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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SJ Jul 23. 2021

0. 마침내 남미에 도착하다

적막한 기운만 감도는 고요한 수하물 수거장

짧게나마 체력을 회복하고 난 후, 이른 새벽부터 공항으로 돌아갔다. 지난 밤 회수하지 못한 수하물을 챙기고 일사천리로 모든 수속을 마친 후, 탑승 게이트 앉아서 숨을 좀 돌렸다. 집 떠난 지 불과 하루 정도 지났을 뿐인데, 항공편 캔슬이라는 큰 사건을 겪고 나니 벌써부터 혼미했다. 남미 땅을 밟기가 이토록 어려울 줄 누가 알았겠는가? 그래도 결과적으로 문제가 잘 해결되었고, 비행기 탑승 시간 전까지 여유를 즐겼다.


그래도 여전히 흥겨웠다!


우리가 탑승할 항공편은 라탐항공에서 이베리아 항공 국제선으로 변경되어 있었다. 앞서 탑승했던 대한항공보다 더욱 쾌적한 환경에서 이동할 수 있었다. 이런 걸 두고 전화위복이라고 하지! 기내식과 간단한 주전부리가 나왔고, 영화 몇 편을 보고 났더니 눈꺼풀이 스르륵 내려 앉았다. ‘세뇨르?’ 스튜어디스가 나를 조심스럽게 깨웠고, 곧 항공기가 착륙을 하니 안전벨트를 매라고 안내해주었다. 도착했다. 부에노스아이레스!


남미에 도착했다. 최종 목적지인 리마는 아니지만, 그래도 어쨌든 남미다! 부에노스아이레스 공항 대합실은 각자의 항공편을 기다리는 세계 각지에서 온 사람들도 가득했다. 우리도 그 중 하나였다. 항공기 탑승 시간을 기다리며 푹신한 소파에 짐을 풀고 반쯤 누운 채로 휴식을 취했다. 이제 비행기 한번만 더 타고 이동하면, 페루 리마에 도착한다. 



마침내 남미!



한국을 떠난 지 48시간만에 페루 리마에 도착했다. 고생의 연속을 이겨내고 도착했기에 페루 땅을 밟자 여러 감정이 교차했고, 웃음이 절로 나왔다. 공항을 나서니 습하고 뜨끈한 공기가 가장 먼저 우리를 반겼다. 이제야 지구 반대편에 서 있다는 사실이 실감났다. 이것이 남미인가..!


그린 택시 (Green Taxi) 부스로 가서 리마 시내까지 타고 갈 택시를 결정했다. 가격 흥정을 하기에 앞서 우리끼리 간단한 전략을 짰지만, 상대 측에서 합리적인 가격 (60솔)을 제시한 덕분에 전략을 구사하지 않아도 됐고, 흔쾌히 결제했다. 공항 밖은 호객 행위를 하는 택시 기사들로 북새통을 이뤘고, 우리는 담당 택시기사를 따라가며 그 사이를 유유히 빠져나왔다. 도요타 승용차 트렁크에 짐을 싣고, 리마 시내로 이동했다. 


공항을 빠져 나와 해안 도로를 따라 달리기 시작했다. 어두컴컴해서 해안 도로 풍경은 잘 보이지 않았다. 이윽고 시내에 다다르자 택시 기사 아저씨가 창문을 올리더니, 문을 잠갔다. 남미는 치안이 좋은 편이 아니라서 택시에 타면 반드시 안전에 신경써야 한다는 내용을 가이드북에서 본 적이 있는데, 그걸 직접 경험하니 조금은 놀랐다. 하지만 나를 더 놀랍게 만든 건 도로 위 광경이었다. 2개의 차선을 차지한 상태로 마이웨이로 달리는 자동차가 있는가 하면, 자전거 운전자가 우리가 탄 택시를 상대로 거칠게 보복운전을 하기도 했다.. 리마의 첫인상은 강렬했다. 그렇게 30분 동안 이동했을 무렵, 우리의 첫 숙소 구르메 한인 민박에 도착했다. 어느덧 늦은 밤이었다.




구르메 한인 민박에 체크인하기에 앞서 몇가지 안내사항을 들으며 내부 구경을 했다, 1층은 거실과 부엌이 있었다. 거실에는 푹신한 소파와 여러 만화책이 꽂힌 책장이 있었고, 한 켠에는 귀여운 고양이가 무심하게 잠을 청하고 있었다. 숙소는 2층에 위치해 있었고, 각자 방으로 가 짐을 푼 뒤 샤워를 하고, 편한 옷으로 갈아입었다. 그러고 난 뒤, 앞으로 돈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에 관한 안건을 주제로 회의했다. 여러 의견이 오고 갔지만, 전체 금액을 1/n으로 나눠 갖기로 한 다음 공동으로 사용하기로 했다. 여행 중에 갈등이 생기는 원인 중 하나가 바로 돈 문제인데, 여행 초기에 현명하게 정해놓은 덕분에 한 달 동안 돈 문제로 다툰 일이 없었다.


귀여운  구르메 고양이(좌) / 구르메 한인 민박 이용 안내(우)                                


짐정리를 간단히 마치고, 그동안 밀린 웹툰을 보고 나서, 한국에 있는 친구들에게 페이스톡을 걸었다. 지구 반대편에서 통화하니 감회가 새로웠다. 이후 잠을 자려고 시도했으나, 아직 시차 적응이 안 된 까닭인지 잠이 오지 않았다. 서서히 날이 밝기 시작했고, 뜬 눈으로 밤을 지샌 나와 K는 밖으로 나갔다.




오늘의 가계부


리마공항 ~ 구르메숙소 그린택시 60솔

구르메 한인 숙소 숙박비 176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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