재료였습니다. 꿩을 이용해 엿을 만들어 먹기도 했고요. 물론 지금은 사육한 꿩고기를 이용해 음식을 만듭니다.


메밀은 제주의 척박한 땅에서 그 어떤 곡식보다 잘 자라주었던 곡식입니다. 주곡인 보리를 보조하는 곡물로 그 위상이 매우 높았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메밀’ 하면 모두 강원도 봉평을 연상하지만, 실제 전국 생산량의 40퍼센트 이상을 생산하는 최대 생산지는 제주이며, 특히 전국 유통량의 70퍼센트가 제주산이라는 사실은 잘 알려지지 않습니다. (2015년 제주특별자치도 통계치에 따르면 전국 수확량의 90%를 봉평 등 다른 지역으로 배송하고 있다). 제주에서 메밀을 많이 생산했다는 것은 많이 먹었다는 것이고, 그만큼 다양하게 이용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제주는 전 세계에서 가장 다양한 메밀 음식이 존재하는 곳이기도 하죠. 다만 알려지지 않았을 뿐.





돈물국수는 꿩과 메밀을 이용해 꿩메밀칼국수라는 맛깔나는 음식을 만들었습니다. 꿩메밀칼국수는 저지방 고단백 식품인 꿩고기, 칼슘이 풍부한 꿩 뼈에서 우려낸 육수, 루틴 성분이 풍부한 메밀의 전분과 단백질 그리고 비타민이 풍부한 무 등으로 구성된 음식입니다.





일반적으로 꿩메밀칼국수는 꿩을 뼈째 두들겨서 푹 삶아내어 살을 발라내고, 뼈는 국물에 넣고 더 끓여서 육수를 냅니다. 면은 메밀가루에 미지근한 물을 넣어 반죽하여 만듭니다. 냄비에 육수를 넣고 끓으면 메밀로 만든 면과 무채를 넣어 더 끓이고, 칼국수가 익으면 마지막으로 간을 맞추고 달걀과 파를 넣습니다. “메밀은 겨드랑이에 끼워도 익는다”라는 제주 사람들의 말처럼 메밀면을 삶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습니다. 돈물국수의 칼국수에는 김도 넣어줍니다.


닭칼국수와 비교하면 꿩 육수와 메밀이 조화로운 꿩메밀칼국수가 좀 더 담백하고, 구수합니다. 고기 자체는 닭고기와 맛이 비슷하지만, 식감은 좀 더 퍽퍽하고, 메밀면은 밀가루면에 비해 거칠지만 먹고 나면 부대끼지 않고 소화가 잘됩니다.





이 식당은 도민이 든든한 한 끼가 필요할 때 찾는 식당입니다. 여름철엔 이 식당에서 파는 콩국수를 먹기 위해 줄을 서기도 합니다. 여행 중 그 지역에서만 맛볼 수 있는 독특한 음식을 경험하는 것은 여행의 또 다른 묘미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곶자왈은 숲인가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