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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SJ Aug 16. 2021

8-2. 이곳이 소금사막인가요?

[우유니]


기차 무덤


우리 팀에 배정된 가이드는 조메르(Jomer)였는데, 이 분에 대한 추천사가 별로 없어서 조금 걱정했지만, 결과적으로 투어 내내 우리의 즐거운 여행을 책임져 주신 고마운 분이다. 우리 팀은 한국인 여성 한 분과 우리 4명, 가이드까지 포함해 총 6명으로 구성됐다.


우유니 투어의 첫 번째 코스는 기차 무덤이다. 이곳은 한 때는 철로를 달리며 산업의 역군으로 활약하던 기차들이 생을 마감하고 모여든 곳으로, 이제는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관광명소가 된 지역이다. 우리가 기차 무덤에 도착했을 때 하늘은 컴퓨터 그래픽처럼 푸르렀고, 무수히 많은 하얀 조각 구름이 기차처럼 줄을 지어 떠다니고 있었다.



기차 무덤
기차 무덤 전경



세월의 모진 풍파를 겪은 기차와 산화된 여러 부품들이 황량한 공터에 덩그러니 놓여 있는 게 꼭 현대 미술 전시회에 온 것 같았다. 그러나 가이드의 짤막한 설명을 통해서만 기차에 관한 정보를 알 수 있었을 뿐이었다. 본격적인 투어를 시작하기 전 첫번째 코스로 방문하는 게 업계의 규칙으로 통용되는 듯 보였다. 다른 관광객들처럼 우리도 다양한 포즈로 사진 촬영을 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기차 위로 조심조심 올라갔다. 땅에서 기차까지의 높이가 제법 높은 편이었고, 자칫 미끄러지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기에 최대한 안전하게 올라갔다. 게다가 기차는 녹이 슬어 있었는데, 날카로운 부분에 긁혀 작은 상처가 난다면 파상풍으로 악화될 수 있어서 조심스럽게 이동해야 했다. 날씨가 좋아서 어떤 각도에서 사진을 찍어도 잘 나왔다.


기차와 부품들이 놓인 지점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철로가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쭉 뻗어 있었다. 철로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도 멋있게 나왔다. 철로 위에 앉아서 각자 독사진을 찍었는데, 취미로 사진 촬영을 하는 K가 일일이 찍어주느라 고생했다. 기차 무덤은 단체샷을 찍기에도 참 좋은 장소였고, 우리는 어김없이 시그니처 포즈로 사진을 남겼다. 비니쿤카를 다녀온 이후로 고산병 증세는 느껴지지 않았고, 덕분에 몸이 아주 가벼워 여러 차례 뛰어도 힘들지 않았다. 비니쿤카 먼저 다녀온 보람이 있었다!



폴짝



이곳이 소금사막인가요?


기차 무덤에서 짧게 시간을 보내고 소금사막으로 떠났다. 소금사막으로 가는 도중, 우리가 탑승한 차량은 주택가 지역에 잠시 멈췄다. 조메르의 집이었고, 그의 자녀들로 보이는 귀여운 아이들이 나와서 우리에게 손을 흔들었고, 우리도 덩달아 인사를 했다. 도시락과 여러 짐을 트렁크에 실은 후에 다시 출발했다. 소금사막은 우유니 시내에서 멀리 떨어져 있었다. 차를 타고 이동하는 길이 지루하지 않도록 조메르는 신나는 최신곡들을 틀어주었다. 귀에 익숙한 멜로디를 흥얼거리며 창 밖에 지나가는 풍경을 감상했다. 


1시간 정도 차를 타고 이동했고, 콜차니 마을에서 잠시 휴식시간을 가졌다. 소금사막에 들어가기 전 마지막 관문 같은 곳인데, 기념품 상점과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었다. 화장실을 이용하려면, 한국의 공용화장실과는 다르게 이용료를 지불해야 했다. 상점에는 알파카 털로 만든 목도리, 모자, 알파카 인형, 우유니 사막 소금을 담은 작은 병, 소금 결정 등 기념품이 다양했다. 소금사막 근처에 있는 마을답게 주요 관광상품은 소금을 활용한 아이템이었다. 각자 마음에 드는 기념품을 구매했다. 콜차니 마을 상인들과 여행사들이 소금사막에 들어가기 전 이곳을 방문하는 계약을 맺었나 싶을 정도로 투어 차량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이곳으로 모였다. 짤막한 휴식시간을 보내고 다시 차에 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물이 찰랑거리는 소금사막 초입에 들어섰다. 어라..? 그런데 인터넷에서 보던 소금사막의 모습은 아니었다. 소금 결정이 쌓인 부분은 물에 덜 잠겨 듬성듬성 튀어 나와있었다. 썰물 시간대에 균일하지 않은 지형을 따라 웅덩이가 생긴 것처럼 보였다. 예상했던 우유니의 모습이 아니라서 다소 실망스러웠다. 하지만 실망도 잠시, 소금 사막에 왔다는 사실 자체에 설렜다. 게다가 아직 투어 시작이니 실망하기엔 너무 일렀다! 





차에서 내려 가이드가 지급하는 장화로 갈아 신었다. 장화를 신고 주변을 걸어다녔다. 찰박거리는 소리와 오돌토돌한 지형이 주는 느낌은 우리가 비로소 소금사막에 입성했음을 확인시켜주었다. 소금 사막을 들여다보았다. 멀리서 볼 때는 하얗고 부드러운 평지처럼 보이는데, 가까이서 보니 소금 결정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소금의 형태가 아니라 소금 결정이 다닥다닥 붙어 있어 돌처럼 단단했다. 장화를 신는 이유는 발이 물에 젖지 않기 위함도 있었지만, 단단한 소금 결정으로부터 발바닥을 보호할 목적도 있었다. 초입에서 다양한 포즈로 사진을 남겼다. 본격적인 우유니 투어를 하기 전 예행연습을 했다고나 할까? 안쪽으로 더 들어가 중간 목적지인 소금 호텔에 도착했다.





소금 호텔과 만국기


소금 호텔이 자리한 지역은 초입과는 다르게 물기가 없고 바짝 말라 있었다. 한겨울에 생긴 빙판길을 연상케 했다. 비로소 소금사막이라는 이름과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소금 호텔 옆에는 만국기가 세워져 있었다. 모두 약속이나 한 듯 펄럭이는 국기들 사이로 태극기를 찾았고, 태극기와 함께 단체사진을 찍었다. 머나먼 타국에서 태극기를 보고 있자니 가슴 한 켠이 뜨거워졌고, 반갑기도 했다. 태극기를 향한 경의를 표하는 마음을 담아 경건하게 사진도 찍었다.



국기에 대한 경례



점심은 조메르가 준비한 도시락으로, 밥과 닭고기찜, 채소볶음, 콜라를 아주 든든하게 먹었다. 남미 음식이 대체로 자극적인 편이지만, 도시락은 간이 알맞아 부담없이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밖에서 먹는 음식은 뭐든 맛있지만, 소금사막에서 먹어서 그런지 더욱 맛있었다.


식사를 마치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새하얀 바닥에서 일부를 끄집어 내어 푸른 하늘에 하얀 구름으로 넣은 것처럼 구름이 두껍고 낮게 깔려 있었다. 구름을 배경삼아 원근법을 이용한 사진을 여러 장 남겼다. 정오가 조금 지난 시간대라 태양이 뜨겁게 타올랐다. 선글라스를 쓰지 않으면 눈이 부실 정도 밝았다. 이곳은 물이 없이 마른 지역이라서 소금 결정을 육안으로 자세히 살펴볼 수 있었다. 소금결정이 선명하게 드러나 있었다. 이렇게 드넓은 땅이 모두 소금이라니 놀라울 따름이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가이드가 우리를 불렀다. 이제 본격적으로 우유니를 즐길 때다!



후후 불면은 구름이 나옵니다.
소금 결정
소금 사막 바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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