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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angpa Jun 05. 2018

[극혐주의] 실력행사를 강간으로 치환하는 나라에 산다

2016년 12월 28일

[극혐주의]     

어떤 한 만화가는 새누리당이 마음에 들지 않았고, 아주 강력하게 규탄하고 싶었다. 새누리당이 강력한 국민의 힘에 무릎 꿇고 굴욕당했음을 표현하고 싶었다.     


이 사람은 그것을 표현하는 방법으로 젊은 여자 강간 장면이 적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는 강간당하는 여자의 이미지를 구상해서 콘티를 짜고, 최대한 성적으로 굴욕적인 이미지와 대사를 만드느라 머리를 쥐어짰다. 그의 머릿속에서 새누리당은 도도하게 나를 무시하다가 강간으로 능욕당하는 젊은 여자였다. 본때를 보여주는 강간범은 새누리당을 싫어하는 진보세력인 자신이었다.     


그는 콘티를 짜고, 밑그림을 그리고, 색깔을 입히고, 다듬어서 온라인에 올렸다. 새누리당과 박근혜 정권에 반대한 모든 국민들을 강간범으로 만들고, 새누리당은 강간당해 마땅한 여자로 만들고, 국민의 분노를 강간범의 헉헉거림으로 바꿔놓고는 속이 시원했다. 다른 이들도 처참하게 당하는 여자를 보면서 박근혜 정권을 무너뜨렸다는 희열감을 느낄 거라 확신했다.     


우리가 이런 나라에 산다. 자칭 진보라 할 사람이 "실력행사"를 강간으로 치환하고, 심판받아야 하는 상대를 젊고 몸매 좋은 여자로 설정해서 구상하고 콘티 짜고 그리고 색칠하고 업로드하고 피드백을 기다리고, 그 모든 과정에서 무엇이 잘못되어있는지 한 번 생각하지 않았으며, 자신은 정당한 방법으로 분노를 표현했다고 믿는다. 다른 이들도 동조할 것이라 믿는다.     


여자에게는 조국이 없다는 말이 이럴 때처럼 와 닿을까. 여자에게 조국은 없다. 여자는 역사에서 지워진다. 시위 때에는 머릿수 채우기로, 가난한 남자들에게 작은 위로라는 리벤지 포르노로, 분노한 진보 몇에게는 분노표출의 소비재로, 그렇게 쓰여지고 버려진다.     


자, 그럼 이제 우리에게 말해봐. 해일이 오는데 조개나 줍고 있다고 다시 말해봐. 우리는 이런 식으로 소비되고 있는데, 우리 사회에 여혐 따위 없다고 다시 말해봐.          


https://twitter.com/climb_chairman/status/813395302249943041


설마 낚시가 아닐까 했으나 제작 과정도 유튭에 죽 올려놓았음. 문제의식 제로.

원글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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