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들 대학까지 보내고 나에게도 갱년기가 찾아왔다. 친구를 만나도 뭔가 허전함, 공허함, 그런데 쓸쓸함이나 외로움 이런 건 아니었다. ‘뭘까? 이게 뭘까?’ 알 수 없는, 잡히지 않는 답답함이 무기력하게 만들었다.
나에게 사춘기였던 기억은 전혀 없다. 육 남매 큰딸로서 부모님에게 순종했다. 부모님이 담배 농사를 지으셨는데 낮에 잎을 따놓으시면 시키지 않아도 부모님이 잠든 늦은 밤까지 담뱃잎을 다 엮어놓고 잤다. 그걸 엮어 말리지 않으면 썩어 버리게 된다는 것을 잘 알았기 때문이다.
집안일에 동생들까지 돌보면서도 힘들다는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
결혼하고서도 친정엄마한테 배운 대로 남편 뒷바라지와 두 아들 키우는 데 열심이었다. 아내로서, 엄마로서, 주부로서, 남편에게 뜨끈한 밥과 매일 다른 반찬을 올렸었고, 정리정돈된 깨끗한 집안을 만드는데 정성을 다했으며, 육아에 열심히 집중했을 뿐 나를 키우려는 노력은 1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다 자란 아들이 내 꿈을 꾸게 했다.
대전 KAIST에서 기숙사 생활을 하는 큰아들은 한두 달에 한 번씩 집에 다녀간다. 집에 오면 작은 화분 하나, 액자, 주방 기구 하나만 바뀌어 있어도 바로 알아차렸다.
“어, 이거 이리 옮기셨네요.”
“이거 새로 사셨어요?"라는 말을 하는 눈썰미가 좋은 자상한 아들이다.
이런 능력 때문인지 걱정시키고 싶지 않아 더 큰 웃음을 지어 보였는데도 갱년기의 내 우울함을 읽었나 보다.
2014년 어느 날, 이 아들이 가족 1인당 1개씩 4개의 태블릿을 사 왔다.
감사 인사보단 “학생이 돈도 없을 텐데,,, 4개나 사 왔어?”라는 말이 불쑥 튀어나와 버렸다.
“아버지, 유튜브 영상 핸드폰보다 큰 화면으로 보시라고 사 왔습니다. 그리고 어머니, 눈도 안 좋아지셨는데 활자 크기 조절도 가능하고, 읽기 기능도 있는 전자책(e북)으로 읽으시면 좋으실 거예요. 책을 바로 보실 수 있게 앱도 깔았고, 아이디 하나로 5개까지 쓸 수 있는 정기권 결제도 했으니 이걸로 읽으세요."라는 말을 덧붙였다.
“전자책? 종이책이 아닌 전자기기인 태블릿으로 책을 읽는다고?” 이런 의문을 던졌다.
가보면 알고 안 가보면 모른다는 디지털세계, 나는 이런 신문물은 처음 접하는 세상이었다.
“참 좋은 세상이에요. 그렇죠. 어머니?”
“엄마는 기기가 익숙하지 않아 어리둥절하네. 아들이 선물한 거니까 노력해서 읽어볼게.”
(4살 때 TV '뽀뽀뽀'에서 아빠 엄마를 아버지 어머니라고 부른다는 것을 듣고 지금까지 이 호칭을 쓴다)
처음엔 ‘책을 태블릿으로 읽는다고?' 이런 의문된 생각과 익숙하지 않은 것에 대한 약간의 거부감, 불편함이 있었다. 그러나 어찌하겠는가, 아들의 성의가 있지 않은가, 그 성의 때문에 태블릿으로 이런저런 책을 읽기 시작했다. 아들의 성의를 생각해서라도, 또 아들의 돈이 들어가니까 아까워서라도, 그래서 더 읽은 것도 있었다.
여기서 내 생각을 바꿔놓는 책을 만난다
전자책 읽기에 익숙해질 무렵, 읽을 책을 고르던 중 아이를 다 키워냈는데도 육아 교육에 관심이 많았기에 젊은 작가가 쓴 육아 책에 눈이 가고 자연스럽게 그 책을 골랐다. 읽으면서 스멀스멀 하나의 생각이 올라왔다.
‘어, 나도 육아 책을 써볼까?, 써봐?, 쓸 수 있나?’
마음속의 생각이 자꾸 커져갔다. 두 아들을 키웠던 추억 속으로 빠져들며 꿈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래 내가 아는 만큼, 나만의 경험과 노하우를 쓰자. 전하고 싶은 내용으로 한 번 써보자.’
마침 그때 40년 지기 고향 친구가 산모/신생아 건강관리 제공 기관 사업을 하고 있었다.
그 친구는 “넌 애들을 공부하며 키웠잖아. 산후관리사 일을 아주 잘할 거야.”라며 자꾸 부추겼다.
곡절 끝에 산후관리사 교육을 받았는데도 남의 아기를 돌보고, 육아 노하우를 전수하는 데는 자신이 없었다. ‘교육은 백년대계’라 하지 않던가. 당연히 쉽게 자신을 가질 수 없는 일이었다. 산후관리 일은 계속 들어오는데 나갈 사람이 없다며 거듭된 부탁 끝에 두 달 뒤 같은 교육을 다시 받고 걱정할 남편과 아이들에게 비밀로 하고 생각해 본 적이 없던 산후관리사 일을 하게 됐다.
옛날 부모님들은 “배워서 남 주냐?, 네 거니까 열심히 배워라. 내 새끼 잘 돼야지." 그러셨다. 하지만 요즘엔 요리법, 건강 상식, 디지털 활용 능력 등 모든 것들을 자신의 SNS에 올린다. 무료 강의도 많다. 자기 경험과 노하우를 선한 영향력과 기부형식으로 나눔을 한다.
자기 계발법, 시간 관리법, 운동법, 디지털 다루는 법, 하물며 돈 버는 법까지도. 배워서 남 주는 시대다.
화장실에 두고 하루의 지침서로 읽었던 저서《고도원의 아침편지》, 두 아들 10대를 카우며 만났던 고도원의 저서《꿈 너머 꿈》등을 읽고 "아들아, 너희가 꿈을 이룬 것은 순전히 너희의 힘으로 이룬 것이 아니다. 이룬 꿈으로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고 늘 염두에 둬야 해."라는 말을 자주 하곤 했다.
가난했지만 나눠 드시는 것을 생활화하신 부모님 영향력 때문인지 남에게 아는 만큼 알려주는 것을 무척 좋아했다. 산모에게 공부한 육아 정보와 노하우를 알려주고 있노라면 신이 났다. 또 산모들이 너무 만족해하면서 “이모님, 다른 사람들에게도 알려주시면 너무 좋겠어요.”라는 말을 계속 듣게 된다.
‘두 아들 열심히 키웠지만 나에게 남는 게 없구나!’ 하는 생각을 하던 차에 산모들로부터 칭찬을 들으니 '아직 쓰일만한 구석이 있구나!' 생각하며 ‘책 쓰기의 소재’를 찾게 된다.
육아도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한다.
두 아들을 영재로 키운 비법과 신생아를 돌보는 산후관리사로서의 경험과 노하우를 잘 접목한다면 분명 의미 있는 책이 나올 것이란 확신이 섰다. 그래서 더 열심히 일했고, 관련 책을 읽고, 정보검색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또 메타버스 이프랜드 인플루언서로서 매주 1회씩 50회의 육아 관련 강의를 1년 동안 했다.
책 출간으로 두 아이를 키우고 신생아를 돌보는 전직 산후관리사로서 육아의 첫 단추를 끼우는 부모들께 도움이 되고자 한다.
육아가 재테크가 되는 시대다.
아이들을 키울 때는 힘이 드는 게 사실이다. 특히 엄마도 직장생활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더 힘들 것이다.
애들 다 키우고 허무해질 때는 가족을 위해 열심히 살아온 삶이 후회도 됐다. 그러나 새로운 꿈을 꾸면서
'살아온 시간이 헛된 시간은 하나도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요즘은 아이를 키우면서 SNS에 올리고, 그 기록들이 쌓이면 광고 협찬을 받아 돈을 벌 수도 있고, 또 육아의 경험을 책으로 출간하면 엄마의 새로운 직업이 되기도 한다.
육아가 비즈니스 세상이 된 셈이다.
엄마가 자녀의 꿈을, 장성한 자녀가 엄마의 꿈을!
방영당시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화제작 SBS 드라마 <천국의 계단>애서 배우 권상우가 부메랑을 던지며 이런 대사를 했다. "사랑은 돌아오는 거야!"
아이들 어릴 때는 엄마인 내가 그들을 응원하고 꿈을 꾸게 했다면, 지금은 두 아들이 내 꿈을 꾸게 한다. 선물 받은 태블릿으로 책을 읽고, “엄마 육아 책 써볼까?” 넌지시 건네 본 말에 “우리 키우셨던 얘기 써보세요. 어머니는 잘하실 수 있으세요.”라는 응원의 말이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