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시각, 청각, 미각, 후각, 촉각으로 사물과 상황을 먼저 인식한다.
인식된 사실은 생각, 감정, 의지와 같은 내면 활동을 통해 인지된다.
인지된 사실을 근거로 행동하게 된다.
인지과정을 거치지 않고 행동하는 것을 본능적 반응이라고 한다.
몸이 쇠퇴해져 가면 감각 기능을 서서히 상실하게 되고,
따라서 인식된 데이터가 없기 때문에 내면 활동이 조금씩 줄어들면서
활동이 정지되어 가는 과정이 자연스러운 노화 현상이라고 하겠다.
과도하게 몸의 노화를 막는데 치중하다 보면
인지 능력이 없는 상태에서 본능으로 행동하게 되기도 한다.
반대로, 내면 활동에 기울어지다 보면,
인지된 사실을 몸으로 구체화시킬 수 없기 때문에 마음에 병이 든다.
그래서 노화도 균형 있게 진행되는 것이 좋은 것 같다.
가끔 주위에서 감각 기능이 쇠퇴되면서 내면 활동이 없어지는데도 불구하고 정신 활동을 하는 노인들을 본다.
정신줄을 놓지 않는다고 표현한다.
몸의 모든 활동이 정지되는 순간까지 자신을 인식하고 있는 사람이 지닌 생명력은 놀랍다.
사람의 오감 중에서 시각이 주요 인식 기능이라고 한다.
보는 것은 이미지를 우리 마음에 새겨 넣기 때문에 오감이 내면에 그리는 그림이라고도 할 수 있다.
개인의 경험과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아름다운 음악도 상처 받는 말도 마음에 어떤 이미지를 남긴다.
구수한 밥 냄새는 고향을 떠올리게 하고 약 냄새를 맡으면 병원이 그려진다.
추운 날 온기는 환대로, 더운날 열기는 견딤의 이미지로 새겨진다.
맛있는 음식은 만족을, 고약한 맛은 위협을 떠올리게 한다.
이렇게 오감을 통해 마음속에 형상화된 이미지는 사람을 움직이게도 하고 움츠러들게 하기도 한다.
마음으로 보는 이미지에 따라 에너지가 생기기도 하고, 있는 에너지를 빼앗기기도 한다
끝까지 정신줄을 놓지 않는 사람, 정신 활동을 계속하는 사람에게서 느끼는 생명력은
그가 비록 시각(Sight)은 잃어버려도 보는 것(Vision)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꿈(Dream)은 희미하게 보여도 비전은 분명히 보인다.
나이 들면서 노화가 진행될수록 육체적 활동에 필요한 에너지는 감소하겠지만
비전이 있으면 정신 활동에 필요한 에너지는 계속 공급될 수 있을 것이다.
연로한 엄마가 계시고 나 또한 나이 들어가면서 노화와 마지막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비전 때문에 끝까지 에너지를 잃지 않고 활동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