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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angpa May 31. 2018

휴가 + 딸의 파란 눈 디버깅을 위한 유전자 검사 결과

2016년 4월 3일

잡다한 근황 - 현재 휴가 + 딸내미의 파란 눈 디버깅을 위한 유전자 검사 결과 (23andme).


휴가 와 있습니다. 런던에서 벨기에 브루지(Brugge) 까지 차로 네 시간도 채 안 걸리는 거 아시나요? 우리는 애가 있으므로 시간이 좀 더 걸리더라도 페리 타는 옵션으로 갔습니다. 런던에서 도버까지 한 시간 조금 더 걸렸고, 페리 수속과 대기가 45분, 페리 두 시간 동안은 애들 놀이터에 풀어놓고 우리는 정신 좀 챙기고, 프랑스 덩커크 도착해서 한 시간 운전하니까 브루지까지 오네요.


여기는 네덜란드어 쓰는데 남아공에서 쓰는 아프리칸스와 상당히 비슷해서 표지판, 간판, 메뉴 읽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Te huur - Kantoor 이런 거 보니까 감격해서 눈물이 왈칵 쏟아져 나오려고 했다는. 저 아프리칸스의 소굴 프리토리아에서 제일 예민한 중고등학교 시절 보낸 사람입니다. 고등학교 졸업할 때 아프리칸스가 제1외국어였고 불어는 2외국어였어요. 그러니 메뉴판에 Afrikaans Boereworst가 보이면 만감이 교차할 수밖에요(라틴어가 3외국어 ㅋㅋㅋ 졸업과목 일곱 개 중에 네 개가 언어였음. 순도 백퍼센트 문과였다니까요.).


AirBnB 로 예약한 집 주인분이 더치로 말하시니 천천히 말하면 알아듣겠더라고요...라면 좋겠으나 알고 보니 이 분도 남아공 케이프타운에서 좀 생활하셨다고;; 좀 쉽게 말씀하셔서 알아듣기 쉬운 게 아니었을까 하는 의심이.

다들 3개국어는 기본으로 하는 것 같은데 그래서인지 메뉴판도 언어가 막 섞여 있네요. Vegetarische restaurant - pannekoeken - tearoom - brasserie 이게 식당 하나 유리창에 써 있기도 하고요.

남아공에서는 죽인대도 안 쓰던 아프리칸스가 런던에 와서 확 늘었는데 - 남편과 속닥속닥할 때 무척이나 유용하게 쓰여서 그렇습니다. 다른 사람들 앞에서 조금 곤란한 말일 때 - 예를 들어 친구들과 식당에서 밥 먹고 현금 있어? 뽑으러 갔다 올까? 오늘 좀 일찍 자야 하지 않나? 일어날까? 얘기할 때, 애들이 알아들으면 안 되는 얘기 할 때 등등 상당히 요긴하게 썼는데...

오늘도 식당 들어가서 밥 먹다가 "가격 고려할 때 맛은 그냥 저냥이네" 라고 말하려다 보니...

아프리칸스로 말했을 때 딱 뽀록날 수 있는 곳은 또 처음이네요 네. 옆자리 부부들이 더치로 하는 말도 거의 백퍼 들리는데 그 사람들도 우리가 말하는 거 들리겠죠. 아 이 뭔가 반가우면서도 이질적인 이런 느낌이란.




아참. 얼마 전에 딸내미의 파란 눈과 밝은 머리 색깔에 대한 미스터리, 그리고 외가 쪽 선조분 중에 회회교 사람이라 불렸던 분에 대해 글 썼었는데요 유전자 검사 나왔습니다.


47% 한국인 

28% 일본인 

11% 중국인

....그리고 0.2% 미국 원주민.


미국 원주민?? 미국 원주민??? 미국 인디안??? 아파치족 뭐 그런 거???? 아놔 ㅋㅋㅋㅋ 이건 또 무슨 랜덤 ㅋㅋ 아니 글구 28% 일본인은 부모님이 두 분 다 경남 분들이라 그런 건가요? 외가 쪽은 다 일본에서 태어난 한국분들이라고는 했다만.

그리고 제 유전자 중에 눈 관련 제노타입이 눈 파랄 가능성 1%, 녹색 눈 12% 뭐 그렇다고 하네요. 그런데 저에게서 한 카피를 받고 남편에게 다른 카피를 받는다면 파란 눈 가능성이 7%로 늘어납니다. 아들내미는 파란눈-녹색-헤이즐로 바뀌었는데 제 유전자와 남편 유전자를 섞으면 녹색 눈 가능성은 37%(남편은 아버지가 파란 눈, 본인은 녹색 눈). 이 유전자가 없는 사람과 결혼했다면 파란 눈 애가 안 나왔겠죠. 아, 금발 가능성은 10%. 이것 역시 남편 쪽의 금발 유전자 받아서 딸내미에게 발현한 듯.

아니 근데 미국 인디언 유전자로 파란 눈이 가능한가요?? 일본 북쪽 섬, 러시아 근처에는 눈 파란 일본 사람들도 있다던데 그 쪽 유전자인가요??

뭐 그랬다는 얘깁니다.


벨기에에서 와플 많이 먹고 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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