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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SJ Aug 29. 2021

8-3. 우유니에서의 즐거운 시간

[우유니]


우유니, 야무지게 즐기기


푸른 하늘과 하얀 소금 바닥, 탁 트인 주변 풍경! 우유니에서는 원근법을 활용한 사진을 찍기가 아주 수월하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이상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한가한 휴식 시간을 이용해 나름대로 아이디어를 내가면서 사진을 찍었다. 꽤 재미있는 결과물이 나와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우리의 결과물은 앞으로 있을 이벤트에 비하면 아이들 장난 수준이었다. 우리를 태운 차량은 소금호텔에서 조금 멀리 떨어진 곳으로 이동했다. 주변에는 투어 차량이 한 두대 정도 있었는데, 그마저도 제법 멀리 떨어져 있었다. 





조메르는 트렁크에서 소품을 주섬주섬 꺼내기 시작했다. ‘이것들은 전부 어디에 쓰는 물건인고..?’ 물품들을 흥미롭게 구경했다. 그는 공룡 인형, 프링글스 빈통, 패들과 돗자리 등 여러 소품들을 펼쳐 놓고, 우리에게 컨셉 사진 촬영 방법에 대해 설명했다. 방법은 간단했다. 조메르가 바닥에 엎드린 채 최대한 낮은 자세를 유지하며 소품과 우리 사이의 초점을 맞추면, 우리는 지정된 위치로 가서 신호에 맞춰 여러 포즈를 취하면 됐다. 간단해 보이지만,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 내기란 결코 쉽지 않았다.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얻어내기 위해서 창작의 고통을 감내해야 했다.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몇 번이고 점프를 하고, 자세를 취한 채 몇 초 동안 유지하기를 반복했더니 금세 땀이 나기 시작했다. 인내는 쓰지만 열매는 달다고 하지 않았던가! 결과물을 확인하니 기대 이상으로 잘 나왔다. 원근법을 활용해 구도를 맞춰 가며 찍었을 뿐인데, 꼭 합성을 한 것처럼 나왔다. 고생해가며 사진 찍은 보람이 있었다.



공룡 등장
거인 등장



각자 돌아가며 촬영을 하는 우리도 힘들었는데, 조메르는 얼마나 힘들었을까? 뜨거운 뙤약볕 아래에서 힘든 내색 하나 없이 포복 자세를 유지한 채 사진을 찍고 있는 그는 진정한 프로였다. 컨셉마다 적합한 포즈를 직접 보여주고, 디테일한 부분까지 신경 쓰는 세심함 덕분에 우리의 화보 촬영(?)은 수월하게 진행되었다. 우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가이드 덕분에 좋은 추억을 남길 수 있어 감사했다.



그는 진정한 프로다
결과 확인중



푸르고 투명한 호수를 닮은 우유니


촬영을 마치고 다른 지점으로 이동했다. 이곳이 바로 투어의 마지막 장소이자 진정한 우유니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했다. 하얀 사막을 떠오르는 메마른 지대에서 벗어나 촉촉한 우유니에 도착했다! 그런데.. 여기가 맞나? 기대와는 다르게 우리가 아는 우유니의 모습이 아니었다. 물에 비친 모습은 흐릿한 형상에 불과했고, 거울처럼 선명하게 이미지를 담아내진 못했다. 비록 기대했던 광경은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우유니는 아름다웠다. 유리처럼 투명한 호수 위를 걸어다니는 기분이었다. 푸르른 하늘과 맑은 호수, 끝을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펼쳐진 소금 사막을 보고 있으니 속이 다 시원해질 만큼 상쾌했다.





사진으로 보는 우유니와 실제 두 눈으로 보는 우유니의 간극은 굉장히 컸다. 사진 속 우유니도 물론 아름다웠지만, 실물이 주는 신선한 충격은 놀라울 따름이었다. 아무리 카메라로 생생하게 찍는다고 해도 오감을 열고 우유니를 마주할 때 밀려오는 감동마저 담을 순 없었다. 모든 감각을 총동원해서 이곳에서의 느낌을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었다. 금방 기억에서 지워진다고 해도 그저 그 순간에 흠뻑 취하고 싶었다.


갑자기 두 발로 직접 우유니를 느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신고 있던 장화를 벗어 맨발로 우유니 소금 사막에 섰다. ‘지금이 아니고서야 언제 우유니를 맨발로 밟아보겠는가?’ 하지만 설렘도 잠시, 발바닥에서부터 고통이 몰려왔다. 맨발바닥으로 울퉁불퉁하고 단단한 소금 결정을 딛고 서있는데 아프지 않을 리가 없었다. 맨발 공원의 지압돌보다 몇 배는 더 아팠다. 잊지 못할 추억을 남겨보겠다는 야심찬 마음을 품은 채 맨발로 점프하고 착지할 때, 온 몸에 퍼지는 통증은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고통스러웠다. 고통 속 신음과 환희가 뒤섞인 환호성을 외치며 아픔을 달랬다. 그래도 기분만큼은 더할 나위 없이 즐거웠다.



우유니에서 맨발은 아픕니다



주변 구경을 원없이 둘러보고 나서 사진을 찍으며 놀았다. 앞서 컨셉 사진을 촬영한 덕분인지 이젠 우리 모두 포즈 취하는 것도 자연스러웠다. 촉촉한 우유니에서도 촬영은 계속됐다. 독특하고 재미있는 포즈를 구상해가며 개인 사진과 단체 사진을 골고루 촬영했고, 유쾌한 사진들을 많이 남길 수 있었다. 조메르의 안내에 따라 타임랩스를 이용한 영상도 찍었다. 사진을 찍을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자세를 취하고 있을 때는 이게 뭐하는 짓인가 싶다가도 결과물을 보면 순간의 부끄러움을 감수하고 찍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곤 했다. 그런데 우유니에서는 어떻게 찍든 화보처럼 나왔다. 모델은 그저 자세만 잡고 있으면, 우유니가 알아서 보정해주는 듯 했다.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신나게 놀다 보니 어느덧 해가 지고 있었다. 시간이 흘러 태양의 위치가 달라지자 우유니의 진면모가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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