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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angpa Jun 15. 2018

남자와 여자 차이 분명히 있다

2017년 10월 16일

남자와 여자 차이 분명히 있다 

+ 남성 중심 문화라고 해서 남자들이 나쁘다는 말이 아니다.     


영국 가정의 책 읽다가 나온 에피소드. 의대 동창이 응급실에서 근무 시작하는 날, 그 동창의 사진을 프린트해서 수위실에 붙여놓았다. "이 사람 의사 사칭하는 사기꾼이니까 들이지 마세요" 메모와 함께. 당연히 이 친구는 출근 첫날부터 쇼를 했다. 다음 에피소드는 이 의사 본인. 발목을 다쳤나 해서 응급실에 들어갔더니 친구들이 난리가 났다. 차트에 온갖 장난을 다 쳤는데, 항문에 좌약 넣어야 하는 증상을 종류별로 다 썼다고.     

아마도 이 사람에게 장난을 친 친구들은 다 남자일 거고, 아마도 거의 다 백인이거나 유색인종이라면 영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친구일 가능성이 높다. 왜냐면 이런 장난은 친하지 않거나 따돌림/괴롭힘당하는 소수 그룹 사람에게 할 수 있는 장난이 아니거든. 항문 좌약 같은 경우는 만약 여자에게 했다면 성추행으로 처벌 받을 만하다. 한국 의대에서도 상당히 빡센 신고식 내지 선후배 군기가 있다고 들었는데, 한국이 좀 더 다문화였다면 그러기가 훨씬 힘들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전체가 해당되지 않는 군기 세우기는 덜 먹힐 수밖에 없다.     


남자들끼리 모여 있을 때 보면, 성적인 농담이나 추행 이런 거 말고도 확실히 여자들과 다르다. 도대체 왜 쓸데없이 공을 던지고 받는지 알 수가 없고, 팀빌딩 하면 고 카트, 페인트 볼 선호도가 높다. 여자들 그룹에서 이런 선택을 할 가능성은 상당히 낮다. 물론 남녀로만 그룹이 갈라지진 않는다. 문화로 엄청 달라지고, 나이대로도 달라진다. 결혼 유무로도 갈리고, 아이가 있는지 없는지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결론적으로,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 많은 그룹에서 마음이 좀 더 편하지만 그만큼 타인을 배제하는 문화가 생기기도 쉽다. 서울대 출신들로만 이루어진 그룹이 몇 년 동안 지속된다면 그들만의 코드가 생길 것이다. 그 중에 고려대 출신 한 명이 들어온다면 아무래도 소외감을 느낄 수 있겠지. 이것은 의도적인 건 아니고, 어떻게 보면 고대 출신 한 명을 위해 전체 문화를 바꾼다는 것이 오바스럽게 느껴질 수 있다. 그렇지만 그 유일한 고대 출신에게는, "야 서울대 동문 모임이란 이름 좀 바꾸자 쟤 뻘쭘하잖아"란 말이 얼마나 큰 차이일까.     


남성 중심의 그룹이 그러하다. 그들만의 문화가 꼭 의도적으로 못된 것만은 아니다. 성적인 농담과 성대상화는 좀 그렇다 할지라도, 남자들만 있다 보면 그들만의 코드가 생길 수밖에 없다. 여자들만 있다 해도 마찬가지다. 이것은 남자 여자만의 차이도 아니다. 당장 당신이 영국 병원에 취업했다면, 그리고 출근 첫날에 저런 장난에 당했다면 인종차별로 볼만하다. 다른 이들은 다 장난의 표적이 되는데 당신만 안 되었다 하더라도 마찬가지다.     

사람은 나와 비슷한 이들과 아닌 이들을 귀신같이 잘 포착해 내기 때문에, 어느 그룹이라 해도 공유하는 특징 중심으로 문화를 만들어간다. 그게 잘못되었다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이렇게 보자. 친구 둘이 얘기를 하다가 직장 동료가 끼었다면, 양해를 구하고 잠깐 더 얘기할 수는 있겠지만 동료가 전혀 모르는 학창 시절 얘기 계속하는 것은 배려 없는 행동이다. "우리끼리 재밌었는데 니가 끼니까 불편해"는, 틀린 말은 아니라도 인성 표시 나는 태도다. 좀 덜 재밌어지더라도, 좀 내가 더 피곤하더라도, 살면서 내가 주류인 그룹만 겪을 거 아닌 이상은 이런 약간의 배려와 예의가 있는 사회가 맞다. 그 정도의 배려를 해 달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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