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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angpa Jun 09. 2018

무려 푸틴이 이해되는 기적

2017년 2월 18일

이번 주의 책 추천. 무려 푸틴이 이해되는 기적이 일어납니다.     


'지도 열 개로 세계 정치 한 큐에 이해하기'란 부제 달고 나왔다.

한국에서도 '지리의 힘'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됐더라.     


푸틴이 왜 우크라이나 정치에 개입하는지, 왜 중국이 티베트에 예민한지 등등 복잡한 설명 들으면 이해 잘 안 갔는데 이 사람 설명 들으면 곧바로 '납뜩' 되어버린다(기억력 나빠서 대강 생각나는 대로 적습니다.).    

 

역사에 꽤 관심 있는데도 푸틴은 왜 유럽 연합 망하기를 원할까. 왜 NATO가 중요할까 이런 거는 크게 와 닿지 않았다. 난 러시아를 보면 무지막지하게 큰 나라가 요즘 세상에 그렇게도 보안 걱정해야 하나 싶고 러시아 공격했다가 폭망한 나폴레옹, 히틀러 정도만 기억했다. 하지만 실제로 러시아가 침공당했던 걸 계산해 보면 평균 30 몇 년에 한 번씩 유럽에서 군사 행동을 한 셈이란다. 그리고 프랑스에서 모스크바까지는 히말라야나 사하라 같은 자연적인 장벽이 없다. 군수 물자 조달 라인이 길어져서 그렇지 공격하려면 쭈우우욱 들어갈 수 있다. 

2차 세계대전에서 인명 피해가 제일 큰 나라는 러시아였고, 그 이후에 바르샤바 조약으로 보호벽을 세웠지만 구소련 망한 이후로 바르샤바 조약에 들었던 모든 나라들이 구소련 상대 군사 동맹이었던 NATO나 유럽연합 멤버가 되었다. 아니 뭐 냉전 끝났으니까 러시아를 공격할 일이 없다....고 하기에는, 역사적으로 봐도 지리적으로 봐도 러시아 입장에선 예전 방패 나라들이 너랑 안 놀아 너 미워하는 딴 패거리로 들어갈 거야 한 이상은 NATO 나 유럽 연합이 망하는 게 좀 더 마음에 놓이긴 하겠다란 생각.

     

그리고 우크라이나. 이건 아주 예전에 역사 시간에 배웠었는데도 잊어버렸다. 러시아가 크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추운 동네고, 겨울에 얼지 않고 (부동항) 큰 대양으로 나갈 수 있는 항구가 귀하다. 

19세기, 20세기는 영국의 해군이 세계를 지배할 때인데, 부동항이 없다는 건 고속도로로 빨리 이동해야 하는 상황에 진입조차 못 하고 차 댈 곳도 없는 셈이다. 미국은 그에 비해 동쪽 서쪽에 각각 대서양 태평양이다. 러시아 서쪽에서 대서양으로 나가는 길을 지도에서 보자. 발트 해로 나가려다 20세기 초 스웨덴 해군에게도 얻어맞은 수치스런 역사가 있고, 아주 좁은 Skagerrak 해협 지나가 (나토 멤버인 덴마크와 노르웨이가 통제함) North Sea 못 피해간다. 막강 해군이던 영국의 앞마당이다. 여길 지나도 대서양 가려면 GIUK 갭(그린랜드, 아이스랜드, 영국이 통제) 지나가야 한다. 그래 북쪽으로 나가려니 드럽다 남쪽으로 가자! 하려면... 우크라이나의 항구에서 흑해 지나서 지중해 지나서 가야 하는데, 여기 역시 지도 보면 알겠지만 쉽게 빠져나가기 어렵다. 게다가 터키도 나토 멤버!!! 아놔. 

미국처럼 지 맘대로 대서양 태평양에 배 띄울 수 있는 사정과 아주 많이 다르다. 그런데 우크라이나까지 잃으면? 물론 '러시아님 편하게 쓰세요' 라고 우크라이나가 해주면 되긴 하지만 걍 점령하는 쪽이 아무래도 편하... 쿨럭;; 거기의 세바스토폴 항구가 있는데, 러시아가 통제하는 그 넓고 넓은 영토에서 거의 유일한, 겨울에 얼지 않는 큰 항구였다 (그나마 대서양으로 나가기 힘들다. 그래도 나름 월드 수퍼파워인데 '겨울 4개월은 영업 정지'는 안 되잖소). 근데 우크라이나가 유럽연합이랑 막 친한 척한다면 신경 무지하게 거슬릴 거다. 나토 조인하면? 푸틴이 과연 가만있을까? 러시아의 유일한 부동항을, 크리미아 반도를 잃은 러시아의 지도자로 역사에 남을까?     


중국과 티베트의 관계에 대해서는 난 잘 몰랐고, 그저 중국이 소수 민족들의 반란에 아주 예민하다는 것만 주워들어서 그냥 그런가 보다 했었는데 이 책 설명 듣고 곧바로 납득했다. 중국의 주요 강 중 양쯔, 황허강(맞나? Yellow river) 말고도 갠지스와 메콩 강도 티베트에서 시작한다. 티베트에서 시작하는 강에 영향 받는 인구가 세계 인구의 46%라고 한다. 그래서 아시아의 워터 타워라고 부른다고. 아 네. 그런데 티베트가 독립하면? 미워 죽겠는 중국 말고 인도와 손잡고 물 흐름을 홱 돌려버리기라도 한다면? 음. 중국이 잘한다는 게 아니라, 내가 중국의 지도자라도 '아 네 그동안 죄송했습니다. 어서 독립하세요'란 말은 쉽게 안 나올 거 같다 깨달았다는 정도.     

(독후감 완전 날림으로 십 분 만에 썼지만) 책 정말 재밌습니다. 강추합니다.


https://www.amazon.co.uk/Prisoners-Geography-Everything-Global-Politics/dp/178396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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