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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angpa May 31. 2018

들어서 열 받는 욕, 욕으로 안 들리는 욕

2016년 7월 5일

무슨 글인지 모르겠는데 (워낙 많이 써야지;;)어쨌든 무슨 일로 시비 거는 악플이 달렸고, 그날따라 장난기가 넘쳐서 쫓아 가봤다.

  

그러다가 "글도 참 못 쓰시는 양파님이시네요" 라고 말 거는 사람이 있었다.     


아마도 열 받으라고, 모욕적인 의도로 한 말 같으나 -     


아니 이보세요. 난 한국에서 초등학교가 마지막 학력이고, 그 이후로 삼십 년 가까이 해외에서 살다 보니 한국에서 보낸 시간 다 합해봐야 두세 달 되는 사람이오. 그럼 당연히 한글 못 쓰지 한국에서 고등교육 다 마치고 직장생활한 당신보다 잘 하겠소?     


여기서 큐: 

아니에요 양파님 글 잘 쓰세요 -> 이런 칭찬 들으려고 쓴 말은 아닙니다 ㅋㅋ 전 글 쓰는 거 좋아해요. 한국어 자체 수준, 그러니까 표현 방법 내지 어휘 능력, 컨텍스트 등은 한국에서 자란 사람보다 떨어질지 모르지만 설명하는 방식이나 뭐 그런 건 아무래도 설명충으로 살았으니 아닌 사람들보단 낫겠죠.     


어쨌든.     

들어서 열 받는 욕이 있고 욕으로 안 들리는 욕이 있다. 글 못 쓴다는 말이 나에겐 그런데, 작가로서의 정체성이 없어서 그럴 듯하다. 내 글에 대한 애정이라든가 자존심이라든가 그런 거 없다. 특히 못 썼다고 느끼는 사람들 평가의 가장 큰 부분은 "내가 듣고 싶은 말, 내가 동의하는 말을 안 썼다"더라.


아, 못생겼다는 욕도 그렇다. 아니 세상 사람들 외모에 점수를 매긴다면 당연히 벨커브겠지. 그 중에서 내가 중간 +- 1 편차에 들어갈 확률이 64%겠고. 50%는 평균 이하일 수밖에 없는 거 아니오? 특히나 외모는 타고 태어난 건데 어쩔 수 없는 거 가지고 '니는 평균 이하다'라는 거는 최악의 케이스가 사실 적시 정도. 게다가 개인 의견도 많이 들어가니까. 내가 보기에 당신의 외모는 벨커브 왼쪽에 위치해 있소... 정도인데, 어쩌라고(마찬가지로, 외모에 대한 칭찬도 그렇다. 벨커브 오른쪽이시네요 <- 음. 그런가요.).     


'꼴펨'이라는 욕은 욕하는 사람이 페미니즘을 이해 못 한 거 같으니 나에 대한 욕 보다는 하는 사람의 인성과 교양 수준을 더 잘 드러내는 말이고.     


그 외 '니가 뭘 알고 쓰냐' -> 요거는 새겨듣는다. 실제로 이 사람이 나보다 더 잘 알고 있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고, 내가 빼먹었거나 생각 안 해본 부분도 있을 수 있으니까 욕으로는 안 듣는다.     


'너무 단정적으로 말한다' -> 요건 맞는 말이다. 한 자리 앉아서 급하게 확 써 내리는 내용이 대부분이라서 '이 시나리오 안에서, 위에서 말한 조건 내에서' 이런 disclaimer를 빼먹을 때가 종종 있다. 그리고 글 흐름 때문에 '말했다시피 이럴 가능성이 높더라'를 위에 한 번, 혹은 끝에만 한 번 쓰고 넘어갈 수도 있고 하니까, 쓴 글을 나중에 읽다 보면 아, 어조가 좀 강하구나 하고 나도 느낀다. 다른 사람들이 쓴 글을 읽을 때 특히나 그렇다. 아마도 고등교육/ 직장 생활하면서 두루 뭉실 둘러둘러 쓰는 방법을 안 배워서 그런 게 아닐까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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