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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SJ Aug 16. 2021

8-1. 하늘은 우리를 향해 열려 있어

[우유니]


우유니로 이동하자


지역을 이동하는 날이면 어김없이 일찍 일어나야 했다. 그만큼 남미 대륙이 광활하니 어쩔 수 없었다. 그래도 알람을 듣자마자 곧바로 잠에서 깨어나 신속하게 준비를 마쳤다. 드디어 오늘은 우유니로 떠나는 날이다. 부푼 마음을 안고, 예약해 두었던 택시를 타고 공항으로 이동했다. 이른 새벽에 방문한 까닭에 공항은 한산했다. 일찍 온 김에 체크인을 하러 아마조나스 항공사 데스크로 향했다. 이게 무슨 일인지 직원들이 보이지 않았고, 우리는 기다려야 했다. 10분, 20분.. 시간은 하염없이 흘렀고, 직원들은 좀처럼 나올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50분을 기다린 끝에 체크인을 할 수 있었다. 혹시나 파업한 게 아닐까 우려했지만 다행히도 그건 아니었다.



아무도 안 계시나요?



체크인을 마치고 공항을 둘러 봤다. 라파즈 시내는 낙후되고 정비가 덜 된 느낌이 강했는데, 공항은 최신식으로 리모델링한 것처럼 깨끗하고 쾌적했다. 다른 도시의 공항과 비교해봐도 부족한 점이 없었다. 공항 내 식당에서 뷔페식으로 아침을 든든히 먹었다. 시리얼, 빵, 과일, 따뜻한 차와 커피를 마음껏 즐기고 게이트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제 우유니로 가는 일만 남았다!


BIENVENIDOS A UYUNI, 우유니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비행기 문이 열리고 우유니 공항에 발을 내디뎠다. 하늘은 푸른 바다처럼 아주 맑았다. 드넓은 활주로와 탁 트인 하늘을 함께 보고 있으니 속이 뻥 뚫릴 만큼 상쾌했다. 수영장에 막 입장한 어린아이처럼 신이 나서 어쩔 줄 몰랐다. 얼굴에는 함박웃음으로 가득했다. 우리가 평소보다 더 설렐 수 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다. 우유니에 오기 2~3일 전만 해도 이렇게 날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남미 여행 정보 공유 톡방 ‘우유니 프렌즈’에 우유니 날씨가 온종일 흐리고 비까지 내려서 투어를 떠났던 사람들이 우유니를 제대로 즐기지 못했다는 아쉬움 섞인 글을 올려서 걱정이 이만저만한 게 아니었다. 천만다행이었다.


원래 계획은 오후까지 느긋하게 우유니 시내를 둘러본 후, 야간 투어를 떠나기로 했다. 그리고 다음날 오후 즈음에 우유니 주간 투어를 해서 2일 동안 우유니를 즐기려고 했다, 하지만 맑은 하늘을 보고 있으니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곧바로 투어를 떠나는 방향으로 결정을 내렸다, 싱글벙글 웃으며 오아시스 여행사로 직행했다. 





오아시스 여행사에는 한국인이 많다


오아시스 여행사는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찾는 여행사 중 하나이다. 이미 수많은 블로그 후기들을 통해 검증이 완료된 곳이기도 하고, 여행사 외부 유리창에 가득한 한국어로 적힌 방명록들이 인기를 증명하고 있었다. 다른 여행사에 비하면, 한국인이 기록한 메모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형형색색 도화지에 오아시스의 우유니 투어를 예찬하는 메모가 빼곡하게 붙어 있었다. 곳곳에 영어와 일본어로 적힌 종이도 보였지만, 열에 아홉은 한국어가 차지하고 있었다.


매장 안에는 우리보다 먼저 방문한 한국인 관광객들이 있었다. 아마 이들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블로그를 통해 정보를 수집하고 온 것이겠지? 우유니의 날씨가 언제 달라질지 모르기 때문에 당일에 즉시 투어를 떠날 수 있는 상품으로 골랐다. 데이투어와 선셋투어를 함께 할 수 있는 Full Day 코스과 다음날 새벽에 떠나는 스타라이트&선라이즈 코스를 계약했다. 상품 가격은 생각보다 조금 비쌌지만, ‘고대하던 우유니 투어인데 이 정도쯤이야! 충분히 투자할 가치가 있지’ 라는 생각으로 결제했다. 한국인에게 인기 있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으리라 생각했다.



우유니 시내 놀이터



미리 예약해둔 숙소를 찾아갔다. 배낭을 짊어지고 호텔까지 10분 정도 걸어갔다. 호텔은 개인 주택과 빌라를 합친 것처럼 고급스러워 보였다. 그만큼 숙박비도 제법 비쌌다. 체크인을 하는 중에 문제가 생겼다. 우리는 4인실을 예약했는데, 호텔 측에서 보여준 방에는 싱글 침대가 3개 밖에 없었다. 예약 내역도 보여주고, 도대체 왜 침대가 3개인지에 대해서도 물어보았으나 올바르게 배정된 거라는 답변만 돌아왔다. 이제 와서 다른 숙소를 알아본다는 건 시간, 비용적으로도 낭비였기에 우리는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 비록 비싼 가격을 지불하고도 만족스러운 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했지만, 투어를 예약한 시점에서 우리가 할 수 있었던 최선의 선택이었다.


침대는 3개, 인원은 4명. 한 명은 침대 하나를 사용하고 나머지 3명은 침대 2개를 붙여 불편하게 자야 했다. 그렇다! 합리적이고 공정한 절차에 따라 침대를 배분할 필요가 있었다. 가위바위보를 통해 승자를 결정했고, 승리의 영광은 K에게로 돌아갔다. 체크인을 끝내자마자 옷을 갈아입고 선크림을 골고루 바른 후, 간단히 짐을 챙겨 우유니 소금사막으로 떠날 준비를 했다. 


예정된 시각보다 일찍 여행사로 돌아왔다. 돌아오자마자 작은 메모지에 이름을 기입해서 게시판에 붙였다. 6~8명이 모이면 투어를 떠날 수 있었는데, 직원들은 이 종이를 보고 인원을 배분한 다음 인원수가 채워지면 가이드를 배정하고 투어를 보내는 시스템이었다. 우리보다 먼저 신청한 관광객들이 차례대로 떠나기를 기다렸고, 그렇게 30분 정도 흐르자 우리 차례가 왔다. 드디어 소금사막으로 가는 건가!? 




오아시스 여행사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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