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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angpa Jun 16. 2018

내친김에 여성에게 잘 보이는 법

2017년 10월 23일

내친김에.     

여성에게 잘 보이는 법. '심쿵'하게 하는 법은 마지막에.     


이거 사실 아주 간단한데요, 주위에 다단계 하는 친구가 있다고 합시다. 아니면 맨날 돈 빌려달라는 인간들이 버글버글. 그러면 그들이 좀 친절해도 의심 가죠. 생일 축하해줘도 의심 가요. 야, 너 요즘 잘나가는 것 같더라? 하면 반사적으로 지갑을 움켜쥐게 됩니다. 무슨 말을 해도 "또 돈 빌려달라는 건가?" 의심합니다.     


여자들이 남자의 호의에 반응하는 게 그렇습니다. 특히 모르는 사람이 그러면, 이건 다단계에게 납치당할까 무서운 상황이랑 상당히 비슷합니다. 이쁘다고 칭찬해도 어떻게 해보려는 건가? 내가 만만해 보이나? 특히 잘 모르는 남자의 거의 모든 행동은 "작업 걸기" 혹은 "어찌 해보려는 수작"으로 보이기 쉽습니다. 실제 경험도 그렇고요. 그리고 여성의 인생에서 최고의 위험이라면 위험한 남자 만나서 (여러모로) 신세 망치는 건데, 본능적인 위험감지 레이더가 얼마나 예민하겠습니까.     

거리에서 누군가가 다가와서 "우와 인상 좋으시네요! 기가 아주 좋으세요!" 하면 무슨 생각이 듭니까. 오, 내가 인상이 좋아 보이는구나! 내 기가 훌륭한 걸 이 사람이 알아보는구나! 이렇진 않죠. 이시끼 뭐야. 무슨 사기꾼이야? 내가 만만해 보이나? 저 많은 사람들 중에 왜 날 골랐지? <- 이런 생각 안 들겠어요? 거리에서 헌팅하는 남자, 잘 알지도 못하는데 들이대면서 작업 거는 남자가 그렇게 보입니다. 그냥 막 들이댔는데 어머나 정말 제가 이쁜가요 호호호 하고 따라올 가능성은, 당신이 거리의 "도를 아십니까?"라는 사람에게 "잘 모르지만 배우고 싶습니다!" 할 가능성보다 좀 낮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글쎄. 상대방이 어떻게 말을 하면 "오, 이 사람이 하는 투자는 괜찮아 보이는데 나도 하고 싶다"란 생각이 들까요. 처음 보는 사람이 "저 이상한 사람 아니에요!" 하면 믿음이 훅 생기면서 구좌번호 불러달라 하고 싶나요. 아닐 걸요. 어느 정도 아는 사람이고, 믿음이 가고, 정말 투자 잘 하는 거 같고, 나에게 사심 없는 조언 해주고, 주위에 좋은 사람이라 평판이 좋고 하면 투자하고 싶어지죠. 

여자도 마찬가지입니다. 나 하나 어떻게 해보려고 마구 들이대는 사람보다, 우선 신원 확실한 사람, 믿을 수 있는 사람이 좋겠죠. 그 후에는 취향도 많이 가미됩니다. 좀 까칠하면서 카리스마 있어 보이는 사람. 혹은 주위 사람들 배려를 잘 해주는 사람. 어쩌면 인기 있는 사람. 그렇지만 정말 돈에 환장해서 어케 사기쳐보려는 느낌이 충만한 사람에게 지갑 벌리지 않듯이, 나라는 인간보다는 어떻게 하면 섹스 해볼까 희번득하는 남자에게 안 넘어가는 것도 당연하겠죠.     


"원나잇 하는 여자들도 있잖아요! 첫눈에 반한다는 여자도 있고!" 당연히 있겠죠. '도를 아십니까' 물어보는 사람들도 가끔은 성공해요. 다단계도 계속 빠지는 사람이 있으니 아직 성행하죠. 어쩌면 진짜 가능성 충만한 젊은 사업가가 천운으로 엄청난 사업가를 만나서 투자받는 경우도 있겠죠. 세상엔 호구도 많고 팔랑귀도 많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상황에서 중요한 건 -     

'줄 사람이 먼저 생각해야 한다'입니다. 돈 투자할 생각이 전혀 없는 사람에게 돈 내놔라 하면 안 통하겠죠. 하지만 이미 투자할 생각이 있거나, 호감이 있어서 투자의 가능성도 열어둔 사람이라면 통합니다. 고로, 내가 열심히 돈 달라고 보챈다고 하여 통하기는 쉽지 않고 (엄마 아빠에겐 통하겠죠), 상대방이 마음을 먹어야 된다는 거고요.     


바로 그래서 로맨스에서의 설정이 현실과 다릅니다. 로맨스 보기 시작하는 여성은 최대한 남주를 좋아하려고 이미 마음을 먹은 사람입니다. 거하게 지르려고 지갑 들고 백화점 나온 사람이에요. 그리고 남주들이 너무 잘났다는 불만이 있는데, 이건 제거 다른 데서 배운 겁니다만, 배우들이 잘생긴 이유가 얼굴에 특성이 있으면 시청자들이 불편해서래요. 할 수 있으면 비슷비슷 모범적으로 생겨야 안 거슬리는 거죠. 

마찬가지로 로맨스의 남주는 최대수의 시청자에게 거슬리지 않도록 다 잘난 사람으로 나오죠. 포르노에서의 여자들이 일관적인 몸매를 가진 것도 비슷한 이치. 실생활에서는 신원 확실하고 호감 가는 사람이면 연애 쉽게 합니다. 그러나 '신원 확실'과 '호감'은 남자가 '저 이상한 사람 아니에요' 한다고 해서, '저 좋아해주세요' 부탁한다고 해서 해결되진 않죠. 그건 상대방이 결정할 일입니다.     


자 그렇다면 앞에서 말한 '심쿵하는 법'으로.     

남자의 호의와 선의와 배려는, '작업 걸려는 의도, 여자에게 잘 보이려는 의도가 손톱만큼도 없을 때' 약 열 배, 스무 배로 증폭됩니다. 대신 작업의 의도가 보이면 효과가 1/10로 줄어듭니다. 잘 보이려고 한 건데도 통하는 유일한 경우는, 여자가 이미 많은 호감을 가지고 있는 경우입니다. 보통 친구, 가족, 내가 좋아하는 사람에 대한 실드력은 엄청나잖아요. 이미 투자 의사가 있는 사람은 뭘 해도 좋게 볼 가능성이 높은 거죠. 다 사기꾼일 거라 가재미눈 뜨는 사람에게는 안 통하고요.     


술자리에서 누군가 성희롱에 가까운 말을 할 때 자연스럽게 잘라주는 선배. 멋있죠. 자꾸 여자들에게 술, 억지로 권하는 사람 막아주는 상관, 멋있죠. 여자에게 잘 보이려고 하는 게 아니라 그냥 그런 사람이면 열 배로 더. 거리에서 작업 걸면 성공할 가능성이 백만분의 일이라면, 신원 확실한 것만으로도 몇백 배 높아집니다. 자주 접하면서 괜찮은 사람임을 알게 된다면 두 자릿수로 진입합니다. 10% 넘는 거죠. 그 이후는 취향과 타이밍과 운입니다만, 평균적인 남자지만 작업적인/성적인 뉘앙스 전혀 1도 없이 매너 있다면 심쿵 가능성이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갑니다.     


우와 길다. 

점심시간 끝났습니다. 

저는 갑니다. 

홧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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