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어떤 순간에 음악을 듣는지 궁금합니다.
도쿄의 밤은 낮보다 조용하지만, 그렇다고 고요하진 않다.
사람들의 발소리, 자전거 체인이 돌아가는 소리,
어딘가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이 공간을 채운다.
그중에서도 나는,
우연히 마주치는 음악이 만들어내는 순간을 좋아한다.
어떤 날은 좁은 골목길을 걷다가,
어떤 날은 전철역에서 나오다가,
어떤 날은 공원의 벤치에 앉아 있다가,
뜻밖의 선율이 나를 멈춰 세운다.
낮의 도쿄가 수많은 목소리와 빠른 속도로 가득 찼다면,
밤의 도쿄는 조금 더 개인적인 순간들로 채워진다.
그 순간들을 음악이 만들어준다.
어느 저녁, 우에노 공원을 거닐다가
기타 선율이 들려오는 곳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누군가 공원 벤치에 앉아
기타를 치며 조용히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앰프도, 마이크도 없이
오직 기타 하나와 목소리 하나.
공원 안을 걷던 사람들이
하나둘씩 멈춰 서서 음악을 듣고 있었다.
어떤 이는 벤치에 앉아 눈을 감았고,
어떤 이는 멀찍이 서서 감상했다.
그리고 나는,
나뭇잎 사이로 부서지는 가로등 불빛 아래에서
그 순간을 가만히 담아두었다.
그 사람은 프로 가수가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의 노래는 그날 저녁,
우에노 공원의 공기와 완벽하게 어울렸다.
노래가 끝나자
몇몇 사람들이 작게 박수를 쳤다.
그리고 기타를 든 그는,
별다른 말 없이 미소만 지었다.
그냥,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도쿄의 밤에는 그런 순간들이 있다.
특별한 이유 없이도
음악이 모든 걸 설명해 주는 시간.
지하철 안에서도 음악을 듣는다.
이어폰을 끼고 듣는 음악이지만,
도쿄라는 도시 자체가 음악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어떤 날은 칸 전체가 조용하고,
어떤 날은 취한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섞여 있다.
어떤 날은 피곤한 직장인들이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고,
어떤 날은 학생들이 가방을 기대고 졸고 있다.
나는 그런 순간들 속에서
음악과 도시의 리듬이 겹쳐지는 걸 느낀다.
기차가 출발하는 소리,
전철 문이 열리고 닫히는 소리,
그리고 이어폰 속에서 흘러나오는 노래.
이것들은 결국,
내가 이 도시에 속해 있다는 걸 느끼게 해주는 감각들이다.
도쿄는 빠른 도시다.
사람들은 바쁘게 움직이고,
광고판의 네온사인은 쉴 새 없이 빛난다.
음악도 마찬가지다.
가게마다 다른 음악이 나오고,
거리 공연을 하는 사람도 있고,
지나가는 자동차 라디오에서도 소리가 들린다.
하지만 그런 소음 속에서도,
나는 나만의 리듬을 찾는다.
가끔은 카페에 앉아
아무 노래도 틀지 않고,
바깥의 소리를 가만히 듣기도 한다.
그곳에서는 음악이 따로 필요하지 않다.
컵을 내려놓는 소리,
커피 머신이 작동하는 소리,
멀리서 들려오는 대화 소리,
이것들만으로도 충분히 음악이 된다.
도쿄에서는 그런 순간들이 많다.
우리가 음악을 듣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음악이 우리를 듣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느 밤, 나는 나카메구로 근처를 걷고 있었다.
작은 바에서 재즈가 흘러나왔다.
그 앞을 지나치려다가,
나는 문득 걸음을 멈추고 음악을 들었다.
딱히 좋아하는 곡도 아니었고,
누가 연주하는지도 몰랐지만,
그 순간이 너무 좋았다.
도쿄의 밤에는 그런 순간이 있다.
예고 없이 찾아오는 음악,
계획되지 않은 감정들,
그리고 그 안에서 나만의 속도로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는 시간.
어떤 사람들은 도쿄를 바쁘고 차가운 도시라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이곳에서 문득 들려오는 음악들이
도시의 또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속에서,
나는 나만의 리듬으로 살아간다.
어떤 노래는 특정한 장소를 떠올리게 한다.
어떤 장소는 특정한 노래를 떠오르게 한다.
나는 도쿄의 밤을 걸으며,
그때마다 다른 노래를 듣는다.
어쩌면 언젠가는,
당신도 도쿄의 골목에서 우연히 흘러나오는 음악을 들으며
나처럼 멈춰 서는 순간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때,
당신은 어떤 음악을 듣고 있을까? 문득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