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4월은 슬픕니다. 곧 슬픔이 옵니다.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같이 슬퍼하는 일입니다. 슬픔을 나누는 일입니다.
세상이 어지럽던 그때, 우리나라가 해방되고, 생각과 행동이 엇갈리던 그때, 제주 섬은 광기의 섬이 됩니다. 이 섬에 있는 누구라도 미치지 않고서는 살아갈 수 없던 그때입니다. 무엇이 그들을, 제주를 미치게 했는지 우리는 정확히 알지 못합니다. 그래도 알아보려 노력해야 합니다. 아무런 노력 없이 지나온 5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우리는 똑같은 일을 반복하게 됐습니다. 노력하지 않아서 제주에서 끝낼 수 있었던, 끝내야 했던 일이 또 벌어졌습니다. 더 이상 반복할 수 없습니다. 지금이라도 노력해야 합니다. 그런데 노력할수록 슬픔을 나누는 일을 못 하게 합니다.
제주 4.3사건은 우리나라 근현대사를 관통하는 역사입니다. 우리는 너무 오랜 시간 이 역사를 바라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제주 4.3사건은 굉장히 입체적인 사건입니다. 하나의 면만 갖고 있는 사건이 아니기에 쉽게 정의할 수 없습니다. 이 사건을 아무리 들여다봐도, 그곳에 있지 않아서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많습니다.
그래서 그냥 슬퍼하기로 했습니다. 그곳에 없었던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함께 슬퍼하는 일입니다.
긴 글을 썼다 지웁니다. 1948년 4월의 두려움도 광기도 제대로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결국 현재의 감정으로 바라보는 사건에 대한 평가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제주 4.3 사건은 공부할수록 매듭이 풀리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조각이 자꾸 생겨나는 복잡한 사건이었습니다. 하루는 이 사건으로 부모님과 가족을 잃은 당사자와 대화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만남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글을 지웠습니다. 그들은 지금 슬퍼할 수 없었습니다. 2000년 제정된 4.3 특별법으로 조금씩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여전히 응어리가 맺혀 있었습니다. 그들이 바라는 건 가족의 죽음을 슬퍼해도 되는 일이었습니다. 그들을 위해서 함께 슬퍼하는 것이 먼저였습니다. 그냥 같이 슬퍼하는 일. 그냥 슬픔을 나누는 일. 그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