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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angpa Dec 31. 2017

파티 참가 비용과 뫼비우스의 띠

2015년 12월 3일

헉. 메이크업 헤어 예약하고 나서 이것저것 보다 보니까 여성의 전화 기부...가 뜨네.

나 지금 안 가도 되는 파티 나부랭이 두 개 간다고 쓰는 돈, 다른 데에서는 정말 요긴하게 쓰일 수 있는데.

인간이 참 사는 게 그렇다. 어쨌든 다른 사람이 좋은 일보다 내 조금 아쉬운 게 더 중요한 거겠지.

확 그냥 다 취소해버릴까 하다가 자기 의심 무한 루프에 빠졌다.


- 회사 파티는 그냥 원피스로 때우고.. (아 벌써 코르셋은 질렀구나) 하던 대로 걍 가고 신랑 회사 파티도 있는 까만 드레스 플러스 액세서리 좀 화려한 거 싼 거 사서 갈까? 돈 세이브 한 걸로 이번 한 해 액땜하는 의미에서 기부. 

- 근데 나답지 않게 착한 척하는 것이, 과연 좋은 일 하고 싶어서, 기부 하고 싶어서 그런 거냐 아니면 "아 다 귀찮아 안 하고 싶어 그런데 기부하느라고 안 했다고 하면 도덕적인 우월감까지 갖춘 귀차니스트의 발할라 도착"? 

- 아니 뭐 도피 욕구로 그런다고 해. 그래도 좋은 일에 돈 쓰게 되고 난 꾸미는 거 신경 안 써도 되고 누이 좋고 매부 좋고 꿩 먹고 알 먹고....

- 신랑 회사 주최 아줌마가 정말 날 죽일지도 몰라. 

- 하지만 엔지니어라고 하면 봐주지 않을까?? 

- 솔직하게 말해서 나 지금 "허영심에 돈 쓰는 데에 대한 죄책감"이 더 큰 거냐 "생각하기 싫은데 마침 구실 좋다"가 더 큰 거냐?? 

- 아 뭐 꼭 내가 맘속으로 이렇다 저렇다가 중요한가? 결과적으로 최고 효율적인 결과가 나오면 좋은 거고, 드레스니 메이크업이니 쓸 돈으로 기부하면 훨씬 더 효율적인 재화의 분배라는 건 변명할 수 없는 사실.... 

- 나 뻘짓 하는데 돈낭비하는 게 이것뿐만이 아니라 아주 다양하고도 버라이어티한데, 정말 진실로 리얼리 이타정신 희생정신 때문이냐?? 너 노트북 살 때는 "아냐, 그 카드 내려놓고 다시 생각해 봐. 그 돈으로 몇 명의 고아를 살릴 수 있는지 알아??" 라는 질문은 안 했지?? 

- 아니 내 말이. 그 때 그 고민 안했으니까 지금이라도 하자는 거 아냐. 

.

.

.

아시겠죠. 저의 자기 의심 자기 비하의 무한 루프는 애매모호한 죄책감과 그에 대비해 창피하게 확실한 귀차니즘이 버무려진 뫼비우스의 띠라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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