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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성희 Oct 06. 2024

육아가 엄마의 새로운 꿈이 되다

육아재테크 육아가 또 다른 직업이 되다


사랑이 꿈을 안고 돌아왔다.

2014년 어느 날 ‘띠띠띠 띠리릭’ 현관문 여는 소리가 났다. 대전에 있는 학교 기숙사에서 3주 만에 올라온 큰아들이었다. 자식은 바라만 봐도 사랑하는 연인 만난 듯 솜사탕 먹은 듯 1분 1초가 달콤한데 한 아름 선물 보따리를 들고 왔다. 

“다녀왔습니다.” 

“아들, 어서 와.” 가족 모두 돌아가면서 포옹으로 인사를 마치자 아들은 얼른 선물을 풀었다. 

태블릿PC 4대였다. “아버지 어머니 이제부터 작은 핸드폰 말고 큰 것으로 보시라고 가져왔습니다. 

그리고 동생은 학교에 가지고 다니며 유용하게 쓸 거예요.”라고 말했다. 

남편과 둘째는 뜻밖의 선물을 받고 너무 좋아하는 표정을 지었다. 

나는 왠지 고맙다는 말을 건네기보다 “아이쿠야, 비쌀 텐데, 학생이 뭔 돈이 있다고, 4대씩이나? 엄마는 괜찮은데."라며 이걸 얼마나 쓸까 하는 마음과 아들이 가족을 생각하는 고마운 마음이 공존하며 두서없는 말이 나왔다. 

그런 나를 바라보던 아들이 “어머니 책 읽으시면 돋보기안경 때문에 눈도 아프고 머리도 아프다고 하셨잖아요. e북으로는 글자 크게 해서 볼 수 있고 읽어주는 기능도 있어서 눈 아프실 때 듣기만 하면 되니까 아주 좋으실 거예요.”라며 사 온 이유를 더 설명했다. 

“전자기기 태블릿으로 책을 읽는다고? e북? 전자책을 말하는 거니?” 하고 물었더니 

“네, 제가 e북에 가입해서 1년 치 정기권까지 결제했는데 아이디 다섯 개를 사용할 수 있더라고요. 아이디 둘은 제 태블릿과 핸드폰에 나머지 셋은 아버지 어머니 동생이 사용하면 딱이에요."라며 각각의 태블릿에 e북 앱을 설치해 줬다.

남편은 핸드폰보다 화면이 큰 태블릿으로 뉴스나 유튜브를 주구장창 보고, 둘째는 학교 가지고 다니며 유용하게 잘 썼다. 


태블릿PC를 선물 받던 시기에 나는 갱년기의 한복판에 있었다. 

그냥 이유 없이 화가 나고, 목소리도 커지고, 다른 사람 이해해 주려는 여력도 생기지 않았다. 

30년 가까이 매끼 뜨신 밥 해서 먹였는데 내 밥상 차려주는 이 없다는 생각에 서운함도 들고, 

자식 키운 거 말고 나를 위해 뭘 했나 후회도 되고, 갱년기 증상에 몸도 여기저기 아프기 시작했다. 

게다가 애들은 다 커서 더 이상 내 손이 필요치 않았고, 뭘 하기도 싫고, 친구를 만나도 공허하고 재미없었다. 이때 아들이 태블릿PC에 e북 앱을 설치해서 선물로 줬던 거다. 


나는 이런 신문물을 처음 접했기에 '가보면 알고 안 가보면 모른다.'는 디지털 세계에 어색했다.

'종이책이 아닌 전자기기인 태블릿으로 책을 읽는다고?' 이런 의문을 던지며 약간의 거부감과 불편함이 있었지만 아들이 선물한 거니까, 성의를 생각해서라도, 또 아들 돈이 아까워서라도, 그래서 읽기 시작했다.

e북에는 문학, 경영/경제, 인문, 사회/과학, 자기 계발, 여행까지 분야별로 무료로 제공되는 책들이 많았다. 


혹시 시들어버린 중년의 나를 일으켜 세울 수 있을까 하는 기대를 안고 한 권 한 권 읽어갔다. 

책을 읽으며 마음은 뭔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여전히 몸은 물에 젖은 솜처럼 그대로 주저앉아있었다. ‘그렇지, 책 몇 권이 지금의 나를 그리 쉽게 일으킬 수 있겠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조급했던 마음을 비우고 e북에 들어가 눈에 들어오는 공짜 책들로 장르 불문하고 마구 읽었다. 

김정운 교수의 ≪노는 만큼 성공한다≫, 최재붕 교수의 ≪포노 사피엔스≫, 법륜스님의 ≪인생수업≫, 함익병 피부과 전문의 ≪피부에 헛돈 쓰지 마라≫, ≪아주 작은 반복의 힘≫, ≪블록체인 혁명≫,,,,,,들을 그냥 읽었다. 몇 년을 그렇게 재밌게 읽히면 다 읽고 그렇지 않으면 읽고 싶은 부분만 읽었다. 

이렇게 촘촘하게 때론 수박 겉핥기식으로 책을 읽고, 다음 읽을 책을 찾는데 육아 서적 한 권이 내 눈에 들어왔다. 그냥 넘기려는 데도 육아교육에 관심이 많았었기에 젊은 작가가 쓴 책에 시선이 자꾸 멈춰 섰다.

'그래, 이번엔 이 책을 읽어보자.' 애들을 다 키운 내가 생뚱맞게도 육아서적을 읽기 시작했다. 


글을 읽는 중에 문득문득 ‘나도 이 작가처럼 아들 둘이나 키웠잖아. 우리 애들 키운 얘기도 책이 되겠는데.' 하는 생각이 스쳤다. 중간 넘게 읽어가니 '나도 책을 써볼까? 책을 쓸까? 써?’하는 생각이 마음속 깊은 곳에서 스멀스멀 기지개 켜며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다음부터는 책이 달리 읽혔다. 

‘그래 쓰자.’ 두 아들 키우며 살아온 얘기, 내 교육관과 방법들을 장가갈 두 아들에게, 조카들에게, 친구 자녀들에게, 나를 아는 이들에게, 그리고 젊은 엄마들에게, 손자를 돌보는 할머니들에게 들려주자.


대단한 것은 아닐지라도 다른 이에게 조금이라도 보탬이 된다면 내 삶에 의미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갱년기에 허우적대며 캄캄한 터널 속에 갇혀 무기력하게 세월을 보내고 있던 내가 아들의 태블릿PC 선물을 계기로 새로운 꿈을 향해 한 발을 내밀기 시작했다. 새로운 목표가 생겼으니 행동으로 옮겨야 했다. 

그러나 내가 글을 쓴 기억은 여고 때 스승의 날 대표로 나가 ‘스승의 은혜 감사합니다.’라는 글을 써서 낭독했던 것과 연애편지에 대한 답장 한두 번 써본 것, 속상했을 때 남편에게 몇 자 적어 보낸 것, 아들 군대훈련소에 있는 한 달 동안 하루를 거르지 않고 엄마의 사랑을 전하는 편지를 보냈던 기억밖에 없다. 


‘책을 쓰자’는 목표를 정했으니 우선 더 많은 책을 읽어야 했다. 글 쓰는 법에 관한 책도 읽었다. 

또 그동안 잊고 있었던 경험들을 꺼내고 사례들을 모아 볏짚 쌓듯 차곡히 모으기 시작했다. 

이렇게 지금 나는 내 꿈 가까이 한 칸 한 칸 올라가는 중이다. 


그림 제목: 여자의 일생,  출처: 네이버 카페


10년 됐을까? 속상하고 우울한 어느 날 '여자의 일생'이란 게 궁금해서 네이버 검색으로 위 그림을 만난 뒤 가끔 꺼내보며 생각에 잠긴다. 부모가 자녀의 처음을 자녀가 부모의 마지막을, 대략 20~30년은 부모가 자식을 기르고, 20~30년은 부모와 자식이 서로 응원과 의지하며 나란히 걷고, 20~30년은 자녀가 부모를 보살피는 일생의 삶이 보였다. 이 안에 무수한 얘기와 사연이 담겨있을 것이다.

부모는 희생해서 자식만 키울 것 같고, 자식은 부모를 부양하는 의무만 질 것 같지만 부모와 자식은

서로 주고받는다.


애들 키우고 내 삶이 끝난 것 같았는데, 아들이 건넨 태블릿과 e북(전자책) 선물이 다시 내 꿈을 꾸게 했다. 

“엄마가 책을 쓸까 하는데,,,”라고 자신 없게 말을 건넬 때 활짝 웃는 표정으로 

“좋은 생각이에요. 우리 키운 얘기 쓰시면 되겠는데요."라며 단박에 자신감을 갖게 해 주었고, 

글을 쓰며 힘들어할 때는 “어머니는 하실 수 있어요. 지금 아주 잘하고 계세요.”라며 용기를 북돋아 준다. 

이렇게 내가 자식을 키우며 했던 말들을 이제 자식에게서 듣는다. 




육아가 재테크?

주식이나 부동산이 광풍일 때 신용대출을 이용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매수) 투자자들이 상당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끝 모르고 오를 것 같던 가격은 내려가고 신용대출한도가 축소되거나 강화된다는 소식에 영끌인들은 ‘빚투’에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라는 뉴스도 봤다. 

주식, 코인, 부동산, 이 도박 같은 투자가 열풍인 시대에 ‘육아가 재테크’라는 말을 하려 한다. 

‘이게 뭔 소리래?’라며 의아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SNS를 활용하는 세대들이라면

무슨 얘긴지 척 알아들으리라 본다.


요즘은 아기를 키우는 과정을 블로그나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SNS에 올려 그것이 경제로 이어지는 경우들이 많다. SNS에 올린 것들을 책으로 엮어 강연이나 강사로 새로운 활동을 하며 또 다른 직업이 되기도 한다.

우리가 애들을 키울 때는 육아가 나의 새로운 꿈이 되리라 상상도 못 했던 일이다. 

그런데 아들의 태블릿과 전자책 선물을 받은 것이 책 쓰는 계기가 되었다. 

공부하며 키웠던 육아와 꾸준했던 육아의 경험이 책의 재료가 되고, 산후관리사로서 일을 하며 아기를 만났던 일들이 책의 사례들이 되었다. 이렇게 육아가 엄마의 새로운 꿈이 된 것이다. 

나에게 있어 육아는 꿈을 갖게 해 준 값진 선물이 됐다. 아이와 엄마의 꿈을 위해 육아를 즐겨보자.


그럼에도 육아는 쉽지 않다. 모르면 더 어렵다. 고전 해설가 박재희 교수의 《1일 1강 논어 강독》에서 공자가 말씀하시기를 ‘아는 것은 좋아하는 것만 못하고, 좋아하는 것은 즐기는 것만 못하다.’ 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라는 명언처럼 어차피 해야 할 육아라면 피하지 말고 달려들어 즐기는 것은 어떠한가?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아기와의 소소한 일상을 SNS에 남기고, SNS 이웃들과 육아정보와 경험을 나누고, 이것들을 엮어 책으로 출간한다면 육아도 성공하고 돈도 벌고, 일거양득, 누이 좋고 매부 좋다 하겠다. 요거만 한 재테크가 또 있을까? '사랑은 돌아온다.'






https://brunch.co.kr/@yangmama/33

사진 : Can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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