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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angpa Jun 08. 2018

소설을 잘 못 읽는 사람

2017년 2월 10일

읽는 책이 99% 대중과학서나 역사, 경제 관련 책이다. 소설은 뇌에 부하가 걸려서 잘 못 읽는다.     

공항 갈 때마다 책을 서너 개 사서 읽는데 비행 중에 다 못 읽는 책도 있다. 이번 책은 Adventures in Human Being (Gavin Francis)인데 중간 정도에 명함이 꽂혀 있더라. 거기까지 읽었나보다. 뭐 어차피 생각도 안 나고 해서 다시 읽기 시작했다.  

   

이 사람 참 글 잘 쓴다. 주관적인 내 기준으로 제일 잘 쓰는 사람이 Atul Gawande인데 Gavin, 이 사람은 명문 사립 고등학교 다니면서 희랍어 라틴어 고전도 읽으면서 컸을 거 같다. 내 참 글 읽다가 표현이 멋있어서 표시하는 건 또 처음이네. 오토바이 타고 질주하며 도로가 unspooling한다는 단어를 썼다. 줄줄 풀어지는 실타래에 도로를 비유하다니! 어머나 멋있어! 라고 감탄하며 남편에게 말했다.     

"너 진짜 소설 안 읽는구나?" 라고 남편이 말씀하셨다. "그거 되게 흔한 표현이야." 라고 확인 사살하셨다. "하기야 넌 논픽션만 읽으니까 네 메마른 정서에는 그것만 해도 감탄할 수도"라고, 확인사살을 넘어 깐죽거림의 영토로 넘어갔다. 나는 무력행사의 유혹이 들었다(남편은 B급 공상과학 소설만 디립다 읽는다).     


어쨌든. 뻘쭘해져서 이젠 멋있는 표현 같은 거 무시하기로 했다. 일리아드 인용도 그냥 넘어갔다. 셰익스피어도 나오고 현대 시인들의 글귀도 나온다. 이 아저씨 진짜 고전 문학 섭렵하셨네...라고 생각했으나, 문학 소양이 부족한 나한테는 다 대단해 보이는가 보일 수 있으니 입 꾹 다물고 있다. 그래도 이런 건 - 


"Thus strangely are our souls constructed, and by such slight ligaments are we bound to prosperity or ruin", 프랑켄슈타인, 메리 쉘리. 


와, 이렇게 분위기 있는 책이었는지 모르고 난 그냥 줄거리만 대강 아는데. 각 챕터마다 적당하면서도 멋있으면서도 있어 보이는 글귀로 시작한다. 무려 syncretic 이런 단어도 딱 컨텍스트에 맞게 쓴다. 그런데도 감탄을 못하겠다. 내가 문알못이라 감탄하는 건지 진짜 잘 쓰는 건지 알 수가 없잖소.     


아무리 논픽션이라도 저자의 글 느낌이 확확 다른데, 좋아하지만 친한 친구는 못 될 거 같은, 다른 영국 의사 작가로는 Ben Goldacre 가 있다. 헛소리하는 상대 개박살내서 사이다 살포하기가 주종목이다. 

예: Gillian McKeith – or to give her full medical title, "Gillian McKeith". 이러니 온갖 소송에 시달리지. 그래도 독자 입장에서는 재밌고.     


Bill Bryson 의 다른 책은 재밌게 잘 읽었는데 여행서 보면서 놀랐다. 와, 이 할아버지 정말 못됐다는 말이 저절로 나왔다. 그래도 웃기다. 난 농담 따먹기에 약한 사람이므로 웃기면 무조건 보너스 점수 준다.     


하루에 한 시간 반 정도 읽게 되니 약 60 페이지. 일주일이면 한 권. 그런데 참 컴퓨터 책엔 손 안 가는구려. 요즘엔 소설책도 그리 어렵진 않던데 다시 시작해볼까 고민 중. 예전에 읽는 책 다시 한 번 더 읽는 것만으로도 일년 치인데 책장 책 중에 소설이 없어 orz;;     


말이 길어졌는데. 책 재밌어요. 추천합니다. 그러나 Atul Gawande 책을 더 추천합니다. Better, Complications, Checklist, Being Mortal, 하나도 안 빠지고 다 훌륭했습니다.


https://www.amazon.co.uk/Adventures-Human-Being-Wellcome-Francis-x/dp/1781253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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