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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angpa May 25. 2018

The Mommy Myth - 모성 신화

2017년 3월 5일

The Mommy Myth - 모성 신화. 최근에 두 번째로 읽었다. 아이 낳기 전에 처음 읽었는데 이 책 읽고 내 삶이 최소 50% 편해졌다. 여러 가지 주제 중에 무엇을 중심으로 두고 얘기할까 고민하다가, 이 책 관련 토막글이 다섯 개를 넘어가서 그냥 포기하고 올림.     




이런 상황을 상상해보자. 24시간 운영하는 어린이집이 있다. 아이가 아파도 데려다주면 어린이집 옆에 딸린 소아과에서 진단 처방 돌봐주기까지 다 한다. 세탁소도 바로 옆에 있어서 아침에 아이 데려다주며 옷을 맡기면 저녁에 아이 찾으러 올 때 가지고 가면 된다. 식당에서 싸게 밥도 판다. 피곤한데 저녁 하기 힘들면 그냥 사서 가도 된다.     

엄청나게 국가 재정 쏟아부은 북유럽 얘기가 아니다. 1940년대, 예전 2차 세계대전 때 미국에서 운영하던 어린이집 이야기다. 남자들은 전장에 나가고 여자 노동력을 동원해야 했을 때 그런 어린이집도 지었단다. 물론 전쟁 끝나고는 빛의 속도로 삭제되었다. 못해서 안 하는 게 아니라는 말. 안 해도 되니까 안 하는 거다.     


책에서는 어떻게 모성 신화를 만들어내어 육아를 여성의 전적인 책임으로 돌렸는지를 차근차근 짚어간다. 정말 동물 사냥하듯 여자들을 구석으로 몰아넣는데, 정리하자면 -     


아이 낳는 것이 여자로서 제일 의미 있는 일. 남편과 아이 없으면 직장이고 뭐고 아무 의미 없음 세뇌. 

훌륭한 어머니는 불평 안 하고 자신을 전적으로 희생함. 희생 안 하는 여자는 이기적임을 설파. 

여성들 간의 '엄마 올림픽' 종목 늘리기. 유기농 음식 먹이고, 아이들 태어나자마자 정서적 인지적 신체적 발달을 위해 힘을 쏟고, 친환경 제품 쓰고, 비상처리는 집에서 다 할 정도로 알 거 다 알고 등등. 예전에 비해서 '전업'은 엄청 무지막지하게 전문화되었음. 그냥 집에서 애 본다로 안 됨. 전업이라면 존재 정당화를 해야 할 거 같은 죄책감 선사. 집안 인테리어, 요리, 남편 내조, 아이들 교육 등 종목은 끝이 없이 다양함. 

어린이집이나 시터에게 맡기면, 눈 깜짝할 사이에 애가 죽고 다칠 수 있다!! 를 강조. 이런 일이 생기면 신문에 대서특필하여 직접 안 키운 엄마 탓함. 죽지는 않더라도 엄마와의 정서적 유대감이 없어지고 성격 나빠지고 성적 떨어지고 (...) 하므로 엄마가 직접 키워야 함을 어필.     


자, 엄마에게 이렇게 책임을 돌려놓으면 그 외 사람들은 아무것도 안 해도 된다. 육아 시설 및 정책이 몇 번이나 성사될 뻔했다가 흐지부지 된 슬픈 역사도 길게 다룬다 (미국 얘기지만).     




80년대에 시작하여 지금까지 널리 퍼져있는 오해, 지금 한국에서도 슬슬 보이는 페미니즘에 대한 오해가 페미니스트들은 '모성애가 없다', 혹은 '남자에게 사랑 못 받아서 그런다'는 식의 논리다. 

책 도입부에 짧게나마 페미니즘의 역사를 커버하는데 60~70년대 페미니즘 운동은 결혼한 애 엄마들이 대부분이었다고 한다. 그 시대 고려하면 당연하다. 어린 나이에 거의 다들 결혼하고 아이를 낳았으니까. 하지만 점점 시간이 흐르면서, 페미니스트는 결혼 못 한 노처녀들의 히스테리 정도로 미디어에서 이미지를 만들어갔다고 한다. "진실은 그 많은 (페미니스트가) 남자를 만났고, 결혼했고, 아이를 낳았고, 그러고 보니까 엄마로서는 자기 재산, 정체성, 꿈, 오줌 눌 시간, 뇌까지 없어야 한다는 걸 발견했고, 뭐 그러다가 성질 더러워진 사람도 있다는 건 인정한다" (발번역이고, 원문은 - "Well, in fact the problem was that all too many of them had gotten a man, married him, had his kids, and then discovered that, as mothers, they were never supposed to have their own money, their own identity, their own aspirations, time to pee or a brain. And yes, some women indeed became bad-tempered as a result." (책 저자 둘 다 아이 엄마임. 나 역시 성질 드러워졌음.)     


요즘에도 페미니스트 웹사이트에 외국 남자 댓글들 중에 그런 말 자주 본다. 남자 미워하지 말고 사랑해줄 남자 만나서 결혼하면 너네도 증오가 없어질 거야 그런. 결국 페미니스트는 남자의 선택을 받지 못해서 화가 난 여자들이란 말이다. 메갈 쿵쾅과 같은 맥락이다. 세계 어디 가나 여혐 패턴은... 하아. 또 다른 줄기는 페미니스트들은 모성이 없어서 애를 낳기 싫어하거나, 애를 낳고도 이기적으로 직장에 나가고 싶어한다는 편견이 있다. 

    

아닙니다. 여러분 ㅠ.ㅠ 결혼하고 아이 낳고 육아 살림으로 갈아 넣어지다가 빡치고 일어선 페미니스트들 많았고, 그런 그들이 드러낸 거지같은 현실 때문에 비혼을 선택한 여자들이 있었죠. 이런 식으로 기혼/미혼/예쁜 여자/안 이쁜 여자/워킹맘/전업맘 나누는 거, 아주 후집니다. 너는 결혼 안 해서 페미니스트, 너는 안 예뻐서 페미니스트, 너는 워킹맘이라서 페미니스트 뭐 이런 거 있죠. 아뇨, 여성 인권이 거지같아서 페미니즘인데 뭐래.     


지금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든, 여자인 이상은 여혐에 영향 받습니다. 잘 나가는 여자 연예인부터 평범한 여중생까지, 삼성 이부진부터 편의점 알바까지, 여자라는 이유로 남자와는 다른 세상을 살아가고 있죠. 그 차이 좀 없애자는 게 페미니즘입니다. 세상 한 번 사는데 같이 같이 가자고요.     


저는 두 아이 엄마고, 내 아이들을 무엇보다 사랑하고, 남편을 사랑하고, 같이 일하는 남자 동료들 좋아하고, 집안일도 매일같이 하는 보통 여자입니다. 

그리고 #저는_페미니스트입니다.     


* 나쁜 아빠 되기는 어렵다:

https://www.facebook.com/londonyangpa/posts/1817544328531046     

https://brunch.co.kr/@yangpayangpa/268


* 나쁜 엄마 되는 게 세상에서 제일 쉽다: 

https://www.facebook.com/londonyangpa/posts/1816754468610032

https://brunch.co.kr/@yangpayangpa/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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