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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SJ Jul 23. 2021

0. 라탐항공 캔슬 사건

샤를 드골 공항에 도착한 순간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2시간. B의 체크인에 문제가 생겨 여유 부릴 새도 없이 이베리아 항공 체크인 데스크를 찾아 급하게 달려갔고, 나와 S는 걸어서 이동했다. 공항이 넓고, 환승 경로가 지나치게 비효율적으로 구성되어 있는 탓에 마냥 여유롭게 이동할 순 없었기에 우리도 빠른 걸음으로 이동했다.


항공기에서 내린 다음 크게 돌아서 이동한 후 CDGVAL을 타고 3터미널로 이동한 다음, 다른 터미널로 이어진 통로를 따라 조금 더 걸었다. 탑승 게이트까지 도착하는데 40분 정도 걸렸다. 물론 나의 길치 능력 덕분에 중간에 길을 헤매기도 했지만, 다행히 제 시간에 도착할 수 있었다.


여행 계획을 세울 때 여러 블로그를 방문하며, 샤를 드골 공항이 자랑하는 드넓은 규모 때문에 환승하다가 지쳐 쓰러질 뻔 했다는 정보를 입수했고,  시뮬레이션을 돌린 덕분에 멤버 모두 실수 없이 도착할 수 있었다. (조금만 방심하면 길 잃기가 쉬울 만큼 너무나도 넓다..) 뒤늦게 도착한 나와 S는 체크인 데스크에서 티켓을 받고, 수하물을 부쳤다.





마드리드 공항에 도착한 우리가 본 것은 충격 그 자체였다. 우리가 탑승할 항공편 옆에 빨간 글씨로 적힌 CANCELED. 항공편이 결항된 것이다. 의심과 불안을 품고 라탐항공 데스크로 향했을 때 믿기 힘든 현실을 마주해야 했다. 우리는 항공편 결항에 관한 상황, 보상, 수하물 문제에 대해 물었고, 라탐 항공 직원들은 친절하게 설명해주며 거듭 미안함을 표현했다. 라탐 항공에서 이베리아 항공으로 변경되었기에 체크인을 다시 마치고, 수하물을 회수하기 위해 Lounge11 B06으로 향했으나 직원들은 퇴근한 상태였고, 다음 날 오전에 다시 와야 했다. 뭐 하나 마음처럼 되는 게 없는 하루다. 


예기치 않은 사건이 연이어 일어난 까닭에 모두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그래도 버스를 기다리며 대화를 하면서 기운을 차렸다. 새벽 1시가 조금 넘은 시각, 바람은 서늘했고, 주변은 고요했다. 공항 호텔에 도착해 휴식을 취했다. 우리 여행의 첫 숙소다. 짐을 풀자마자 바로 뜨거운 물로 샤워를 했다. 강력한 수압 덕분에 그동안 쌓인 피로를 씻겨 내기에 충분했다. 샤워를 마치고 호텔 측에서 제공한 샌드위치와 음료로 허기를 달랬다.


나름 먹을만 했던 구성
나름 괜찮았던 공항 호텔


한편으로 다행이다 싶기도 했다. 물론 결항은 항공사 측 잘못이기 때문에 가장 빠른 비행 스케줄과 공항 호텔을 제공하는 건 당연하지만, 만약 악덕 항공사를 만나 배 째라는 식으로 나왔으면, 공항에서 노숙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공항 호텔에서 쉴 수 있다는 사실에 그나마 위안을 좀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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