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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 스텔라 Apr 07. 2021

동음이의 갈림길에서

지금 미국에서 아시안계 이민자로 살아가는 것이 어려운 때이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물리적으로 사람을 갈라놓더니 이제 정신적으로 나누고 있다.

정말 질이 나쁘다.

그런데 문득, '나눈다'는 말의 정서는 원래 이게 아닌데...라는 마음이 든다.

영어로 Share 인지, 혹은 Split 인지에 따라 정반대의 동음이의가 된다.

사람이 주체가 되어서 나누면 Share가 되지만,

외부의 세력에 의해 나뉘면 Split이 된다.

이렇게  바이러스가 사람의 주체성까지 빼앗아 가는데 지금 미국은 백신 접종으로 코로나를 이긴다고 하면서 인종갈등을 조장하는 코로나에게 계속 당하고 있는 것 같다.


한 번은 딸이 '소수계는 기득권 시스템에 대해 저항하고 개선하려는 것이지 결코 인종을 나누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무슨 뜻일까?

서로 Share 하자는 것이지 Split 하겠다는 뜻은 아니라는 말로 들렸다.

사실 코로나 사태가 한참 심각하던 지난해 중순에 위험을 무릅쓰고 BLM (Black Lives Matter) 운동에 많은 아시아계 젊은이들이 참여했는데 지금 흑인들이 아시안을 공격한다는 사실에 화가 나기도 한다.

그때 작은딸이 보내준 어느 한국 학생의 '부모님께 보내는 편지'에 흑인과 마찬가지로 우리도 이 땅에서 Minority로 살아야 한다고 절절하게 쓰인 내용을 보고 나도 공감했었다.


나도 4,29 폭동 직후에 당시 어린 큰딸을 태우고 운전하다가 한인타운 근처에서 흑인 청소년이 차 유리창에 돌을 던져서 놀랐던 경험이 있다.

당시에 한 한인이 운영하던 두 가게 중에 하나는 폭도들에 의해 전소되었고 하나는 흑인 매니저가 폭도들과 대치하면서 지켜주기도 했다.

이제는 ALM (All Lives Matter)에 참여하고 싶은 심정이다.

딸의 말을 들으면서

시스템으로 인해 입장이 나누어지게 되어도(Spilt)

사람은 입장에 따라 가지게 된 결과물과 서로의 마음을 나누어야 (Share)

코로나 사태와 인종갈등과 같은 현실 속에서 인간의 주체성을 지킬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인종 갈등은 미국 이민 역사에서 보면 계속 반복되는 이야기이다.

한국인으로서 대공항과 2차 세계대전 때 중국인들과 일본인들이 겪었던 일들은 동병상련을 일으킨다.

큰 재난이 있으면 큰 갈등이 따라온다.

어려운 현실을 서로의 탓으로 돌리며 비난하고 대립한다.

서로 나누던 것을 멈추고 서로 나뉜다.



코로나 사태가 중국 우환에서 시작되었을 때 엘에이 다운타운에 갈 기회가 있어서 Chinese American Museume애 들른 적이 있다. 그들의 삶이 오래 마음에 남았다.

그곳에는 이태리 이민자들이 중국인들에게 일자리를 빼앗겼다는 생각에 같은 이민자 입장이면서도 중국인들을 공격했던 기록도 전시되어 있었다. 같은 거리에 Italian American Museum이 있다. 그들은 American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대립하기도 했다.

먼저 왔든지 나중에 왔든지  모두 이민자가 아닌가...


아침이면 지금의 인종갈등으로 불안한 마음보다

우리는 같은 뿌리에서 시작했다는 사실에 더 비중을 두고 집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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