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파카바나]
코파카바나의 이름 모를 지역 축제
멀리서 볼 땐 축제 현장처럼 보이던 곳, 가까이 가보니 장날에 시장이 열린 듯 활기가 넘쳤다. 상인들은 음식, 과일, 기념품 등 판매하고 있었고, 식당으로 보이는 포차에는 많은 사람들이 음식을 먹고 있었다. 지나갈 때 훑어봐서 무엇을 팔고 있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다른 곳에는 사람들이 줄 서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어떤 어르신이 향을 피워 놓고, 사람들의 머리 위로 꽃잎을 뿌리면서 주문 같은 걸 외우고 있었다. 1월 말에 축제가 열렸다는 점을 고려해보면, 신년을 맞이하여 축복을 내리고 악귀를 내쫓는 의식을 하는 듯 했다. 다른 한 켠에는 기념품을 파는 상점들도 있었다. 재미있는 잡동사니가 많았는데, 우리도 이곳에서 도금된 100달러 지폐를 구입했다. 옆에 있는 작은 부스에서 소라빵을 사 먹고, 복숭아도 사서 먹었다. 소라빵 맛은 그저 그랬고, 복숭아는 생각보다 달지 않았다. 남미 특유의 문양이 그려진 모자나 복장을 한 상인들의 모습이 조금은 귀엽게 느껴졌다. 뭔가 아기자기한 매력이 있었다고나 할까? 여러모로 구경거리가 많아 즐거웠다.
무슨 축제인지 알 길이 없었지만, 많은 지역 주민으로 북새통을 이루는 것으로 보아 날이면 날마다 찾아오는 흔한 축제는 아닌 듯 보였다. 게다가 코라존 데 헤수스 정상에서도 축제 비슷한 행사를 한 것을 떠올리면, 나름 규모가 있는 축제였던 것 같았다. 시간만 충분했더라면 이곳에서 판매하는 음식도 먹고 느긋하게 즐기고 싶었지만, 축제 분위기 물씬 나는 시장을 뒤로 한 채 숙소로 돌아가야 했다.
돌아가는 길에 이번에는 성당 근처에서 이색적인 축제 현장을 목격할 수 있었다. 사람들은 자동차 보닛을 열어놓고, 각종 꽃으로 장식하고서는 자동차 주변에 맥주를 뿌리기도 하고, 마시기도 했다. 성당 근처 공원 일대에 있는 여러 자동차들은 입을 크게 벌린 채 맥주 샤워를 받고 있었다. 이 또한 우리가 방금 전 축제에서 봤던 신년맞이 의식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오늘은 발길이 닿는 곳마다 축제의 연속이어서 한껏 흥이 올랐지만, 홉버스 예약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에 축제 현장을 뒤로 하고 서둘러 화이트 앵커 앞으로 가야 했다. 늘 밝은 미소로 우리를 친절하게 맞이해 주었던 호스트 아저씨와 인사를 나누고, 택시에 몸을 싣고 약속장소로 향했다.
국경을 넘어서 (볼리비아 ~ 페루)
홉버스를 기다리며 코파카바나의 호숫가 풍경을 잔뜩 눈에 담았다. 이틀 동안 여러 각도에서 바라본 호수였지만, 떠나기 전까지도 바다처럼 느껴졌다. 아무리 봐도 바다 같단 말이지.. 낯이 익은 가이드가 버스에서 내렸고, 우리는 줄을 서서 순서를 기다린 후, 버스 아래에 짐을 싣고 차에 올라 탔다. 홉버스를 타고 화이트 앵커에서 30분 정도 이동하니 볼리비아 국경에 도착했다. 버스 탑승객들은 모두 하차한 다음 출입국 신고서를 작성한 후, 페루 입국 심사대로 걸어서 이동해야 했다. 분명 국경을 지나는데, 국경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국경이라고 하면, 높은 벽과 철조망이 설치되어 있고, 삼엄한 경계 태세 속에 무장한 군인들이 지키고 있는 장소가 아니던가? 허나 이곳은 동네 마실 나가듯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국가를 넘나드는 분위기다. 물론 양국 출입국사무소에서 입국 서류를 제출하는 절차는 밟아야 했지만..
‘Peru’라고 적힌 조형물을 발견하고 나서야 국경을 건너고 있음을 실감했다. 조형물을 배경 삼아 사진이라도 한 장 남기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는 분위기였기에 눈으로만 보고 빠르게 지나갔다. 아마 그랬다간 가이드의 제재를 받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입국 절차까지 모두 마친 후 다시 버스에 올라탔다. 그 사이 버스는 더 좋은 세미-까마 등급의 2층 버스로 바뀌어 있었다. 2층 앞자리에 앉았는데, 때마침 해는 뉘엿뉘엿 저물어 가고 있었고, 유리창 너머로 바라보는 노을이 한적한 시골길에 더욱 감성적인 분위기를 더해주었다. 날은 금방 어두워졌고, 우리는 금방 곯아 떨어졌다. 얼마나 지났을까 잠에서 깨니 중간 목적지인 푸노에 가까워졌다.
푸노, 잠깐 들렀다 갑니다
푸노에 도착하자 가이드는 각자 알아서 저녁식사를 해결하고 약속시간 내에 돌아오라고 설명했다. 가이드 인솔 하에 이동하거나 도시락을 줄 거라고 생각했는데 알아서 해결하라니..? 게다가 주어진 시간도 그리 넉넉하지만은 않았다. 맵스미(mapsme) 지도 어플이 없었으면 한참 길을 헤매다 밥도 제대로 못 먹을 뻔 했다. 10분 정도 걸어서 아르마스 광장 부근에 있는 식당에서 저녁을 먹었다. 메뉴는 파스타와 스프. 레스토랑답게 음식은 전반적으로 괜찮은 수준이었고, 가격대도 조금 있는 편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소화시킬 겸 푸노의 중심 거리를 따라 걸으며 구경을 했다. 이곳도 많은 관광객이 찾는 지역인 만큼 번화가 느낌이 물씬 풍겼다. 만약 여행 일정 중 푸노를 포함했더라도 충분히 즐길거리가 있었겠다고 생각했다. 버스로 돌아가는 길, 밤하늘에 터지는 폭죽을 발견했다. 어디선가 불꽃놀이를 하고 있는 모양이다. 불빛에 이끌리듯 폭죽이 터지고 있는 방향을 따라 발걸음을 옮겼지만, 위치를 제대로 찾기도 어렵기도 했고, 복귀 시간이 임박했기 때문에 근처 마트에 들러 물을 사고 버스로 돌아갔다. 야간 버스에서 할 일이 무엇 있겠는가..? 야심한 밤이라서 창 밖은 온통 어두웠고, 우리끼리 게임을 하며 떠들 수도 없는 환경이었다. 결국 핸드폰 좀 보다가 눈을 붙였다. 심야 홉버스를 타고 푸노에서 출발해 7시간 30분을 달린 끝에 쿠스코에 도착했다! 쿠스코에 오긴 했는데, 도착 시간은 너무도 이른 새벽 5시였다. 쿠스코의 새벽은 조용하기만 했다.
오늘의 가계부
솜사탕 6볼
12번 포차 트루차 점심식사 100볼
푸노 레스토랑 114솔