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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angpa Jun 10. 2018

왜 죽은 메갈을 그렇게 끌어올까

2017년 3월 25일

* 페이스북에서는 여성 독자분으로 제한했던 글입니다.     


왜 죽은 메갈을 그렇게 끌어올까 궁금해하던 참에 이웃분의 글을 보고 깨달음이 있어서 -     

"통했으니까" 그렇다. 지금까지 메갈, 메갈 하는 사람들이 설마 메갈 죽었다는 거 모를 리는 없지만, 전에는 '너 메갈이지'가 통했거든. 그러므로 -> 메갈 낙인은, 성우 계약해지 사건 및 웹툰 작가 계약해지사건 등, 페미니즘 지지 활동을 했던 몇몇 여성 개인에게 직접 피해를 입힌(!), '성과'가 있는 사건이었다. 때문에 최근 물오른 페미니즘 운동에 일격을 가하기 위하여, 돌출된 행동을 하는 페미니스트에게 '메갈' 낙인을 찍어 배제/공격하여 기를 꺾자는 취지이다. 정말 일베==메갈이라 믿어서 하는 공격이라 생각된다.     


또 하나 - '메갈'이 일반 페미니즘과의 차이점은, 단순히 '여성의 권리를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남성이 누리고 있었던 기득권이 잘못되었거나 추악함을 "공격적으로 지적"하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일어난 몇 가지 사건 - 가령, '여친 도시락'이라던가 - 에서 남자들이 알 수 없는, '공격당했다'는 피해의식을 느꼈기 때문에 나타난 무의식적 방어기제(?!)이다.     


이쯤에서 혹시 모르는 분들 있을까봐 비밀 하나.     


메갈 죽은 것 맞다. 워마드로 옮겨갔다 하지만 몇만 명 안 된다. 하지만 메갈리아가 한참 왕성할 때 모였던 여자들이 맺은 약속이 있었다. 메갈에 소속감 같은 거 느끼지 마라. 메갈은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다. 어떤 취급당할지 우리 다 아는데 일부러 나 메갈이다 할 필요 없다. 메갈이란 단체는 머리 풀고 개난리치는 미친년들의 집합체로 존재하고, 그렇게 함으로서 다른 여자들이 나가서 '나는 메갈은 아니지만...' 말할 수 있도록, 사회가 여자들 판단할 때 쓰는 잣대 자체를 리셋 해준다. 이전까지는 여시가지고 뭐라 했던 이들이 할 말이 없어질 정도로 지랄해준다. 메갈 편 안 들어도 된다. 메갈 했다 말 안 해도 된다. 딴 데 가서는 멀쩡하고 상식적인 여성으로 '메갈 과격한 여자들' 욕하면서 하고 싶은 말해라. 쇼킹한 건 메갈이 하고 욕먹어 줄 테니.     


판단 잣대 자체 리셋은 성공했는가? 엄청난 성공이었다. 이제는 여시 어쩌고 욕하는 사람 없고, '제대로 된 페미니즘'에는 찬성한다는 사람들까지 나왔다. 여자가 그렇게 욕할 수 없다 믿었던 남자들도 이젠 쌍욕을 퍼붓는 여자들에게 흠칫 놀라고, 메갈이지? 하면 움츠러들며 아니요 제가 그런 건 아닌데요 해야 하는 여자들이 똑같이 받아치면서 싸우니 '말을 이쁘게 하면...' '욕부터 나오는 무식한...' 이렇게 나온다. 오랫동안 당해온 여자들 입장에서는 '웃기고 자빠졌네 그거 가지고 충격 먹을 거였냐 우린 몇 년을 봐왔는데' 였다.

메갈리아 때문에 여혐 생겼다는 말이 제일 웃긴다. 언제나 구실은 있었다. 된장녀들이 사치하니까. 김치녀들이 돈을 밝히니까. 최소한 메갈은 '그년들이 악랄하게 욕하고 그 외 스샷으로 볼 수 있는 나쁜 짓을 하니까' 정도로 건덕지는 있다. 이왕에 욕먹을 거 뭐라도 하고 욕먹으니 덜 분하다. 누가 널 이유 없이 욕한다면 욕할 거리를 만들어주라는 명언을 우리 상기하자.     


난 메갈 닫기 좀 전, 끝물에 들어가서 베스트 글 주루룩 읽고 입덕했는데, 메갈 아니었다면 이 페이지 시작 안 했다. 같이 욕하고 덤비고 싸워줄 여자들 많다는 것, 그렇게 공감대가 있다는 것 몰랐더라면, 그 모든 대학과 직업군의 여자들이 다 메갈에 몰렸던 것을 보지 않았더라면, 하고 싶은 말 마구 지르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나도 메갈의 조언대로 '나는 메갈은 아니지만 이건 아니죠'를 성실히 따랐고, 내 페이지에 온 분들도 그런 분들 많았을 거라 생각한다. 실제 메갈에 가지 않았더라도, 각자 여초 커뮤니티로 다시 퍼져 돌아가 활동을 시작했을 것이다.     


어쩌면 메갈이 죽은 것이 신의 한 수라고 생각한다. 진짜 메갈은 죽었다. 없다. 그러니 너 메갈이지? 하는 지적이 코미디가 되었다. 없다니까 이눔아 없어 죽었어 뭘 찾고 있어. 그러나 소속감은 느끼지 않더라도 메갈에게 감사했던 이들은 수없이 흩어져나가서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나도 그렇고.     


메갈 죽은 지도 1년 반이 다 되어 가는데, 그동안 참 많이 변했다. 난 메갈 전만 해도 내가 공개적으로 페미니스트입니다 말하고 다닐 줄은 몰랐다 (...). 설마 페미니즘 관련 책 낼 정도로 페북에 이 난리를 칠 줄이야. 이 정도면 대략 지옥에서 온 헬페미. 메갈에게 이 영광을 돌립니다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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